[이창근의 콘텐트현상] 세계 평화로 연결하는 문화의 힘, 메가이벤트
[이창근의 콘텐트현상] 세계 평화로 연결하는 문화의 힘, 메가이벤트
  •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 예술경영학박사(Ph.D.)
  • 승인 2019.05.04 2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 예술경영학박사 (Ph.D.)
▲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 예술경영학박사 (Ph.D.)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발표한 2019년 주요업무계획에서 2020 도쿄올림픽의 남북공동 출전을 준비하며, 2032 올림픽의 남북공동 유치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업무보고의 첫머리에 밝혔다. 그것은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10여 년간 단절됐던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였고 그 후속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었으며, 남북관계에서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에서는 갈등과 대립이 일어날 수 있지만, 문화는 ‘교류’라는 힘을 갖고 있다. 그것이 문화의 본질적 성격이다. 문화의 힘은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다. 남북이 통일된 후에도 서로 간의 벽을 허무는 것은 동질성의 민족문화인 문화 정체성일 것이다. 올해 여름에는 광주광역시에서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문체부는 여기에도 북한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국제적 규모의 대형행사를 흔히 메가이벤트(Mega-event)라 일컫는다. 국내에서 개최됐던 메가이벤트를 개최목적과 내용 등의 특성에 따라 분류하면 크게 스포츠형, 엑스포형, 비엔날레형 그리고 MICE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스포츠형은 메가스포츠이벤트라고 불린다. 동ㆍ하계올림픽, FIFA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동ㆍ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1988 서울올림픽, 1997 무주ㆍ전주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02 한일월드컵, 2002 부산아시안게임,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렀다.

▲ 서울올림픽 개회식 _좋은날_의 화관무 공연(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 서울올림픽 개회식 _좋은날_의 화관무 공연(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서울올림픽은 동서진영의 화해와 냉전 구도 해체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30년 만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은 평화올림픽으로 평가받으며 남북 화해 분위기를 이끌었다. 메가스포츠이벤트는 기본적으로 체육행사다. 그러나 올림픽의 기원에서 보듯이 결국 메가스포츠이벤트는 국가와 국가 간의 체육경기뿐만 아니라 문화까지도 향유하고 교류하는 전 세계인의 문화축제다. 또 평화의 제전이다.

▲ 서울올림픽 개회식 _정적_의 윤태웅 어린이(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 서울올림픽 개회식 _정적_의 윤태웅 어린이(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서울올림픽 개회식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의 여운이 남는 장면이 있다. 개회식이 거의 끝날 무렵 경기장에 정적이 흐르며 한 어린이가 굴렁쇠를 굴리며 나타났다. 경기장의 관중과 텔레비전으로 개회식 중계를 지켜보던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온통 굴렁쇠를 굴리는 어린이만을 바라봤다. 힘차게 굴렁쇠를 굴리던 소년은 경기장 중앙으로 가서 잠시 멈춘 후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다시 굴렁쇠를 굴리며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당시 이 굴렁쇠 퍼포먼스는 전 세계인들에게 세계의 평화, 인류의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전해 큰 울림을 남겼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개ㆍ폐회식에서도 송승환 총감독은 우리나라의 역사문화를 활용한 소재,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연출로 우리의 문화적 자부심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감동적인 개ㆍ폐회식을 만들어냈다. 대한민국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포함한 브랜드 가치가 1시간 동안의 짧은 시간에 발현된 것이다.

▲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융합의 빛 공연(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융합의 빛 공연(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이처럼 메가스포츠이벤트에서 세계인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단연 개ㆍ폐회식이다. 개ㆍ폐회식은 개최국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개최국은 이를 통해 자국의 문화적 우수성을 전 세계에 선보인다. 이를 통해 국가브랜드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폐회식은 경기특성 상 장소가 그라운드는 아니다. 개회식은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폐회식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열린다고 한다. 규모가 올림픽에 비해 크지 않지만, 기획자와 연출가, 예술가들의 기획력과 창의, 연출이 합심한다면 기획의도 실현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다시 한 번 남북 평화 분위기를 꽃 피우고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와 평화적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는 핵심은 문화가 지닌 교류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