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프리뷰]국립중앙박물관,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ㆍ평안平安’ 특별전 개최
[전시프리뷰]국립중앙박물관,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ㆍ평안平安’ 특별전 개최
  • 왕지수 기자
  • 승인 2020.11.24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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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고락을 함께 견디고 나누는 의미를 전달
추사 김정희의 세안도와 평안감사향연도 세 점을 미디어 아트를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로 탈바꿈 시켜
11.24~2021.1.31까지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이 2020년 특별전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평안平安’을 열었다. 

▲14년만에 공개된 추사 김정희가 제작한 세한도(사진=국립중앙박물관)
▲14년만에 공개된 추사 김정희가 제작한 세한도(사진=국립중앙박물관)

지난 23일 오전 10시 국립중앙박물관 기획 전시실에서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평안平安’ 展의 언론간담회를 가지고 전시의 첫 문을 연 것. 24일(화)을 시작으로 내년 1월 31일(일)까지 관람객을 맞을 예정이다. 이번 언론간담회에서는 민병찬 관장의 전시에 대한 짧은 소개와 전시의 작품을 하나 하나 되짚어보는 작품 설명회가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조선 시대 ‘세한’과 ‘평안’을 대표하는 19세기 두 그림 ‘세한도歲寒圖(국보 제180호)’와 ‘평안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를 다양한 미디어 아트로 풀어 선보인다. ‘세한’은 설 전후의 혹독한 추위라는 의미로 인생의 시련과 고난을 뜻한다. ‘평안’은 조선 시대 행정구역인 8도 가운데 한 지역이기도 하며, 걱정이나 탈이 없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이번 전시에서는 중의적인 표현으로 썼다. 한겨울 추위인 세한을 견디면 곧 따뜻한 봄날 같은 평안을 되찾게 될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전시는 총 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유배형을 받고 제주도로 귀양을 갔을 당시 제자인 이상적에게 보낸 세한도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2부는 이제 막 부임한 평안감사를 축하하기 위해 부벽루, 연광정, 대동강에서 연 잔치를 그린 ‘평안감사도향연도’ 3점을 공개한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서 느꼈던 감정과 마음을 7분의 영상으로 풀어낸 ‘세한의 시간’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서 느꼈던 감정과 마음을 7분의 영상으로 풀어낸 ‘세한의 시간’

1부 ‘세한歲寒-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고난과 이를 견디게 해준 벗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송창근 선생이 2020년 기증한 ‘세한도’를 비롯해 2018년 기증한 ‘불이선란도’와 ‘김정희 초상화’ 등 15점을 전시하고 ‘세한도’의 제작 배경과 전래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상 5건을 상영한다. 전시는 ‘세한의 시간’과 ‘송백의 마음’으로 나뉜다. 

‘세한의 시간’ 공간에서는 먼저 김정희가 겪은 세한의 경험과 감정을 이방인의 눈으로 해석한 7분 영상 <세한의 시간>을 상영한다. 안동 김문의 세도정치가 심해지면서 경쟁에 휘말려 제주도로 유배를 가게 된 김정희. 영화 제작자 겸 미디어 아트 작가 프랑스인 장 줄리앙 푸스(Jean-Julien Pous)가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한 제주도 풍경에 김정희의 고통과 절망, 성찰에 이르는 과정을 녹여냈다.

이어서 김정희의 ‘세한도’와 청나라 문인 16인, 한국인 4인의 감상 글로 이루어진 세한도 두루마리(전체 크기 33.5×1,469.5cm)를 14년 만에 공개한다. 김정희의 제자 이상적은 스승을 위해 중국에 사신으로 갈 때마다 구하기 힘든 책을 찾아 유배지에 보냈고, 김정희는 그것을 읽고 연구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제자의 변함없는 신의가 고마웠던 김정희는 그 마음을 담아 사시사철 늘 한결같은 모습인 소나무와 측백나무를 그려 세한도를 제작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20명 문인들의 감상평이 담긴 길이 14m의 세한도 두루마리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20명 문인들의 감상평이 담긴 길이 14m의 세한도 두루마리

20명 문인들의 ‘세한도’ 감상 글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군자의 곧은 지조를 지키는 행동의 가치를 칭송한 내용이다. 이전 전시 방식과는 달리 두루마리 앞쪽의 바깥 비단 장식 부분에 있는 청나라 문인 장목(1805~1849)이 쓴 ‘완당세한도’ 제목을 볼 수 있도록 전시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세한도 자체의 물질적인 특성과 역사성, 그리고 선대 문인들의 감상글을 더 많이 조명하고자 했다”라고 말하며 전시 방식을 다르게 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김정희는 세한의 시간을 겪으며 그 깨달음을 세한도에 담았고 그것을 가져간 제자 이상적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왔다. 그것을 보고 김정희는 참 기뻤지만 그의 귀양살이는 끝나지 않았다. 무언가 달라질거라 생각했지만 끝이 없이 계속 이어졌던 외로운 귀양살이에 힘이 되어줬던 게 바로 친구이다. 이상적과 같은 벗들의 마음이 ‘송백의 마음’에서 펼쳐진다”라고 ‘송백의 마음’ 공간을 소개했다. 

