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한강 유람선에서 바라본 수변경관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한강 유람선에서 바라본 수변경관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9.12.3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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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엄동설한에 처음으로 한강 유람선을 탈 기회가 생겼다. 연말모임 장소라고 받고 보니 유람선. 서울에 살면서, 수없이 한강다리를 건너다니고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를 오가면서 유유히 강물 흐르듯이 흘러가던 유람선을 보기만 했지 한번도 타 볼 생각을 안해 본 것도 갑자기 신기해졌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한 번도 올라가 보지 않은 뉴요커 생각이 났다.  

유람선을 타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유람선을 탄다는 사실을 알았다. 외국인 뿐 아니라 가족, 친구, 연인등 강바람을 즐기기에 추운 날씨임에도 제법 사람이 많았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저녁을 먹고 유람선 즐기기의 하이라이트 ‘갑판에서 강 바라보기’에 나섰다. 무드를 위해 와인 한잔씩을 들고..

다행히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아 시원하게 열려진 한강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해가 지면서 한강의 양옆에 펼쳐질 야경을 기대하며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을 만드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고 자랑할 마음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서울의 야경이 아름다운 것은 야근하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했던가.. 

실망스럽게도 유람선에서 바라본 야경은 아파트의 불빛들 뿐, 아무것도 볼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새로 들어선 주상복합의 조명은 그나마 볼거리가 있었으나 지은지 오래된 아파트들은 무표정하게 벽처럼 서 있었다. 몇 개의 한강다리 밑을 지나면서도 사진 한 장 찍지 못할 정도로 야간경관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볼거리가 하나도 없었다면 과장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색색의 불이 켜져 야간명소가 된 반포대교 분수도 동절기라서 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볼거리 없는 한강이라니 서울시의 야간경관에 대하여 여러 경로로 의견을 보태왔다고 생각했는데 내 안에는 고층건물들과 자동차 전조등 불빛으로 가득한 도로가 서울의 야경이라는 편견이 있었나보다.

내가 사는 환경의 조명은 감성적이고 사회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이라는 더 많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환경에는 오로지 정량적인 평가와 가이드라인이라는 ‘자’만 들이대고 있었나보다. 서울의 한강과 같은 큰 강을 가지고 있는 도시가 많지 않다며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수변 경관을 잘 활용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글로만 적고, 잊고 살았나보다.

최근 런던을 다녀온 지인이 템즈강변이 달라졌으며 회색빛 런던이 다르게 보인다고 하여 자료를 찾아보니 유람선에서의 나의 반성이 새로이 떠올랐다. 

지금 템즈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는 Illuminated River 라는 프로젝트가 진행중이었다. 2019년에 시작하여 2022년까지 15개의 다리 조명을 LED로 교체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로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가장 넓은 범위에 걸쳐 실현하는 공공 예술 프로젝트이다.

영국의 로스차일드재단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자선단체 illuminated river foundation을 설립하여 전적으로 프로젝트를 위한 기금을 마련한다. 

모든 교량의 조명계획은 현상설계를 통하여 조명전문가 및 엔지니어, 도시계획가, 정치가, 행정가 그리고 재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공정하게 선정하도록 되어 있어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조명아티스트들에 의해 새로운 조명기술과 미디어 아트적인 요소를 곁들인 디자인들이 제안되어 이미지만 보고도 런던여행을 계획하고 싶어질 정도로 흥미로웠다.

지난 2019 7월 첫단계로 4개의 다리 - 밀레니엄, 사우스워크, 캐논스트리트, 및 런던 브릿지-에 조명이 밝혀졌는데 이를 디자인 한 미국의 조명예술가 Leo Villareal과 영국의 건축가 Lifsschutz Davidson Sandilands 는 영국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런던 하늘의 노을, 일출에서 보여지는 색의 조명을 연출, 다리 각각의 건축적 특성 및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하여 표현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런던시장 Sadiq Khan는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런던의 사람들이 수세기 동안 런던의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온 템즈강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인식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고 했다.

서울 사람들에게 한강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강을 가로지르는 교량들이 수행해 온 사회적인 역할을 누구든 생각해 본 적은 있는지 궁금해진다.  한강변에 병풍처럼 들어선 아파트의 행렬이 어떤 의미이고 또 그 경관을 매일 바라보는 서울시민에게 어떤 영감을 줄지 고민해 본사람은 있는지 궁금해진다.

우리에게 한강은 당연히 존재하는 경관으로 그것의 의미를 과소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것의 도시적 의미에 대한 고민없이 한강을 둘러싼 환경을 경제적 논리로만 보고 만들어가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일상의 환경에 예술이 공존하고 사회적 기능을 갖는 경관요소가 삶에 예술적 영감을 주는 것, 그것이 도시 경관의 역할이라면 우리도 런던의 Illuminated River 프로젝트처럼 한강이라는 자연경관을 좀 더 장기적으로 심도있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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