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해 서울시 새마을회 회장,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남상해 서울시 새마을회 회장,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 이은영 편집국장
  • 승인 2009.11.2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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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 중국집 ‘하림각’ 꿈꾸고 상상해 그려내기까지…

바닥부터 구름 위까지… 남상해 회장이 만들어 낸 인생 계단이다. 처절할 정도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는 희망의 빛을 놓지 않았다. 꿈을 꾸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그려냈다. 2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없을 정도로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이루어 내고야 마는 집념의 사나이.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세계 최대의 중국집 ‘하림각’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고객을 왕처럼 생각하고 직원을 가족처럼 여겨왔던 ‘경영철학’. 어느 시대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따뜻한 인간애를 실천했다. 청계천 신화의 숨은 그림자, 역전의 명수…. 그의 애칭 속엔 언제나 뜨거운 삶의 에너지가 녹아 있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새로운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는 남상해 하림각(서울시새마을회 회장) 회장을 만나 봤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면 반드시 꿈은 이루어진다”란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나요?

어떤 것을 하고 싶다든지 갖고 싶다든지 하는 욕심은 많지 않았습니다. 남들처럼 ‘군인을 보면 장성이 되고 싶었고, 음식점에서 일할 땐 나중에 반드시 큰 음식점의 사장이 되야겠다’라고 꿈으로 만든 기와집을 가슴속에 짓곤 했었죠. 하지만 꿈을 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항상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그려냈던 습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말 매순간 열심히 일하면서 밤새도록 잠을 설칠 정도로 이런저런 상상을 많이 했습니다.

집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군요. 머릿속에서 먼저 각 도면의 설계를 혼자 상상합니다. 다른 집도 가보고, 구체적인 자료도 수집하고, 기둥을 넣기도 하는 등 일단 머릿속에서 구체적인 도안을 그린 후에 실행합니다.

하림각을 지을 때도 이렇게 했습니다. 직접 설계, 토목, 건축까지 다 했습니다. 업체한테 맡기면 돈 문제도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제 마음에 드는 건물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직접 짓게 됐습니다. 연회장을 설계할 땐 고객들이 보다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둥 없이 짓게 됐고 절감된 비용으로 철골을 더 보강해 정말 튼튼하게 지었습니다.

꿈도 마찬가집니다. 단순히 꿈만 가지고는 목표를 이루기 힘듭니다. 그 꿈이란 그릇에 노력이란 내용물이 꽉 채워질 때 비로소 성취감이란 느낌을 맛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동안 봉사활동도 많이 하시고 여러 조직에서 직책도 많이 맡으셨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곳이 있으시다면?

모든 일에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웃음) 애착이라기보다 새마을회에서의 활동이 기억에 많이 남더군요. 요즘 우리나라 국민들이 새마을정신을 잊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가 새마을운동이 아니었더라면 과연 지금처럼 잘살 수 있었을까요? 행여 그렇더라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들이 필요했겠죠.

개인적으로 역대 지도자들 대부분이 새마을정신을 지니고 실천했기 때문에 오늘날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잘사는 나라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를 들면, 세종대왕은 한글로 세상을 바꿨고,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으로 세상을 바꾸지 않았습니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각별함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작은 나라가 경제대국이 됐다는 게 놀라운 거죠. 중국인들조차 맨손으로 훌륭한 나라를 만든 건 박정희이고 두 번째가 등소평이라고 말하는 중국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일 아닙니까? 이미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새마을정신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교육을 받았거나 혹은 앞으로 받을 나라를 세보자면 약 162개국에 이릅니다. 사실 오늘날 제가 있기까지 박 대통령의 영향도 무시 못 하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도자의 중요성이 늘 강조돼 왔듯이 제 지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야말로 진정한 지도자 아니겠습니까.

