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DVD 프로파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숨겨진 DVD 프로파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황현옥 / 영화평론가
  • 승인 2009.11.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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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놓친 명화》황현옥 / 영화평론가

미국에는 유명한 형제감독이 있는데 얼마 전 비가 출연해 화제가 된 <스피드레이서>, <매트릭스>를 만든 워쇼스키 형제이고 다른 하나는 에단, 조엘 코엔 형제이다.

코엔 형제는 1991년 <바톤핑크>로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파고>와 같은 범죄 스릴러의 새로운 영화적 문법을 만들어 왔다.

특히 조엘 코엔 감독은 독특한 악인 등장, 기괴한 영화 소품들, 창의적 화면 구성, 별것 아닌 소재로 복잡한 영화적 스토리를 구성하여 영화의 긴장감과 흥미를 유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 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가장 잘 만든 영화라고 추천할 수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2008년 80회 아카데미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그중 작품상ㆍ감독상ㆍ각색상ㆍ남우조연상을 휩쓴 화제의 영화였다.

그러나 제목이 갖는 선입견 때문에 우리나라 개봉 당시 관객들에게 주목받지 못한 영화였다.

영화적 제목이 갖는 의미는 미국인들도 잘 알지 못했나 보다.

기자회견에서 제목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조엘 코엔은 “그건 (원작을 쓴) 작가에게 물어볼 일”이라고 답했다.

유명한 코맥 매카시의 동명소설을 각색하여 만든 이 영화는 첫 시작부터 섬뜩하다.

황량한 텍사스 사막을 배경으로 마약에 얽힌 살인의 미스터리로 출발하여 돈을 들고 도망가는 자와, 쫓는 살인 청부업자, 이 둘 사이를 쫓는 보안관에 이르기까지 범죄 스릴러의 장르에 딱 맞는 완벽한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살인 청부업자 안톤 시거 역을 맡은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은 ‘무섭다’라는 표현 이상의 사이코패스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가 안톤 시거 역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음에 이의를 달 수가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하비에르 바르뎀가 무자비함과 기괴함을 완벽하게 연기한 점이 가장 탁월한 부분이었다.

새카맣고 커다란 눈, 단발머리가 갖는 악인 캐릭터의 완벽한 변신은 그가 최근 개봉한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에서 매력적인 화가 후안 안토니오 역으로 열연했다는 것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기존의 코엘 형제의 영화들이 그러했듯 마니아층은 열광할 수 있지만 대중성을 확보하긴 약간 힘들다.

쫓기는 자, 전쟁영웅 모스(조시 브롤린 분)의 허무한 죽음과, 범인을 놓친 보안관 벨(토미 리 존스 분)의 쓸쓸한 독백은 결말에 이를수록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이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텍사스 사막의 건조함과 미국 사회의 평온함 속에 감춰진 절망적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의미는 세상을 바꾸지 못하고 은퇴를 앞둔 보안관 벨의 자괴감 혹은 무기력함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영화가 범죄 스릴러의 새로운 시선과 영화적 즐거움을 아주 오랫동안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다.

2007, 미국, 범죄 스릴러, 조엘 코엔 감독

황현옥 / 영화평론가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