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학도를 꿈꾸는 청춘,인문학 파먹기] 럭키 걸과 포레스트 검프
[영화학도를 꿈꾸는 청춘,인문학 파먹기] 럭키 걸과 포레스트 검프
  • 윤영채/밀레니엄 키즈
  • 승인 2020.07.2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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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채(2000년 생) 21살의 카페 부사장이자 영화과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대입 삼수생이다.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는 ‘존 말코비치 되기’, 좋아하는 책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다. 좌우명은 ‘마음먹기 나름!’, 훗날 떠나게 될 마다가스카르 여행에서의 설렘을 미리 기대하며 살고 있다.
윤영채(2000년 생) 21살의 카페 부사장이자 영화과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대입 삼수생이다.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는 ‘존 말코비치 되기’, 좋아하는 책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다. 좌우명은 ‘마음먹기 나름!’, 훗날 떠나게 될 마다가스카르 여행에서의 설렘을 미리 기대하며 살고 있다.

늘 그렇듯 깨고 나니 연기처럼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말았지만, 오랜만에 참 좋은 꿈을 꿨다. 그 꿈을 믿고 난생처음 이십 년간 다달이 오백만 원을 준다는 연금 복권을 샀다. 월 오 백을 벌면 좋겠다는 꿈을 가진 철부지 스물한 살의 영채 씨는 상당한 럭키 걸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의 요행은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에는 엄마와 함께 갔던 한 백화점, 당첨 확률 이 퍼센트에 불과한 뽑기 행사에서 2등을 차지해 쇼핑카트를 받았고, 중학교 1학년 봉사 활동 점수를 채우러 가서는 20kg들이 백미 한 포에 당첨되기도 했다. 새 반을 배정받아 추첨으로 자리를 정할 때도 항상 원하는 대로 되었고, 기업이 진행하는 응모 행사에도 대부분 3등 안에 들었었다. 자잘한 이벤트를 통해 받은 기프티콘은 이곳저곳 카페를 다니면서 유용하게 쓰기도 했다.

이렇듯 나는 주변에서도 알아주는 ‘당첨인’으로 통했다. 그런 내가 산 복권이라니.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잠시, 좋은 꿈까지 꿨다면서 왜 하필 연금 복권을 산 건지, 혹시라도 궁금해하는 누군가를 위해 최근에야 본 영화 ‘포레스트 검프’ 얘기를 해야 할 듯싶다.

홀어머니에서 태어난 ‘검프’는 지능이 70밖에 안되고, 가늘고 얇은 다리에는 쇠 고정장치를 한 일명 ‘바보’다. 시골에서 태어나 숙박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머니는 교육을 위해 나름의 헌신도 마다하지 않고 검프를 사립학교에 보낸다.

그는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 사이에서 제니를 만나게 된다. 검프는 아버지로부터 성()적인 학대를 당하던 제니를 그에게서 벗어나게 해줌으로써 그들의 우정은 깊어져만 간다. 성장하면서 검프에게는 일종의 기적 같은 일이 생겨나 어느덧 고정장치 없이도 걷고 뛸 수 있게 된다. 꽤 달리기에 소질이 있었던 그는 바보같이 달리기만 하면서 미식축구 선수가 되어 대학에 들어가기도 했고 졸업 이후에는 입대하여 베트남전에 참전하게 된다. 쏟아지는 폭격으로부터 동료 부바를 잃어 슬픔에 잠기지만, 테일러 중위를 살려내며 표창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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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제니와 포레스트 검프 (https://m.post.naver.com)

 탁구선수로 여러 곳에서 경기를 치르다 귀국한 그는 죽은 부바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테일러 중위와 함께 새우잡이 사업에 성공해 많은 곳에 기부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로부터 살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다. 방탕한 생활을 하던 제니와 재회하게 되지만, 자신이 더럽혀졌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그와 하룻밤을 보낸 뒤 검프를 떠나고 만다. 홀로 남겨진 검프는 멍하니 있다가 그저 하염없이 달리기 시작하고, 전 세계를 누비며 달리는 사나이로 명성도 얻게 된다. 영화의 말미에는 죽은 제니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 ‘포레스트’의 아버지로 살아간다. ‘포레스트’라는 한 사람의 일대기가 담긴 대략의 줄거리이다.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제니와 검프(출처 네이버 블로그)
성인이 되어 만난 제니와 검프 (https://m.post.naver.com)

다시 돌아와서, 내가 그의 이야기를 소개한 이유는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느낄 만한 감동이 있어서다. 한때는 높은 지능을, 부유한 가정환경을 그리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이를 부러워했다. 단지 나보다 더 풍족해 보여서만은 아니다.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날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비교는 끊임없이 나를 곪게 했다. 자신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에 매일 밤을 울면서 보냈던 기억이 비 갠 후 풍경처럼 지금도 생생하다. 스물한 살 영채 씨는 이제 안다. 가진 것이 행복과 완전히 비례할 수 없다는 것을.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더 큰 세상을 볼수록 넓어지는 우리의 지평은, 나를 감싸던 모든 것이 없어지는 순간 감당하기 힘든 어떠한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마치 마약과 도박에 빠져 도파민 과다 분비를 경험한 사람이 현실에서 작은 행복조차도 불행으로 느끼게 되는 것처럼. 그래서 내 나름대로 지금의 삶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합의를 보기로 했다. 바로 연금 복권을 사는 것으로.

그래서 생에 첫 복권의 결과는 어땠냐고?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딱 앞자리 하나만 맞았다. 글을 쓰는 오늘에서야 드는 생각인데, 오백만 원에서 세금과 공과금 등을 제외하고 나면 실상 나에게 들어오는 것은 그렇게 많지도 않을뿐더러 노력 없이 얻어진 것은 손안의 바닷물처럼 짠 기운만 남긴 채 사라지고 말걸?

나 윤영채는 진정한 행운의 신이 맞나 보다. 아직은 한 달에 육십 만원을 벌어서 반은 저축하는 21살로 사는 게 좋겠다는 어떤 행운의 계시가 아닐까 하고.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좋은 꿈’이라는 정체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포레스트의 삶이 내 심장에 쏘아버린 어떠한 꿈과 감동을 다시 상기해 본다. 그리고 ‘참 좋은 영화였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복권 당첨과 같은 럭키였기에 나는 지금도 ‘럭키 걸’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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