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에서 예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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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정길 인턴기자
  • 승인 2009.10.2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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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 중앙시장 지하, 공예작가 모여 ‘신당창작아케이드’ 개관

공예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인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지난 10월 16일 개관했다.

▲입주 작가가 직접 제작ㆍ설치한 한지등 공예 작품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연극의 메카였던 드라마센터를 재탄생시킨 ‘남산예술센터’, 동사무소를 홍대지역 문화창구로 변모시킨 ‘서교예술실험센터’, 인쇄공장을 국제교류 거점공간으로 조성한 ‘금천예술공장’에 이어 서울시의 네 번째 창작공간 조성사업이다.

이곳에는 섬유·종이·도자·금속·목공예·판화·북아트·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40여 명이 입주해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시장과 예술공방이라는 다소 동떨어진 두 객체가 서로 공존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황학동 중앙시장 지하에 위치한 신당 지하상가는 한때 지역의 중심 상권을 이뤘지만 점차 쇠퇴해 99개 점포 중 52개 점포가 비어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시(시장 오세훈)는 이렇게 비어 있는 점포를 공예 중심의 소형스튜디오 40실, 전시실, 공동작업실 등으로 리모델링해 노후한 지하상가 시설을 색다른 공간으로 되살려 놓았다.

▲신당창작아케이드의 공방들은 모두 투명유리로 제작돼 작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작가들이 저마다 개성에 맞게 꾸민 40곳 공방들의 벽은 투명유리로 제작돼 누구라도 시장구경을 나섰다가 작가가 직접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로써 ‘열린 공방’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대중과 적극적인 소통을 원하는 예술가’와 ‘접근이 쉬운 예술작품을 찾는 시민’ 모두에게 만족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입주작가 공모전을 통해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한 작가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입주 작가들은 다른 곳에서는 상상도 못한 평당 5천 원이라는 관리비만으로 공방을 운영하는 혜택을 받고 있고,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되고 있다.

이곳에 입주해 작업을 하고 있는 손다옥(금속공예)씨는 “평소 서로 다른 물질을 결합해 작품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다”며 “이곳에 입주해 여러 작가들과 교류하다 보니 다른 분야의 재료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 작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때 서울의 3대 시장 중 하나였을 만큼 서울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에서는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 작가들의 참여 속에 재래시장을 ‘예술시장’으로 변모시키는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하상가의 기둥, 계단 벽면 등 공용공간, 지상시장의 공조기 닥트 등이 시장을 상징하는 미술작품으로 장식되고, 시장 천장에는 입주 작가가 직접 제작한 한지등 공예 작품 10여 점을 설치해 시장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신당창작아케이드’ 관계자는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장 전역으로 확대해 실용성과 예술성이 공존하는 시장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중앙시장 운영회와 협력해 재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중앙시장 축제에 문화적 측면을 접목시켜 서울시의 대표적인 시장축제로 특성화시키고, ‘거리예술 퍼포먼스’, ‘예술 만물상 프로그램’ 등 기존의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연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기적인 작품전시회 및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공방 체험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어, 시민들이 시장에 와서 예술작품을 구경하고, 예술가와 함께 도자·북아트·금속 등 공예작품을 직접 만들고, 시장에서 장도 보는 독특한 체험의 장을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개관한 지 10여 일 지난 ‘신당창작아케이드’는 많은 문제점에 노출돼 있다. 이곳의 소유는 서울시, 관리는 시설관리공단, 운영은 서울문화재단으로 분리돼 공방의 작은 인테리어 하나를 바꾸는 데도 제도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또 많은 인파가 몰려야 할 금요일 저녁인데도, 지상에서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을 시청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데 반해 지하 아케이드는 다소 한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왕래하는 시민들의 수가 적었다.

▲금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한적한 지하 아케이드

손녀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박정용(61, 신당동)씨는 “거리가 예전보다 깔끔해진 것은 좋지만 오가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어진 만큼 이곳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더불어 중앙시장이 좀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시장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최지환(53. 장충동)씨는 “삭막했던 지하상가에 ‘신당창작아케이드’가 들어와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아진 점은 인정하나 실질적으로 장사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현재 창작공간에서는 수익행위가 금지돼 있어 찾아오는 사람들이 단순히 관람에만 그치고 있다. 예술가들과 상인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당창작아케이드’의 전체적인 기획을 맡은 김진호(서울문화재단 창작공간추진단)씨는 “그동안 개관 준비를 하느라 직원들과 입주 작가들 모두 쉬는 날 없이 너무 고생했다”며 “아직 시행 초기라 다소 부족한 부분들이 있겠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접근해 시장 상인, 지역 주민들과 화합하는 데 힘쓸 것이다”라고 앞으로 계획을 밝혔다.

서울문화투데이 최정길 인턴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