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 해안가, 사방이 포토존...2019바다미술제 개최
다대포 해안가, 사방이 포토존...2019바다미술제 개최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9.2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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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바다미술제 주제 ‘상심의 바다’, “ 환경이나 현대에 직면한 문제들 살펴", “전시 속에 시민참여 프로그램"

부산의 자연환경과 현대미술이 만나는 독특한 야외전시 바다미술제(Sea Art Festival)가 2년 만에 돌아왔다. 화이트큐브를 벗어던진 현대 작가의 작품들이 부산 해수욕장에 펼쳐진다.

▲(왼쪽)서상호 전시감독과 김성연 집행위원장

2019바다미술제는 ‘상심의 바다’를 주제로 28일 시작해, 내달 27일까지 부산 사하구 다대포 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린다. 12개국에서 온 35명 작가들의 작품 21점을 선보인다. 드넓은 백사장과 조수간만, 아름다운 일몰, 강과 바다가 만나는 풍광 등 천혜의 자연풍광이 있는 다대포해수욕장과 예술작품이 한대 어우러져, 30일간 색다른 포토존을 형성할 예정이다.

미술제 주제 ‘상심의 바다’는 돈 깁슨의 명곡 ‘Sea of heartbreak'에서 영감받았다. “항구의 불빛은 더이상 나를 비추고 있지 않구나”라는 노래 가사같이, 바다를 기다리며 다시 돌아오라는 의미를 전한다. 환희ㆍ희망ㆍ여름, 익사이팅(exciting)한 바다보단 ‘상심’을 주제로 한 바다가 미술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필 수 있다.

▲이승수 작가의 <어디로 가야하는가>

지난 27일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프레스 프리뷰를 개최해, 전시 내용을 개막 하루 앞서 공개했다. 비바람의 언습에도 아랑곳 않고, 퍼포먼스 재현 및 미술제 전시작품을 상세히 설명하는 참여작가들의 열정이 빛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김성연 집행위원장은 2019바다미술제 개최 장소에 관해 “다대포 해수욕장은 부산 사하구에 속한다. 해운대나 광안리에 비해 익숙하지 않은 동네이다. 작년 을숙도에 부산현대미술관이 개관해 부산비엔날레를 개최했다”라며 “초기 해운대에서 진행한 행사들이 점점 서쪽으로 모이고 있다. 해운대-광안리-송도-다대포 순으로 열렸다. 바다미술제가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열리는 것은 2015년, 2017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문화향유 기회가 적던 사하구 시민에게 향유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의를 전했다.

▲'미술회관 속 산토끼가 탬버린'을 치네 작가들,오유경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

2019바다미술제 특성에 관해선 “화려한 작품으로 시각을 자극하는 작품들 보단, 환경이나 현대에 직면한 문제들을 살피는 작가들이 많이 참여했다”라며 “시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외부 팀 작업에 작은 공간으로 조성했다. 전시 속에 시민참여 프로그램들이 녹아있다”라고 설명했다.

2019바다미술제를 총괄 기획한 서상호 전시감독은 바다미술제 아시아 작가 참여에 관해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가 아시아 미술이다”라며 “아시아 국가들은 해양성의 문제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어, 그런 국가의 작가 작품을 배치했다”라고 말했다.

서 감독은 전시밀도를 높인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이번 미술제 전시 팀을 10팀 정도로 적게 꾸렸다고 전하며 “작품은 높고, 멋있으며 기념비적인 것보다는 낮고, 넓게 가는 방식에 중점을 뒀다. 이번 미술제에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9바다미술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했다. ‘상처의 바다’ㆍ‘변화의 바다’ㆍ‘재생의 바다’로 아름답게만 보이는 바다 이면에 존재하는 여러 요소들을 수면위로 꺼내어 다대포해수욕장과 해변공원, 다대 쓰레기소각장에 펼쳐놓았다.

