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nterview] ‘생의 계절’ 배우 윤나무 “변하는 계절 속 놓치고 싶지 않은 것, 무대”
[Culture Interview] ‘생의 계절’ 배우 윤나무 “변하는 계절 속 놓치고 싶지 않은 것, 무대”
  • 진보연 기자ㆍ사진 김재성 작가
  • 승인 2020.09.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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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 10월 22일 개막
연극ㆍ무용ㆍ음악ㆍ영상 어우러진 융복합 장르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갑작스레 등장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시계태엽을 좌우로 비틀며 엉클어놓았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충돌하는 바이러스의 시간을 수개월 겪어내면서 우리가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바로 ‘일상의 소중함’일 것이다. 아울러 정말 사소한 하나하나의 일상이 모여 우리의 관계와 인연을 붙들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는 시기이다. 

불교에는 인연들의 연결고리를 일컬어 중중무진(重重無盡)이라 한다. 인연의 연결고리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것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는 법칙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만드는 또 하나의 작은 세상, 창작물에서도 동일하다. 점과 점이 어우러져 선을 이루고, 선과 선이 어우러져 면을 이루듯, 완성도 높은 서사 작품은 입체적인 인물들이 등장해 사건을 만들고,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을 통해 주제 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은 매‧난‧국‧죽 사군자를 모티브로 4장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엮었다. 지이선 작가가 사군자 상징체계와 이야기를 창작, 연결하여 ‘인연’에 관한 하나의 대본을 완성했다. ‘인연’이라는 주제를 독특한 구조를 통해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무대 위에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작업도 병행한다. 시대를 초월하고, 공간을 초월하는 ‘인연’에 관한 주제가 무대 영상에서 홀로그램 기법을 통해 표현된다.

무대 기법 외에도 이번 작품은 재미있는 장면 연출 시도가 눈에 띈다. 배우들이 춤을 추는가 하면 무용수들이 연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세 사람이 한 사람처럼 움직이는 장면, 언어를 배경으로 춤을 추는 장면 등이 연출된다. 

배우 윤나무도 이들의 움직임에 선을 더한다. 10개월 만의 무대 복귀작으로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을 선택한 그는 함께 출연하는 박해수와 두 달 전부터 발레ㆍ현대무용 클래스를 듣고 있다. 극의 특성상 대사와 더불어 몸짓으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1년 데뷔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윤나무의 이름 앞에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열심히’ 그리고 ‘잘’하는 그는 무대를 점점 넓혀가며 필모그래피를 야무지게 채우는 중이다.

처음 해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존재하지만, 그 두려움의 곁엔 항상 설렘이 있다고 말하는 윤나무는 자신을 조금씩 깨고 새로운 것을 더하고 있는 요즘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공연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치열하게 준비 중인 배우 윤나무를 만나,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과 그가 지나고 있는 계절의 모습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 상황 속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는 작품은 아니지만, 연습할 때도 정말 최소한의 필요 인원들끼리만 모이고 있어요. 극장 측에서도 방역에 매우 신경 써 주시고요. 연습 외의 시간도 연습실과 집만 오가는 식으로 동선을 최소화하고 있어요. 작품에 대한 애착이 큰 만큼 모두가 조심하며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은 어떻게 출연하게 되셨나요?
작품 제안을 받은 건 1년 전쯤이었어요. 작년 하반기에 박소영 연출님이 연락을 주셨죠.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작품을 만들어나갈 동료들에 대해 말씀해주셨어요. 이전에 작업을 함께했던 분들도 있고 새롭게 만나 뵙는 분들도 있었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출연 의사를 밝혔어요. 앞으로의 제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덜컥 대답을 했죠. 1년 전에 이미 모든 스케줄이 이 공연에 맞춰진 거예요.(웃음) 아주 탁월한 순간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지금까지도 매 순간 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믿고 보는 배우, 윤나무’라고 말합니다. 이는 배우의 연기력을 뜻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안목을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작품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 기준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따로 있나요?
일단은 이야기가 좋아야 해요. ‘이야기가 좋다’라는 개념 자체가 좀 모호하긴 한데, 저에게 있어 좋은 이야기는 작품이 오르는 시점에 필요한 이야기예요. 미래에도 계속 다뤄질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지금의 관점에서요. 제가 사는 이 시대에는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가에 대해 항상 생각해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 역시 결정에 한몫해요. 공통된 목표를 향해 가는 만큼, 생각과 마음을 함께할 수 있는 동료들은 제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것 같아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연기를 봐주시는 분들이 끊임없이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켜봐 주시는 분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즐거운 활력소가 되고자 하는데 비슷한 것만 계속하면 별로 재미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건 스스로도 그렇게 느껴요. 배우로서 내 안에서 해보지 않은 것들을 계속 끄집어내고 싶어요. 처음 해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존재하지만, 그 두려움의 곁엔 항상 설렘이 있어요. 내 자신을 조금씩 깨뜨리고, 채찍질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의 배우 윤나무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의 배우 윤나무ⓒ김재성 작가

연극, 무용, 시각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융합된 다소 실험적인 공연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기존의 연습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드라마나 연극처럼 저희 공연의 대본에도 텍스트가 있다는 점에선 같지만, 텍스트로만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몸짓을 통한 표현이 더해지는 거죠. 그래서 공연 준비 과정도 달라요. 연기하는 무용수, 무용하는 연기자의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줘야 하는데 (박)해수 형하고 저는 전문 무용수가 아니기 때문에 따로 수업을 듣고 있어요. 원래 창작공연의 연습 기간은 평균 7~8주인데, 저희가 만나서 발레와 현대무용 클래스를 들은 것만 해도 두 달이 넘었어요. 

