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공간과 교류하는 감동의 빛, 도시 곳곳 만들어야 할 때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공간과 교류하는 감동의 빛, 도시 곳곳 만들어야 할 때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9.08.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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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조명 프로젝트 통해 장소 가치 창출과 적극적 행동 유도 공공프로젝트 매우 흔해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Lawn on D는 보스톤 남쪽 워터프론트 지역에 있는 이벤트 공간으로 보스톤의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이곳은 보스톤 컨벤션센터 및 사무실, 주거건물이 들어서는 개발계획 부지에 디자인 회사 SASAKI에서 실험적인 임시공간을 제안한 것이었다.  잔디 광장과 함께 그네, 그리고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구조물, 고정되지 않은 가구를 두어 자유스럽게 공간을 이용하도록 하였다. 가장 인기를 끈 것은 색이 변하는 그네로 사람들을 이 곳에 밤에 오도록 하는 요소가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이너가 의도한 바는 개발하는 동안 도시의 경관이 방치되는 것을 막고 개발 예정인 지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이끌어 내는 것 그리고 개발의 방향에 대한 공유등 디자인을 통한 사람들의 장소에 대한 경험을 만들어 주고자 한 프로젝트였다.

보스톤은 BIG DIG이라는 도시 전체를 갈아엎는 듯한 공사를 1991년부터 2007년까지 약 20년 조금 못미치는 기간 동안 했었던 역사가 있어 개발사업은 어느 누구도 달가와 하지 않았을 것이다. SASAKI 디자인회사가 무슨 이유로 이러한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실현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분명한 건 이로 인해 당 사업지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음에 틀림없다. 특히 대부분의 개발 사업지는 야간환경의 안전이 매우 취약하다. 주간에도 인적이 드문데 야간에는 말할 것도 없다. 대부분 주간에 공사가 이루어져 야간에 통행량이 없으므로 가로등도 최소한으로 설치하거나 아예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색색의 그네로 한적하고 어두운 개발부지로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관광명소로 까지 이름나게 했다는 사실은 아마도 조명조형물 중 가장 의미있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제  LAWN ON D는 더 이상 임시 설치물이 아니라 이 지역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공간으로 혁신의 플랫폼이자 무한히 사고의 확장을 실현하는 공간이며 지역사회 행사를 위한 활동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글로리 광장은 장 누벨의 AGBAR TOWER 전면에 위치하는데 낮에는 일반적인 광장의 형태로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밤이 되면 바닥에 설치된 550개의 선형 조명기구가 주변의 소리에 따라 패턴이 변하거나 그 색이 변한다. 이 빛의 변화는 여러 소음에 각기 달리 반응하며 사람들은 광장에 설치된 마이크를 통해  광장이라는 공간과 소리로서 교감한다. 이 프로젝트는 조명디자인 회사인 Artec3 studio가 계획한 것으로 BruumRuum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며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AGBAR TOWER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원색의 조명과 함께 밤에 방문해야하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런던의 Finsbury Avenue 광장은 2000년대 초반 공공의 장소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준 조명프로젝트로 유명하다. 이 광장은 주변이 금융계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 한적한 광장으로 2001년 SOM이라는 건축설계회사가 새로운 광장의 이미지를 제안하기 전까지 야간에는 물론이고 주간에도 주변 건물의 그림자가 하루종일 드리워져 늘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로 인적이 드문 광장이었다. SOM은 여기에 바닥의 패턴에 따라 띠조명을 설치하여 전체 바닥에 다양한 조명의 색이 펼쳐지고 이는 주변 건물의 유리 파사드에까지 반사되어 온통 칼라빛으로 물든 공간을 만든다. 가을에는 단풍에 물든 주변의 수목과 어울리는 색을 연출하고 여름에는 푸른빛의 조명으로 그리고 겨울에는 흰색의 조명으로 계절감을 강조하게 한다. 이후 이 광장은 런던의 야간명소가 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주간에도 주변 건물 사람들이 점심을 즐기거나 이벤트가 열리는 등 그 공간에 대한 인식이 매우 긍정적으로 변한 사례이다. 

위의 세가지 사례 뿐 아니라 외국의 경우 조명 프로젝트를 통해 장소의 가치를 만들어 내거나 어떤 지역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거나, 혹은 공간에서의 사람의 어떤 적극적인 행동을 유도해 내는 공공프로젝트가 적지 않은 예산과 시간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매우 흔하게 시행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는 이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빛은 공해의 주범이고 양적으로 팽창해 가는 현상을 컨트롤하기에 바쁘다. 정량적 가치로 환산되어야 좋은빛과 나쁜 빛이 판단되고 고효율은 조명기구의 절대적인 가치이다.

이제는 이러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간과 교류하는 감동의 빛을 도시 곳곳에 만들어 나가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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