▲이상원 작가의 <유니콘을 만드는 방법>

작가들의 협업, 다층적 시각 한 자리에

‘상처의 바다’는 한국ㆍ네팔ㆍ라오스ㆍ몽골ㆍ일본 등 10개국 23명 내외 작가들이 참여했다. 작가와 작가주변 협업방식으로 만들어진 유기적 작업을 선보인다. 예술가들의 다층적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통해, 현실 문제를 돌아 볼 수 있다.

▲네팔 작가 마니 쉬 랄 쉬레스다가 그의 작품 <수직물결>을 설명하는 모습

‘미술회관 속 산토끼가 탬버린을 치네’는 ‘플랫폼 산토끼’의 박성호ㆍ‘탬버린’의 이은영, ‘현대미술회관’의 정윤주 등 설치미술가들이 모여 결성한 그룹이다. 미술제에 작품 “움직이는 조각공원”을 선보이며 도심 속에서 줄어가는 ‘쉼’의 공간을 늘리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해당 작품들은 미술제 기간 동안 흩어지거나 움직일 수 있도록 작품아래 바퀴를 달았다. 미술제에는 이상원ㆍ상환ㆍ조시안ㆍ오유경 등 작가들이 참여했다. 오유경 작가 ‘바람의 탑’ 작품을 “바람과 바라다의 바람, 언어의 이중적 의미를 담은 탑이다. 기하학적 모듈로 구성해 현장에서 손쉽게 조립가능하다. 소원을 빌면 소원도 이뤄진다”라고 말했다.

이상원 작가는 말 형상에 뿔이 있는 작품 ‘유니콘을 만드는 방법’에 관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전했다.

▲입협의 윤성지 작가가 <다대포 칠성사이다>를 설명하고 있다

네팔 작가인 마니 쉬 랄 쉬레스다는 부산시민과 단체가 기부한 옷 1,500여 벌로 만들어진 108m의 설치 작품 ‘수직물결’을 선보인다. 헌 옷으로 만든 작품에 대해 그는 “인간이 수직(직립)으로 서 있듯, 우리 안에 있는 에너지를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라며 “하나의 커뮤니티 방식으로 만든 작품으로 네팔 뿐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했다. 옷에는 한 사람의 정서나 감정이 담겨 있다”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미술관 ‘생생회화 2018 헤어날 수 없는’展을 위해 모인 임협(임시협의체), 김문기ㆍ윤성지ㆍ윤희수 세명의 작가가 만든 작품을 선보인다. 칠성사이다 박스 2,000여개를 쌓아 올린 작품 ‘다대포 칠성사이다‘로, 다대포 모래사장 위 쌓인 칠성사이다 상자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동시대 작가들이 겪는 작가들의 모순과 분열 상황 등을 작품으로 설명한다. 작품을 통해 예술과 자본의 관계 예술-후원에서 예술-협업으로 변화는 기점을 시각화했다.

▲알프레도 & 이자벨 아퀼리잔의 <바람의 이야기, 바다의 서사>(사진=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약 1,500여개의 대나무 기둥으로 구성된 알프레도 & 이자벨 아퀼리잔의 작품 ‘바람의 이야기, 바다의 서사’는 바람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극대화한다. 작품에 한국에서 죽음을 뜻하는 흰색 리본이 바람에 펄럭이는 동시에, 독특한 소리를 내는 '윈드하프'를 병치했다. 상처 입은 자연의 절규를 내보인다.

수십여 개의 군상으로 구성한 이승수 작가의 ‘어디로 가는가’는 눈길이 간다. 다대포해수욕장의 해변 정중앙에 설치돼, 자연과 어우러진 작품이 매 시간마다 다른 풍광을 연출할 예정이다.

아시아 3개 국가 환경고민 담아...관객 체험으로 작품완성

‘변화의 바다’에선 대만, 태국, 홍콩 3개 팀 11개 작품을 선보인다.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단체 중 부산과 같은 해양지역과 유사한 고민을 담은 작품들을 선별했다. 서로 다른 언어권 작가 및 작가의 다양한 생각과 활동을 전시한다.

