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레앙 허의 '재밌게 공연보기'
오를레앙 허의 '재밌게 공연보기'
  • 오를레앙 허
  • 승인 2009.10.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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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나비이마주 공연리뷰

“음악가는 정치가가 될 수 있어도 정치가는 음악가가 될 수 없다.”

   
오를레앙 허
한국음악의 연주기법과 서양악기의 가장 성공적인 결합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작곡가 윤이상,  머나먼 타향에서 고향 통영을 너무나 그리워한 소시민의 감성을 가진 그는 고향에 대한 사랑이 통영을 지나 서울로 평양으로 한반도 전체에 퍼져 남북한의 통일을 누구보다 열망하였다 .

그의 이와같은 삶을 주제로 한 연극 <나비오마주>가 대학로 문화공간 엘림홀에서 열리고 있다. 20세기에 불붙은 이념의 라이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두 체제의 가장 훌륭한 실험무대가 되고 있었던 20세기의 한반도에서는 가장 비정치적인 인물이 가장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마침내 버림받는 희생양이 늘어나고 있었다. 

 시대의 아픔을 겪고 있는 조국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쌓은 명성을 가장 비정치적인 방법을 통해 정치적으로 활용할 줄도 알았던 참여 예술가. 윤이상, 왜 그는 자신을 투옥하고 깊은 상처를 안긴 조국을 끝끝내 사랑할 수 밖에 없었으며  반공교육이 극으로 치달을 무렵인 당시 늑대인간이 호시탐탐 남한 사회를 노리는  괴수?의 땅 북한땅으로 어떻게 혈혈단신으로 용기있게 발을 내 디딜 수 가 있었던 것일까 . 극중에서는 그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남측요원의 거듭된 회유에도 순응하지 않은, 순진한 사람으로 그리고 있었다.

그는 정말 가까운 미래에 닥칠 자신의 운명을 전혀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순진한 인물이었을까. 결론은 결코 아니다란 것이다. 당당하게도  그는 자신이 맞이하게 될 미래를  두려워 하지 않았다. 극중 그의 독백에서도 엿볼 수 있다. “ 나의 몸은 가둘 수 있어도 내 영혼만큼은 가둘 수 없을 것이다 ”

하지만 그도 인간이다. 차가운 옥중에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경상도 남자인 가장의 무뚝뚝한 모습과 가부장적인 태도로 인해 가족이 고통당하는 대조적인 모습도 그려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역사적인 인물들이 그의 가족엔 소홀한 경우를 종종 본다.

추위에 연필을 쥘 힘조차 없었던 옥중에서도 작품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예술혼은 눈부셨다. 20세기의 현대음악은 쇤베르그의 12음기법 무조음악이 지배하던 시기이다. 윤이상도 이미 세계표준이 된 이 작곡 기법을 피해갈 수 는 없었고 작품들은 난해하지만 의미있는 작곡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자랑스런 한국인이 된것이다. 일반인은 쉽게 납득되기 힘든 높은 수준의 이해를 필요로 하는 무조음악의 틀안에 서양악기를 통해 따뜻하게 표현한 국악 기법을 그보다 더 치밀하게 표현해 낸 이는 없었다.

고향 통영에서 바라본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반짝이는 바다와 사진처럼 정지된 모습을 한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을 개구장이 통통배가 물놀이하고 갈매기가 뒤따르는 우리나라 항구의 전형적인 풍경을  난해한 그의 현대음악 작품 곳곳에 그림찾기 하듯 고묘하게 숨겨놓았다.

색채의 대가 화가 마티스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포탄이 날아드는 고향을 등지지 않았다. 그의 이와같은  남다른 고향사랑은  윤이상과 비교된다. 하지만  그의 고향사랑은  한반도 전체로 확대되어 작품 속에 더욱 은밀하고 노골화 되어 있다.

그가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정치적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아픔으로 이해한 것은 배경을 중시하는 동양인의 사고 구조와 깊은 연관이 있는 듯 하다. 자신의 작품의 배경이 되는 조국의 정치적 상황과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마치 자신이 풀어내어야 할 과제로 여긴 것이 그 예이다. 혹시 수퍼맨 콤플렉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정치가에게 이와같은 콤플렉스는 위험하지만 예술가에겐  매력이다.

오를레앙 허 press@sctoday.co.kr

오르레앙 허 (본명 허성우)

작곡가/재즈피아니스트

음악교육과을 전공, 프랑스 파리 유학.
IACP, 파리 빌에반스 피아노 아카데미 디플롬, 파리 에브리 국립음악원 재즈음악과 수석 졸업.
재즈보컬 임미성퀸텟의 1집 ‘프린세스 바리’ 녹음 작곡과 피아노.
제6회 프랑스 파리 컬러즈 국제 재즈 페스티벌 한국대표(임미성퀸텟)
제1회 한전아트센터 재즈피아노 콩쿨 일반부 우승
현재 숭실대, 한국국제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