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숙 칼럼]앞에서는 긴급지원 뒤에서는 오페라 예산 삭감,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이중적인 문화예술정책
[남정숙 칼럼]앞에서는 긴급지원 뒤에서는 오페라 예산 삭감,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이중적인 문화예술정책
  • 남정숙 본지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20.04.2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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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핑계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예산 1/3 삭감
지자체 축제∙문화예술 예산 삭감∙유용 도미노 현상
▲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2010년에 시작해서 올해 11년째 되는 축제로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페라 축제이다. 

작년에는 국립∙민간 6개 단체가 참여해서 ‘사랑의 묘약’, ‘바그너 갈라’, ‘달하, 비취시오라’, ‘나비부인’, ‘배비장전’, ‘코지 판 투테’ 등의 레퍼토리와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야외무대를 마련했었다. 작년까지 축제 기간에 총 183편의 오페라가 공연되었으며, 누적 관객 약 32만 명을 기록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페라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과(過)도 분명해서 성악가를 채용하지 않는 국립오페라단의 페이퍼예술단 문제와 일부 민간오페라단에서 자행해 온 임금체납과 갑질 등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어서 이에 대해 이소영 조직위원장의 사과가 있었고, 나도 ‘기형적인 국가문화정책이 성악가들을 기형적인 고용구조로 내몰고 있다’라는 칼럼을 서울문화투데이에 기고한 바 있다. 

물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민간오페라단이 성악가들에게 자행하는 갑질과 불공정한 관행 구조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하겠지만 오늘은 중앙정부가 오페라계에 행하는 갑질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매년 5월 예술의전당에서 약 30일간 펼쳐지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오페라의 활성화 및 축제 기간에 국민들이 수준 있는 오페라를 저렴한 가격에 감상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등 국민들의 오페라 향유 기회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문제가 생겼다. 7억 원이었던 예산이 3분의 1이 축소된 4억 5천만 원으로 결정된 것이다. 

처음 이 소식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공연예술계 피해와 어려움을 알고 있는 이 정부에서 공연예술 긴급자금지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어떻게 뒤로는 공연예술인들이 출연하는 공연 축제의 예산을 깎을 수 있을까? 정말일까 싶어 여러 군데 알아보니 사실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체부와 기재부에 항의하고자 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첫째, 코로나19 위기를 이용해서 오페라계를 말살하려는가? 

문화예술인 특히 공연이 금지되어 생계가 막막한 공연예술계를 위해서 정부는 ‘공연예술분야 전담창구 운영’, ‘공연예술단체 대관료 지원’ 등 공연예술 긴급지원 정책을 만든 것이 아니었나? 성악과 오페라 분야는 공연예술이 아니란 말인가? 공연예술분야를 지원한다고 하면서 상반기에 실업 상태였던 성악가들이 그나마 출연료라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오페라 페스티벌의 예산을 올려주지는 못할망정 3분의 1을 삭감하는 건 무슨 심보인가? 

정부에서 생각하는 공연예술이란 성악과 오페라 분야 예술인들을 제외한 예술 분야를 말하는 것인가? 정부는 공연예술분야를 긴급지원한다고 하면서 성악가들과 오페라인들의 상반기 수입이 될 오페라 페스티벌의 예산을 삭감하는 이유가 성악가들의 자괴감처럼 ‘이 혼란한 기회에 돈도 안 되는 클래식을 말살시키고 돈 잘 벌어 오는 문화산업을 키우려는 야욕인가?’ 

둘째, 앞으로는 긴급지원 홍보, 뒤로는 문화예술 예산 삭감하는 것이 선진국인가? 

앞으로는 긴급지원을 한다고 홍보하고, 뒤로는 문화예술 예산을 삭감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정부의 이중플레이에 인지 부조화가 생길 판이다. 