콜렉티브 그룹인 홍콩의 아트 투게더(Art Together)ㆍ대만의 타이둥 다운아티스트빌리지 & 토코 스튜디오(Taitung Dawn Artist Village & Toko Studio)ㆍ 태국의 텐터클(Tentacles)이 예술 체험 기회를 확장해 관객이 전시를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각 그룹이 제작 혹은 설치한 파빌리온을 거점 삼아 관객들의 작품 활동참여를 유도해 전시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ㆍ대만의 타이둥 다운아티스트빌리지 & 토코 스튜디오(Taitung Dawn Artist Village & Toko Studio)의 <해변가에 섬이 생긴다면>을 설명하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타이둥 다운아티스트빌리지 & 토코 스튜디오 작가는 “환경문제로 인한 자연 훼손문제에 중심을 갖고 참여했다. 부산에도 하나의 섬을 만들어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라며 “아메이 부족의 전통 생활방식을 전시에 담았다. 해양환경문제에 대해 늘 고민해 왔는데 작품으로 환경문제를 논하게 돼, 기쁘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작가와 관람객과 노래를 부르고 해양 쓰레기를 활용한 생활용품을 제작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트 투게더는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를 그들의 작품 <상심의 웅덩이>에서 이끌어 낼 예정이며, 텐터클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구조물 내에서 태국 전통 음식과 노래를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전시를 통해 국적과 관계없이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감각을 일깨울 예정이다.

아시아 지역 3개국의 콜렉티브 그룹이 기획하고 직접 운영하는 이번 시민 참여 프로그램들로 전시기간 내내 진행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사전신청으로 운영되며 세부사항은 부산비엔날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텐터클의 작품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는 태국에서 어린시절 사용한 실전화기의 수신기의 반을 자른 구성물이다. 이곳에서 태국음식을 시식해 볼 수 있다

쓰레기 소각장에 작품을...

‘재생의 바다’는 한국작가 한명이 참여한다. 본래 기능을 다하고 방치돼 있는 ‘다대 쓰레기 소각장’을 활용해 ‘재생’의 상징적 의미를 찾는다. 이광기 작가의 ‘쓰레기는 되지 말자’를 선보인다. 텍스트 작업으로 직관적인 문구를 통해 개인의 삶과 사회적 인식에 관해 고민하게 한다. 2013년도 이후 더 이상 사용 되지 않던 ‘다대 쓰레기 소각장’ 외벽에 LED 글자 전광판을 설치해 단도직입 적인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2019바다미술제의 출품작들은 이처럼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며,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자연적 요소들과 작품들이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순간들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자연에 대해 사유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광기 작가가 <쓰레기는 되지 말자>를 다대 쓰레기 소각장 외벽에 텍스트 작업을 선보인다(사진 =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이외에도 전시와 연계한 학술세미나와 참여 프로그램으로 미술제의 이해를 돕는다. ‘2019바다미술제 현장토크’가 10월 매주 금요일 16시부터 18시까지 다대포 해변공원과 제2잔디 광장에서 열린다. ▲10월 4일 작가와의 대화  ▲10월11일 바다미술제의 기억 ▲10월 18일 예술협동조합 토크 ▲10월 25일 미술과 반려동물 ▲10월 12일 17시 다대포 특별 무대에서 공연프로그램

한편 부산광역시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부산비엔날레는 1981년 발족해 제7회까지 치러진 '부산청년비엔날레'ㆍ1987년 발족해 제9회까지 치러진 '바다미술제'ㆍ1991년부터 치러진 '부산야외조각대전'을 통합한 미술 행사이다.

2001년 1월 부산청년비엔날레의 정통성을 잇고 세계적 규모의 격년제 미술행사로 거듭나기 위해 부산비엔날레로 명칭을 바꾸어 2002년 제1회 부산비엔날레를 개최했다. 2010년 제5회 부산비엔날레 개최 이후, 짝수 해는 부산비엔날레ㆍ홀수 해는 바다 미술제를 진행한다. 세계적인 예술 브랜드로 육성하고자 매년 예술행사를 개최한다.

2019바다미술제에 대한 상세 정보는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www.busanbiennale.org)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