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3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장터에서 쌈지담배를 꺼내 긴 곰방대에 넣어 피웠다.
내가 어렸을 적 볼 우물이 움푹 들어간 윗집 외동할매는 당산나무 그늘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온종일 곰방대를 입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시간을 조각내서 다시 그 시간을 태우는 외동할매는 곰방대연기에 따라
옛날이야기도 바뀌었다.
담배가 우리서민들의 기호품이 된 때가 18세기라고 하는데
그때부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피워대는 기호품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나 담배는 우리일상생활을 지배할 정도로 산업과 생활풍속,
문화와 예술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기나긴 겨울밤,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없을 때 담배를 피워 물자
빈방에 봄도 함께 피어난다면 아직은 담배가 맛있을 때 가 아닐까...
삶의 각박한 전쟁 속에서 담배연기의 가벼움에서 느끼는
맛이야말로 너무나 인간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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