세계인들이 선진국으로 칭송하는 소리는 듣기 좋고, 뒤로는 생계를 걱정하며 공연 하나에 목메는 문화예술인들이 죽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 관계기관 철밥통들의 오만함과 횡포에 진절머리가 난다. 사회재난에 힘겨워하는 예술가들에게 생존의 문을 닫아거는 나라가 선진국인가?

사회재난 시 생존이 위협받는 문화예술인들의 속성을 알고 있는 독일의 문화부 장관 모니카 그뤼터스(Monika Gruetters)는 “예술가는 없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특히 지금은 필수적이다”라며 위기상황 속에서 예술가 지원의 필요성을 더 강조하고 있으며 “독일 예술계가 국가경제에 연간 1000억 유로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며, 화학, 에너지, 금융서비스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예술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500억 유로(67조 원)를 즉시 지원하기로 했다. 사회재난에 문화예술인들의 고통에 공감하지도 동참하지도 않으면서, 심지어 자기 돈도 아닌 예산으로 갑질하면서 선진국연하는 진정성 없는 문화정책에 분노한다. 

셋째, 가장 큰 문제는 ‘사회재난 시 문화예술 예산 삭감의 빌미를 준 것’ 이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오페라 축제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문제는 클래식 분야의 문제만이 아니다. 

유례 없는 전 지구적 재난을 핑계로 대부분의 지방정부에서도 앞 다투어 축제 예산부터 삭감하거나 경제 활성화 예산으로 유용하고 있다. 마치 정법(正法)처럼 모든 지자체에 도미노처럼 번져가고 있지만, 지역축제는 문화예술 향유기회가 비교적 적은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이자 타 지역사람들과 소통하는 기회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역 여건에 따라 축소, 삭감하는 것은 지자체 장의 재량이겠으나 축제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권리인 예술향유, 소통, 경제활성화의 기회를 일방적으로 차단당하는 것이자 주민들의 문화복지 관련 권리를 빼앗는 것이기도 하다. 축제에 배당된 문화예술 예산은 타 항목으로 유용되기보다는 코로나가 지나간 후 지역주민들의 문화 향유 및 문화교육을 위해서 쓰여 져야 한다. 

문화예술 예산의 삭감∙유용 현상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차후 ‘사회적 재난이 닥치면 우선적으로 문화예술 예산을 삭감해도 된다’는 경험이 지자체에 위기 대응 관행으로 남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나는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위기상황에서 문화예술 예산부터 쳐내는 식의 정책에 대해서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예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이다. 시민들에게는 문화복지와 삶의 질 향상에 관한 문제이고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생계와 고용의 문제이다. 저항하지 않으면 등 따습고 배부른 그들은 우리의 고통을 전혀 알지 못한다. 마지노선은 투쟁을 해서라도 지켜내야 한다. 

넷째, 코로나19는 또 다른 방식의 블랙리스트인가? 

대구에서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등 모든 문화예술축제 예산은 삭감했으면서 유일하게 대구치맥페스티벌은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구뿐만 아니라 중앙∙지방정부에서 코로나19를 빌미로 선택적 예산을 행사하고 있다. 대구는 왜 문화예술 예산은 삭감하고 맥주축제 예산은 살렸을까? 기재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누가 무슨 근거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예산을 삭감하는가? 선택적 예산은 또 다른 블랙리스트 사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새로운 형태의 블랙리스트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를 주도했거나 방조했던 세력들이 다시 예산권과 인사권을 움켜쥔 채 문화 권력으로 행세하고 있고, 이들은 배운 것이 도둑질인지라 문화예술의 소양이 없는 이 정부 권력자들 곁에서 전문가인 척 행세하다가 정권 말기가 되자 한탕 하려고 벼르고 있다. 이 중 하나가 ‘클래식 공연의 영상화 사업’이다. 잠깐만 검색해도 이미 수많은 매체들이 공연장에 ‘영상화 사업’이 필요하다고 연막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앙정부의 선택적 예산삭감으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존폐위기에 놓여있다.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께 제안한다. 예술의전당은 국립 문화예술센터이다. 클래식의 영상화 사업들과 클래식의 유튜브 공개로 각 상영회마다 약 3,000명 이상의 시청자가 관람하고, 2,000석 규모의 오페라극장과 2,5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을 매진시켰다는 기사를 내고 자랑하는 것(각양각색 랜선공연 – 클래식 공연을 ‘뮤직뱅크’처럼, 헤럴드경제, 2020년 4월 17일 기사)은 클래식 전문극장으로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다. 국립인 예술의전당이 클래식 공연을 대중가요 TV프로그램인 ‘뮤직뱅크’처럼 하자는 말이 정상인가 싶다. - 더 이상 예술의전당은 문화예술인들을 마음 아프게 하지 말고 예산이 1/3이 토막 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공동주최자로서 축제의 성공과 국민들의 오페라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서 단체들에게 무료대관을 제공할 것을 제안한다. 