회장님 성공 노하우 가운데 ‘고객을 만족시키기 전에 먼저 직원을 만족시켜라’란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바쁜 상황에선 질서가 사라지기 마련이죠. 일반 중국음식점 직원은 자장면 한 그릇 시키시는 고객을 멸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바쁘고 정신 없을 때 자장면 하나 시키시는 분에게 많이 신경 못 쓸 수도 있겠지만, 분명 그런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체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이런 점들을 조금씩 바꿔 보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서 비록 자장면 한 그릇을 시키는 고객일지라도 그 고객을 대한민국 전 국민이라고 생각하고 대접하라고 말하곤 합니다.

신문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작은 신문도 분명 볼거리가 있는 것이고, 언론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 아니겠어요? (웃음) 작다고 무시하다 보면 큰일나죠.(웃음) 고객을 만족시키기 전에 먼저 종업원부터 만족시켜야겠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진심으로 대해야만 종업원이 잘 따라줄 것이고 그래야 사업도 번창할 수 있는 거죠. 또 사장이 욕심만 부리면 직원이 먼저 알게 됩니다. 그럼 망하는 길밖에 없는 거죠. 직원이 앞장서서 회사를 도우려 할 때 비로소 그 회사가 성공하지 않나 싶습니다. 혼자 욕심내서 갖기 보다는 모두 나누자란 마음으로 매사 임하면 어떤 일이든 성공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남 회장님의 호를 딴 ‘구당 전시관’을 오픈했는데요, 전시관이 갖고 있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전시관은 40년간의 제 삶의 흔적을 모아온 곳입니다. 그동안 개방을 안 했었어요. 왜 개방을 안 했느냐면 여러 가지 이유가 좀 있습니다. (웃음)

이 자리가 원래 조선조 때 한기석 대감 별장이었어요. 지금의 재무장관 급으로 옛날에 이 땅을 밟으면 뜻을 이룬다는 전설까지 있을 정도로 명당인 곳이지요.특히 이 자리는 전직 대통령은 다 다녀갔던 자리입니다. 왔다가면 대통령 되더라는 거지요. 이런 소리를 들은 분들이 한결같이 명당자리 땜에 하림각이 크게 된 거 아니냐, 혼자만 잘되려고 하지 말고 모두 잘되자는 성화에 문을 열기로 한 거지요. (웃음)

▲남상해 전시관
지금껏 가장 보람을 느끼신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참 어려운 시절을 살았습니다. 끼니를 걱정해야 했고 잠을 줄이면서까지 일해야 했으니까요. 돈이 없어서 부모님께 제대로 회갑 잔치 한번 못 해 드린 게 한이 되더군요. 길가다 어머니 같은 분 보면 가슴이 아련합니다.

지금 아무리 재산이 많으면 뭐하겠습니까? 돌아가신 분들이나 저나 의미 없는 것이죠. 그런 생각을 해오다 노인 잔치 열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1년에 1만 명 정도 대접해 드리고 있습니다. 종로뿐 아니라 은평구, 용산구 등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 갈 생각입니다. 비록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긴 해도 계속해야죠. 돈은 어떻게 버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웃음)

한식의 세계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물론 한식의 세계화는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널리 알려 세계 속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장점을 알리고 단점은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식은 먹고 남아서 버리는 게 너무 많아요.

이런 부분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엄청난 비용인 거죠. 또 버린 음식 처리 문제와 더불어 들어가는 기타 비용도 상당하겠죠. 물론 한식에 국한된 내용은 아닙니다.

이런 점들을 세심히 개선해서 우리나라 음식이 국제적으로 당당하게 알려질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은 게 어딨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제도화해서 버리는 음식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합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후일 묘비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시길 바라는지요?

살면서 자기 뜻을 다 이룰 순 없겠지요. 그래도 국민들 전체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생각… 얼마나 우리 국민들이 어려움 속에서 살아 왔습니까?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고 그런 부분에 작은 도움이 된 사람으로 주변에서 알아주신다면 묘비에 몇 자 적힐 수 있겠지요?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사람이고 싶어요. (웃음)

얼마 전 마이클 잭슨이 죽은 후에도 1천억 원을 벌더군요. 죽어도 욕 안 먹는, 전 국민을 생각할 수 있는 지도자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young@sctoday.co.kr
정리 및 사진 양문석 기자 msy@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