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밝음’ 은 언제나 옳은가?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밝음’ 은 언제나 옳은가?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0.11.19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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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2016년 LUCI (국제도시조명연맹) 연례총회가 서울에서 열렸을 때 영국의 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사회학자 돈슬레이터 교수는 처음으로 사회적 조명 Social Lightscape 라는 말을 사용했다. 

당시 그는 도시에서의 조명과 사회적인 행동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 중이었는데 경제적, 사회적으로 낙후된 도시는 조명환경도 여락하다며 사회적 불평등의 하나의 카테고리로 도시의 조명 조건이 포함된다고 이야기 하였다.

그가 연구하고 있는 세계 6개 도시 중 인도 서남단에 위치한 케랄라(Kerala) 지역은 매우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도시 중 하나인데 도시의 관계자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조명기준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며 스마트 라이팅 시스템을 발전시켜 적용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을듣고 그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졌냐고 질문하자 델리의 기준이라고 대답했단다. 상상하건대, 도시 케랄라에 존재하지 않는 도로나 차량이나 사람의 통행량에 대한 기준이 적용되었을 것이고 케랄라 특유의 모습과는 상관없는, 그 지역 사람들의 삶에는 필요치 않을 빛들이 상업, 공업의 중심 도시 델리처럼 비추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도시의 조명 기준은 반드시 도시의 환경적, 사회적 특성을 반영해야할 뿐 만 아니라 시민의 삶을 충분히 파악하여 담아야하는데 대부분 도시계획에 있어서 조명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도시 것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아주 기능적인 수치 기준 - 주로 수평면의 조도 혹은 수직면의 휘도-만을 간단하게 언급하고 끝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사는 런던에서도 500페이지 분량의 2030 발전 계획에서도 조명에 대하여는 경기장과 공원 조명과 점,소등 시간에 대한 내용 6가지가 언급된 것이 전부라고 한다.

그는 여러 도시에서의 실험을 통해 야간 환경이 개선되면서 거주자들이 자신이 안전한 - safe & secure - 곳에서 살고 있으며 그 지역을 좋은 장소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알아냈는데 야간환경의 개선 방법으로 ‘더 밝은’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보다는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가 크다고 말하며 그것을 사회적 조명 social lightscape라고 이야기 한다.

기계적으로 일정 수치에 맞추는 것으로 도시의 야간경관을 계획하는 것은 도시가 갖는 경관적 특별함을 없애는 , 즉 델리나 케랄라나 같은 밤의 모습을 만드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도시의 조명계획에 있어서 도시의 고유한 이미지와 공간 별 기능 만큼이나 거주민의 삶의 패턴,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을 이해하여 담아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 지역주민의 인터뷰와 다양한 시간대의 관찰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2017년부터 서울시는 LUCI 국제도시조명연맹에서 아시아지역 회장도시로서 매년 워크샵을 개최하고 있고 올해로서 4회째를 맞았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매년 6월 열리던 행사가 미루어져 지난 11월 2,3일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매년 조명의 기술이나 도시 개발 관련 환경적 이슈에 머물렀던 주제가 올해는 ‘뉴-노멀시대, 아시아 도시조명의 역할’, ‘조명과 건강’ 등 비대면, 언택트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게 된 현대인들을 위한 도시조명의 역할과 건강이라는 현재의 민감한 이슈와 맞닿아 있는 조명의 속성에 대한 강의가 이번 워크샵의 주를 이루어 의과대학의 예방의학교실이나 과학기술원의 바이오메디컬 공학과 같은 빛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그 의미가 더했다.

빛공해 방지법이나 경관법이 발효되면서 지자체별로 경관에 대한 기준 마련이 유행처럼 번져갔고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정하기도 전에 밝기에 대한 수치 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예전 고도의 제한으로 집집마다 옥상에 노란색 물탱크가 올라가 도시 경관을 이룬 것처럼 획일적인 도시의 야간경관을 양산해 내고 있다.

도시와 도시를 가로지르는 도로면의 밝기 기준은 그렇다 치더라도 숲속 산책길이나 골목길, 수변길, 오솔길 등 지역마다 다른 길은 다른 모습을 갖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야간경관 가이드라인’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주변에 빛이 없어 낮은 밝기로도 충분한 공간도, 이미 주변 빛요소가 많아 공공의 조명은 더 이상 필요치 않는 광장도, 도심에 조성되어 늦은 밤 산책하는 주민을 위해 심야시간에도 밝기가 필요한 공원도 대부분의 도시에서 적용되는 오픈 스페이스 밝기 기준은 대동소이하다.

뉴 노멀시대, 심리적 사회적으로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도시 조명의 역할을 기대하기에 우린 아직 ‘밝기 맞추기’의 조명계획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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