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상자에 그린 그림, ‘화면의 경계에서’展
나무 상자에 그린 그림, ‘화면의 경계에서’展
  • 유해강 대학생 인턴기자
  • 승인 2020.07.1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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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13~29일 갤러리 나우에서

[서울문화투데이 유해강 대학생 인턴기자] ‘프레임’을 깨는 작가 구상희의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는 캔버스 대신 나무 상자를 골라, 모든 면에 회화 작업을 했다. 어디까지가 작품이고 어디까지가 형식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화면의 경계에서’展의 작품은 기존의 통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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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 of Sans(2020)(사진=갤러리 나우)

구상희 작가는 육면체 나무 상자를 화폭으로 삼고, 그것들의 입체성을 적극 활용했다. 작품의 정면에는 신문지가 붙여진 위로 밝은 색의 물감이 덧칠돼있다. 알렉스 카츠나 반 고흐, 미술 관련 기사가 프린트된 신문은 그 형태를 알아볼 정도로만 가려졌다.

구상희 작가는 작업 방식에 대해 “신문의 허구를 말하는 동시에 작가가 가고 싶은 목적지를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작가의 “욕망의 양가성”은 대가들의 성취를 별것 아니라고 치부하는 한편,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는 두 개의 감정이다. 

작품의 측면에는 여러 색의 물감이 흘러내리다 허공에 굳은 채 맺혀있다. 대개의 작품과 다르게 정면도 아닌 측면에서 회화가 발생하고, 그것이 다시 주어진 공간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작가의 철학을 나타낸다. 작가는 “구애받지 않는 질료가 목적 없이 생명을 따라 흘러 영토를 벗어나고 중심과 주변이 경계를 잃게 된다"라며 작품의 생명력을 강조했다.

박영택 평론가는 작품에 대해 “화면 바깥에서 존재할 수 없는 회화가 바깥을 부단히 모색하는 동시에, 그 접점인 경계에서 사는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같은 주변부의 회화, 경계의 회화는 자연스럽게 작품에서 프레임의 자리를 지운다. 박 평론가는 “‘정면성의 법칙’은 서구미술을 오랫동안 지배해온 역사였다. 동시에 그 정면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가 프레임이다. 프레임은 화면에 난 소실점에 보는 이의 시선을 고정하고, 외부로부터 회화를 분리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대미술에 와서 액틀과 회화의 관계는 중요해졌다”라며 둘의 관계를 재조명했다.

▲Trace of Sans(2020)(사진=갤러리 나우)

미술 이론에서는 작품을 에르곤(ergon), 액자를 파레르곤(parergon)이라 부르는데, 자크 데리다는 이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를 전개했다. 그는 “파레르곤이 작품의 외부에서만 존재하지 않으며 작품을 따라 움직이면서 작품에 대항해 일어나는 것”이라고 봤다. 에르곤과 파레르곤의 이분법을 부정했다. 구상희 작가의 작업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생명을 다한 파레르곤에서 다시금 작품의 생명이 시작되어 흐르는 생동감과 생명력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다"라고 박 평론가는 덧붙였다. 

또한 “구상희는 여러 인식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박스형 화면을 선택했고 전시장의 모서리에 걸거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작품을 배열했다. 벽, 공간이 작품의 구성요소로 불가피하게 개입되고 있다”라며 공간이 곧 작품이고 작품이 곧 공간이 됨을 설명했다. 시선은 평면 안의 한 소실점 안에 갇히지 않고 어디로든 자유롭게 향할 수 있다. 더 이상 작품과 작품이 아닌 것의 경계를 나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구상희 작가의 ‘화면의 경계에서’展은 내달 13일부터 29일까지 갤러리 나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의: 02 725 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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