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고운의 의 공연리뷰'강은일 해금플러스'
임고운의 의 공연리뷰'강은일 해금플러스'
  • 임고운 영화칼럼니스트
  • 승인 2009.12.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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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시대가 낳은 최고의 걸작, 강은일 해금플러스

전통음악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통해 해금 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던 강은일 해금플러스가 공연 10주년을 맞아 감사의 의미를 담은 ‘gracias’ 기념공연을 선보였다.

그동안 또 다른 세계를 끊임없이 탐색하고 연구해온 강은일의 해금플러스는 크로스오버 음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금의 대중화, 그리고 세계화를 위해 새로운 예술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

전통 악기 중에서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던 해금으로 재즈ㆍ랩소디ㆍ탱고에서 앙상블에 이르기까지 다른 상상력과 용기로 도전해온 강은일은 다른 악기 연주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데 그치지 레슨을 받을 만큼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다.

이번 공연에서 보여준 해금플러스의 공연은 감사의 마음과 감동이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한국 민요를 재즈로 편곡해서 세계와 한국을 놀라게 했던 살타첼로의 멤버인 피터 들러가 작곡한 해금 랩소디.

한국과 유럽의 정적인 선율과 동적인 정서가 배어 있는 이 작품은 강은일의 해금 연주를 통해 그녀만이 해석해낼 수 있는 신비한 세계를 보여준다.

재즈기타리스트인 잭리와 함께 초연한 ‘somewhere in time’과 ‘otero’는 재즈와 해금이 현장에서 어떤 조우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최고의 실험정신을 보여준 멋진 작품이었다.

엔딩 부분이 솔로처럼 길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해금으로 재즈의 형식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연주하는 강은일의 해금 솔로는 재즈의 자유로운 세계를 여지없이 구가하고 있다.

또 ‘wood pak의 추격’이라는 작품도 인상적이었는데, 어린아이들이 뛰어노는 듯한 빠르고 경쾌한 멜로디가 무대 뒤에 설치된 스크린 안에서 추격하는 그림자들과 함께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강은일이 편곡한 ‘밀양아리랑’은 재즈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구슬픈 느낌이 발랄함으로 대치되고 있다.

곡이 연주될 때마다 곡에 대한 해설이 곁들여지는 것도 이번 공연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인데, 해설이 있는 공연은 예술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지름길이 될 것이다.

무대 장치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무대 뒤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곡의 분위기에 맞게 매화 꽃잎이 흩날리는가 하면, 화면 가득 노랑나비가 날아오르고, 밀양아리랑이 연주될 즈음에는 가락에 맞춰 가사가 떠오르다가 ‘맨해튼 댄스’에서는 도시의 야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성원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준비한 강은일의 해금플러스 10주년 gracias공연은 프로그램 선정에서부터 열정적이고 실험적으로 선보인 공연, 완벽한 팀 구성, 의상, 무대장치에 이르기까지 예술성과 대중성이 오차도 없이 조화를 이룬 공연이었다.

뉴욕에서 최고의 공연 단체로 ‘강은일 해금플러스’를 선정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항상 모든 것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강은일. 그녀는 한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해금 연주자, 해금플러스의 리더로서 무대 밖에서는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한 아내로서 그녀가 보여주고 있는 한계를 넘는 에너지는 마치 도약을 멈추지 않는 한국의 모습과도 같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선율을 전하고 있는 해금플러스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양산되어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그날, 이제 그날이 멀지 않았다.

임고운 영화칼럼니스트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