발레 클래스는 김주원 발레리나의 선견지명으로 시작된 셈이에요. 극의 특성상 무용수들과 컨택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몸이 아무리 건강해도 기초 연습의 과정과 훈련이 없으면 다치게 돼요. 춤을 출 때 사용되는 근육은 따로 있거든요. 김성훈 안무 선생님, 최수진 현대 무용가, 최예원 발레리나와 같은 최고의 선생님들께 많이 배우고 있어요.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 배울 교육을 받고 있으니, 복 받은 거란 얘길 해수 형과 자주 나눠요. 

움직임을 함께 연습하며 여러 동작을 맞춰 봤고 그 과정 중에 나온 동작이 작품에 들어간 것들도 있어요. 무용수분들이 평생 해온 것을 저희가 당연히 쫓아갈 순 없겠지만 최대한 같이 호흡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오늘도 인터뷰 후에 연습이 잡혀있어요. 발레 동작이 많이 들어가는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연습들이 무대에서 뚜렷하게 보일만 한 것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세라든지 코어, 춤을 출 수 있는 근육들의 기초를 만드는 중이에요.

그래도 해보지 않은 경험이라 어려움도 많을 텐데 적극적인 태도로 배움에 임하는 것 같아요.
새롭잖아요! 저희가 발레 슈즈 신고 바를 잡고 이런 훈련을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해요. 저도 약 10개월 만에 공연하는 거고, 해수 형은 더 오래됐죠. 연습실에 나와 있는 이 순간, 이 시간이 소중하게만 느껴져요.
2020년은 코로나도 있고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었지만, 공연만 놓고 봐도 저희 두 사람에겐 임팩트가 강한 1년이에요. 감히 예언하건대 나중에 2030년, 2040년이 되어서도 절대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거예요. 

서로 다른 예술 장르가 모여 하나의 완성작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분야 자체는 물론 다르지만, 이 공연의 특성상 모두가 스위치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각자가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상할 정도로 어려움 없이 잘 맞춰가는 중이에요. 혼선이 생길 수 있는 지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때마다 연출님과 작가님이 본인의 그림을 가지고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가이드 역할을 하고 계신 거죠.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 연습 과정은 창작물을 만드는 올바른 예라고 생각해요. 함께 연습을 하다 보면 그간에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해왔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지는데, 이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오랜 시간 인정과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깨닫게 돼요. 함께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공통의 목표를 향해 가는 것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에요. 의견을 제시할 땐 명확한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수용해주죠. 대본 자체가 명확한 부분도 어느 정도 있지만, 추상적이거나 상징적일 수 있는 부분도 있거든요. 저희가 상상해낸 것들이 모여야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에 대해 ‘내가 지금 이런 게 떠오르는데~’ 하면서 이야기하면 귀를 기울여주고, 열린 마음으로 수용해줘요. 이런 작업자들을 만난 것 자체가 지금 시기에 저한테 굉장한 울림이나 성장을 주는 것 같아요. ‘나도 저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나도 앞으로 저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런 생각들을 자주 하게 돼요.

제대로 춤을 추는 공연은 <로기수>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이 힘들진 않나요?
탭과 발레의 공통점이 있다면, 연습하는 만큼 실력이 는다는 거예요. 그만큼 꾸준함이 중요해요. 30년간 춤을 춘 (김)주원 누나는 아직도 집에서 2~3시간 운동하고, 연습실에 나와서 바(Barre)를 1시간~1시간 30분 정도 하는 루틴을 매일 반복해요. 이런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서, 해수형과 ‘배우로 살아가며 우린 앞으로 무얼 단련하며 살아야 할까?’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눴어요. 진취적으로 우리가 무얼 향해 가야 할지에 대해,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고 우리가 붙잡고 갈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떠올려 보게 됐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다 보니 자연스레 대학에서 처음 연기를 배웠던 순간, 신체ㆍ소리 훈련을 했던 순간들도 많이 생각나요. 발레리나ㆍ발레리노들이 하루에 몇 시간씩 바를 하듯, 끊임없이 훈련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돼요.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잊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앞으로는 좀 더 나를 풍요롭게 만들고 나를 채울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래야 오랫동안 무대에 설 수 있고,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런 깨달음을 주신 것도 정말 감사하죠.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의 발레리나 김주원과 배우 윤나무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의 발레리나 김주원과 배우 윤나무(사진=정동극장)

봄(梅)·여름(蘭)·가을(菊)·겨울(竹)로 설정된 네 개의 장이 어떻게 진행될지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극 속의 사계는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1장 ‘봄’은 고대 산속에서 시작되는 승려와 나비의 이야기에요. 긴 수행을 앞둔 승려가 나비를 만나서 길을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머니를 향한 믿음과 사랑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에요. 그 깨달음이 사람이 아닌 산속의 나비를 통한 것이라는 것도 제겐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저희 어머니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고요. 