다섯째, 문화예술 예산을 함부로 칼질하는 자들의 무식함과 방조자들의 죄

국가적 재난이나 세계적인 역병이 돌면 문화예술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감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라는 명칭에 걸맞고 예술의전당이 공동주최하고,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축제로서 격과 위상은 맞춰야 한다. 

2019년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7억 원 예산에 6개 오페라단이 공연을 했다. 7억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축제 운영도 해야 하고 6개 오페라단이 공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부대행사들도 해야 한다. 오페라 단체들이 기존 작품을 그대로 들고 와서 공연한다고 치더라도 주연배우 4인, 오페라합창단 30명, 오케스트라, 무대 제작비, 의상비, 작곡∙작사비 일부, 편곡비, 2개월 연습비 등을 위해서 최소 1팀당 1억 원~2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열악한 예산에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 참가한 팀들은 지원비뿐만 아니라 사비도 들었을 것 같다. 그나마 올해는 예산이 깎여서 4억 5천만 원의 예산으로 6개 팀 이상이 공연해야 한다. 할 수 있을까?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오페라단이 피해를 감수하기보다는 계약서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코로나19 시국에 출연료라도 벌어야 하는 비정규직 성악가들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고, 질적으로도 평년보다 못할 것이다. 이는 결국 오페라 소비자들을 실망시키고 말 것이며 신규 소비자들의 진입을 막을 수도 있다. 누구를 위한 대한민국오페라 축제인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람들은 기재부 핑계를 대지만 관계자들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인 예산 삭감의 과정과 태도는 매우 폭력적이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관계자들이 설득할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께서는 알고 계셨는가? 오페라 페스티벌은 일반적인 축제가 아니므로 일반적인 축제 예산처럼 무 자르듯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오페라단이 오페라를 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작비가 필요한 일종의 옴니버스 공연이다. 한문위는 뭐 하는 곳인가? 한문위는 국가라는 위임자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은 ‘대리인’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문화예술인들의 이익보다는 ‘성과와 평가’라는 임원진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무식자들에게 굴종하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문화예술 무식자들이 일방적으로 휘두르는 칼에 언제까지 읍소해야 하는지 안타깝다. 이번 사건은 단지 오페라 페스티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문화예술을 대하는 정권의 가치와 철학의 문제이다. 

또한 쥐꼬리만 한 예산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저항하지도 못하는 이소영 조직위원장과 임원진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왜 저항하지 않는가? 한 번 무너진 둑은 기초예술 예산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타이밍을 놓치고 결사 항전하지 않았던 순간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제11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예산 삭감은 비단 오페라 분야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재난이 닥칠 때마다 인사권과 예산권을 쥐고 문화예술계를 협박하고 있는 게이트키퍼들의 횡포와 폭력에도 불구하고 던져주는 먹이에 만족하고 살 것인가? 아니면 이제라도 기초예술단체들이 장기적이고 자구적인 방안을 자주적이고 주도적으로 정부에게 제안하고 협상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시점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경종이다. 

경종을 울려도 알아듣지 못한다면 공멸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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