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해인사에서 열린 호국 추모재에서 6·25 전쟁 중 공비들이 주둔해 있던 해인사 폭격을 중지시킴으로써 팔만대장경을 지켜낸 고 김영환 장군이 명예도민증을 받았다.
고 김영환 장군은 초대 공군의 산파역할을 한 공군 창설 주역 7인중의 한 사람으로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에서 F-51전투기를 인수, 한국 공군 최초로 독립된 편대를 이끌고 단독출격을 했다.김장군은 당시 지리산 토벌대에 쫒겨 가야산으로 숨어든 공비 900명을 소탕하기 위해 출격한 공군 비행편 대장이었다.
그러나 폭탄을 투하하는 지점이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임을 알고 순간적으로 기수를 돌려 해인사로 예정된 폭격을 포기했다.
당시로서는 간첩으로 몰리거나 이적행위로 간주돼 현장에서 처형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로서 팔만대장경은 오늘에 남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및 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인들에게도 가치를 인정받는 인류의 자랑스러운 문화재로 보존됐다.
故 김영환 장군은 공군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를 창안해 낸 공군 문화의 창시자로 영화<빨간 마후라>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장군이 1951년 11월 강릉기지사령관 시절 도미교육(미 공군 FOC과정) 신고를 위해 대구에 있던 공군본부로 출장을 가는 길에 친형인 초대 공군참모총장 김정렬 소장 댁에 잠시 들렀을 때, 형수인 이희재 여사가 입고 있던 자주색 치마를 보고 형수에게 마후라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 형수가 남아 있던 치맛감으로 만든 자주색 마후라를 최초로 착용했다.
그 후, 1964년 전투조종사를 소재로 한 빨간 마후라 영화가 상영되어 크게 히트하고 영화 주제곡이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게 되면서 빨간 마후라가 공군조종사를 지칭하는 상징이 되어 고등비행교육과정을 수료한 조종사들에게 조종흉장(pilot wings)과 함께 참모총장이 직접 빨간 마후라를 수여하는 전통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지킴이 감사패를, 김태호 도지사는 명예도민증서와 패를 추서했다. 또한 문화재청은 별도로 내년에는 문화훈장을 추서할 예정이다.
김태호 도지사는 “장군께서는 해인사 폭격을 앞두고 찰나의 결단으로 팔만대장경과 해인사를 영원히 보존하도록 했지만, 장군의 문화유산에 대한 사랑과 조국에 대한 애정,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찰나의 결심’을 만든 것으로 믿는다”며 “장군의 뜻을 잘 잇겠다는 결심을 장군의 영전에 드린다. 너무 늦은 추모에 마음이 아프다”고 심경을 밝혔다.
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 박희경 기자 cnk@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