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뮤지컬레터]‘예능풍류방’의 괄목할 성과 ; 연구와 연행을 결합하다
[윤중강의 뮤지컬레터]‘예능풍류방’의 괄목할 성과 ; 연구와 연행을 결합하다
  •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20.07.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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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공연 따로, 연구 따로”. 
국악계를 극단적으로 바라볼 때, 이 말은 크게 틀리지 않다. 공연분야와 이론분야의 교류가 활발하지 못한다.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자신의 기량을 잘 드러내고자 애를 쓰지만, 정작 자신의 발표하는 종목의 역사적인 맥락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국악계의 ‘이론적 성과’가 ‘공연적 성과’로 연결된 것은 극히 드물었다. 국악계의 학자가 중심이 되어서 이런 움직임이 있기도 했으나, 정작 그들은 공연(무대)을 잘 모르기 때문에 미미한 시도에 그친 아쉬움이 컸다 

국립무형유산원의 ‘예능풍류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능풍류방’은 레지던시(residency) 프로그램이다. 무형문화재 (무형유산) 이수자가 6개월간 무형유산원 사랑채에 거주하면서 타 종목(장르)의 이수자와 교류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종목의 특징을 더 정확히 파악하고, 타 종목과의 교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자리였다. 

2020년에는 네 명의 레지던시 예술가(이수자)가 선정이 되었다. 지난 6개월간 거주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공연콘텐츠)은 기대 이상이다. 올해에 선정된 4인의 이수자는 둘씩 짝을 지어서 공연을 만들어냈다. 깊이도 있었고, 재미도 있었다. 우리가 늘상 봐왔던 전통예술의 공연과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첫 발을 딛다’라는 큰 제목 아래, 2인이 한 조가 된 두 번의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당 소극장) 무형유산의 가치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적용해서 의미를 넓힐 수 있을까? 예능풍류방에 함께 한 4인의 고민과 성과가 깊게 배어있다. 

7월 8일. 김연정 (숭무 이수자)와 김태호(가산오광대 이수자)의 무대는 ‘숨, 쉼 : 21세기의 벽사진경(辟邪進慶)’. 한국의 무형유산이 어떻게 이 시대와 호흡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었다. “코로나라는 ‘역병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통을 통해서 어떻게 위안을 줄 수 있는가?” 라는 시대적 화두에서 출발하고 있다. 

‘처용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작품을 출발하고 있다. 과거 처용이 춤과 노래를 통해서 역신(疫神)을 물리쳤다는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무용공연이 갖는 이야기적 한계를 ‘처용의 딸’을 설정해서 쉽고 깊게 풀어갔다. 승무 속에 내재한 ‘하늘과 땅의 기운의 조화’는 물론이요, 가산오광대의 ‘오방신장무’를 통해서, 동양(한국)적인 조화와 질서를 얘기하고 있었다. 곧 음양오행(陰陽五行)의 회복이, 위기의 시대에는 더욱더 중요한 관념일 수 있음을 역설하였는데 설득력이 있었다. 

김태호는 특히 가산오광대의 할미로 분해서 춤과 재담을 엮어가는 대목에선,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게 크게 숨을 쉬면서 웃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에 등장해서 승무를 보여준 김연정은 그간 연마한 무형문화재 이수자로서의 기량도 잘 드러냈지만, 승무가 갖는 철학과 미학을 물론이요, 승무가 어떻게 ‘동시대성’으로 다가올 수 있는가에 대한 이수자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가치가 충분한  답변이었다. 

7월 15일. 신희라 (강릉단오제 이수자)와 조현일 (가야금병창 이수자)의 공연으로, 중의법(重義法)으로 다가오는 ‘개안타’라는 제목이었다. 심청의 이야기에 기반을 둔 공연으로, 눈을 뜬다는 개안(開眼)으로 우선 생각할 수 있다. 이 공연을 만든 신희라와 조현일는 각각 ‘심청굿’과 ‘심청가’를 연마해 온 이수자들이다. 

심청굿과 심청굿을 비교한 학문적 연구는 꽤 있으나, 심청굿과 심청가를 결합시켜서 실제 작품을 만든 ‘공연적 성과’는 전무하다. 굿 안에 내재한 서사성(敍事性)과 판소리 특유의 연극성(演劇性)을 결합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 두 사람이 중심이 되어서 만든 공연은 ‘재미와 의미’라는 두 개의 토끼를 모두 잡은 공연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두 사람은 각각 무녀(신희라)라는 ‘3자적 관점’과 심청과 심봉사라는 인물(조현일)의 ‘존재적 관점’의 조화를 유지하면서, 심청스토리를 잘 연결하고 있다. 여기에 젊은 소리꾼 정보권이 도창의 역할로 가세해서, 극적 전개를 매끄럽고 하고, 판소리의 출중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국악공연사상 최초의 시도인 이 공연은, 앞으로 두 사람 또는 많은 공연 관계자들에 의해서 가감(加減)의 과정을 거쳐서 다듬어진다면, 기존의 ‘심청굿’과 ‘심청가’와는 또 다른 버전의 ‘심청극’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개안타’는, 결국 공연형식적 측면에서도 발견했다는 개안(開眼)이며, 그런 공연이 매우 안정적일 수 있다는 개안(開安)이기도 했다. 단지 예능풍류방의 공연을 넘어서서, 한국의 공연사의 ‘주제적 측면’이나 ‘연행적 측면’에서 크게 칭찬하며 주목해야 한다. 

‘개안타’에선 또한 방지원 (동해안별신굿 이수자)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해서, 동해안 무악 특유의 다양한 장만을 선보였다. ‘개안타’의 타(打)를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었다. 또한 끝으로 ‘개안타’는 ‘괜찮다’의 사투리이기도 한데, 결국 이들의 공연에서도 ‘무형문화재’라는 절대불가의 영역에서도, 접근하는 방법에 따라서 새로운 공연콘텐츠가 나올 수 있고, 그것이 무형유산의 새로운 확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제목의 이면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2020년 국립무형유산원의 예능풍류방 레지던시는 연구와 연행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서 새로운 공연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실험이자, 매우 보람 있는 창작작업이었다. 국립무형유산원의 예능풍류방이 앞으로 잘 정착되어서, 한국의 무형유산의 공연적인 측면에서 더욱더 활기를 띠게 되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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