2장은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신라 시대의 무사와 검혼(劍魂)의 인연을 다뤄요. 복수를 위해 수많은 사람을 찌르고 죽이며 살아온 무사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존재가 바로 검혼이에요. 생명과도 같은 검(劍)에서 나온 혼(魂)과 나누는 교감을 통해 인연을 느끼는 무사의 모습을, 가장 뜨겁고 열정적인 ‘여름’의 계절적 이미지와 함께 떠올려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어지는 3장 ‘가을’에서는, 한국전쟁 직후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와 그 남편의 이야기에요. 이 장은 가장 텍스트가 많아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죠. 부부가 고단했던 삶을 돌아보며 그간의 시간을 회상하고, 행복하게 춤추는 미래를 약속해요. 

4장의 배경은 우주예요. 시점은 현재일 수도, 미래일 수도 있죠. 우주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이뤄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겨울’의 우주에서는 시공간의 배경이 전부 다른 봄ㆍ여름ㆍ가을의 이야기가  모이게 되는데, 결국 극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뜻하죠. 지이선 작가님이 만들어 놓은 세계관에 감탄했어요. 작가님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형상화해서 전달하고 싶어요.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의 배우 윤나무ⓒ김재성 작가

작품 속 유독 마음이 가는 장면이 따로 있지 않나요.
각자의 매력이 다 달라서 하루하루 마음이 달라요.(웃음) 연습할 때마다 마음에 남는 깊이가 달라져요. 그래도 요즘은 마지막 장에서 받는 감동이 가장 큰 것 같아요. 3장의 끝이 4장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걸 보면 마음이 이상해지더라고요. 우주에서 모든 걸 관장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여러 사건을 다루는 듯 보이지만, 결국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에요. 

인연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관객들 모두가 자신의 경험을 반추해서 각자 다른 메시지를 안고 가는 재밌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똑같은 대사를 매일 반복하겠지만, 객석을 채우는 다양한 관객들 개개인의 인생은 전부 다르잖아요. 과연 이 공연을 보고 각자가 어떤 생각을 하며 극장 밖을 나설 수 있을까, 배우로서는 그런 기대감도 있어요. 무엇이든 각자 한 가지씩은 분명히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계절이 변하는 것처럼 극 중 인물들의 모습도 매번 바뀌어요. 스스로 변화하고 싶은 것과 절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요?
물론 지금까지 게으르게 살아온 건 아니지만,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좀 더 부지런해지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좀 더 명확한 인생의 목표를 정해두고 체계적으로 준비해,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고 싶어요.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은, 지금처럼 무대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에요. 저는 대학교 졸업 후에 쉬지 않고 무대에 섰어요. 연극과 뮤지컬을 통해 여러 가지를 흡수하며 새로운 캐릭터들을 만났는데, 어느 순간 스스로 소진된 느낌이 들었어요. 채울 겨를 없이 너무 단기간에 많이 쏟아낸 듯한 기분이었죠. ‘앞으로 나는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시점에 드라마를 하게 됐어요. 연기의 기본은 같지만, 새로운 환경에서의 경험은 새로운 배움이 되고  있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나라는 배우를 알리기에 가장 대중적인 매체는 드라마나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제 연기를 보신 분들이 ‘저런 배우가 있고, 저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공연을 한다네?’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어요. 어떤 구분을 짓고 싶지 않아요. 연기를 보는 관객들의 자리가 객석, TV 앞, 영화관 등의 구분에서 더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거든요. 개인적인 소명이기도 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소명이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주원의 사군자-생의 계절’의 배우 윤나무ⓒ김재성 작가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작가님이 현재 상황을 염두하고 대본 작업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우리 모습을 이 작품과 연결 지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 가운데 올 한해를 겪어내면서, 우리 모두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체감하고 있잖아요. 만나고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는 것에 대한 소중함이요. 그런 인연들을 만나면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를 탐구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어떤 계절의 모습을 담은 사람이 되길 바라시나요?
제 인생의 그래프를 그려보자면, 봄을 지나 여름으로 향하는 길목 정도가 될 것 같아요. 항상 봄이고 싶죠. 다만 여름, 가을, 겨울을 잘 살아내고 버텨내야 봄의 따뜻함과 상쾌함을 기분 좋게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모든 계절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고, 매 순간을 정말 잘 느끼면서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