8년 4개월의 제주 유배기간 동안 편지와 물품을 주고받으며 김정희에게 빛이 되어준 동갑내기 친구 초의선사(1786-1866), 역관이자 제자 이상적(1804-1865), 애제자 허련(1808-1893)과의 따뜻한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김정희는 초의선사에게 편지를 쓰며, 서화를 제작해달라는 허련의 청에 시달리고 있는 소소한 일상을 전했다. 이처럼 김정희는 제주에서 허련, 전각가 오규일 등을 통해 서화 주문 요청을 받아 많은 작품을 제작하면서 세한의 시간을 예술적 승화의 시간으로 만들어나갔다. 

▲추사 김정희의 강하고 거친 필적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한 있는 영상
▲추사 김정희의 강하고 거친 필적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한 있는 영상

또한 ‘세한도’를 초고화질 디지털 스캐너로 스캔해 그림 세부를 자세히 보여주는 영상에서 눈으로 볼 수 없었던 김정희의 치밀한 필력을 확인할 수 있다. 건조하고 황량한 ‘세한’을 그림에 녹여내기 위해 물기 없는 마른 붓에 진한 먹물을 묻혀 사용한 필법은 그가 오랜 시간 갈고 닦은 필력에서 나온 결과이다.    

2부 ‘평안平安-어느 봄날의 기억’은 ‘평안감사향연도’ 3점을 전시하고 평안감사로 부임해 부벽루, 연광정, 대동강에서 열린 세 번의 잔치를 다양한 미디어 영상으로 보여준다. ‘평안감사향연도’는 평안감사가 주인공인 지방 연회의 기록화이자 조선 후기 평양 사람들의 일상과 풍류를 풍부하게 담아낸 풍속화이다.

이번 전시는 평안감사뿐 아니라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 하나하나에 주목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2부의 전시는 ‘봄의 여정’과 ‘그날의 기록’, 그리고 ‘그림의 뒤편’으로 구성된다.
  

▲2부 전시로의 첫 포문을 여는, 대동문을 미디어 아트로 형상화한 작품
▲2부 전시로의 첫 포문을 여는, 대동문을 미디어 아트로 형상화한 작품

첫 번째 ‘봄의 여정’은 ‘길’, ‘환영’, ‘잔치’, ‘야경’으로 나누어서 평양에 도착한 감사를 축하하는 잔치의 여정을 보여주는 영상을 선보인다. 먼저 ‘길’은 평안감사가 평양에 도착해 만나게 되는 대동문 앞 저잣거리를 보여준다. 대동문을 미디어 아트로 형상화한 작품을 지나가면 ‘연광정연회도’ 속 저잣거리에 활기 넘치는 등장인물이 실물 크기로 전시장 안을 활보한다.

다음 ‘환영’에서는 잔치의 꽃인 평양 교방 기생들의 춤이 펼쳐진다. 연광정과 부벽루에서의 전통무용은 무용수의 실물 퍼포먼스 영상으로 재현되어 관람객에게 특별한 환영을 선사한다.

‘잔치’는 큰 벽 전체를 세 점의 작품으로 가득 채운 공간이다. 이 벽 맞은편에는 9대의 모니터로 작품 세부를 보여준다. 작품 조각 퍼즐을 맞추면서 관람객은 새로운 시각 경험을 하게 된다. 

▲대동강에서 열린 밤의 잔치를 그래픽 미디어 아트로 구현한 ‘야경’
▲대동강에서 열린 밤의 잔치를 그래픽 미디어 아트로 구현한 ‘야경’

마지막 ‘야경’은 ‘월야선유도月夜船遊圖’의 대동강에서 열린 밤의 잔치 장면을 그래픽 미디어 아트로 구현한 공간이다. 어두운 대동강변이 성벽과 강가의 횃불과 강에 띄운 불로 화려한 향연장으로 변하는 과정을 재현한다.
  
두 번째 ‘그날의 기록’은 원작인 ‘평안감사향연도’  원작 세 점을 직접 감상하는 공간이다. 또한 평양 대표 명소 세 곳을 노래한 다양한 시구들을 뽑아 감상의 여운을 오래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세 번째 ‘그림의 뒤편’은 ‘평안감사향연도’에 대한 다양한 학술 정보, 과학적 분석 과정과 결과를 최초로 소개하는 공간이다. 영상과 작품 설명만으로는 알기 힘든 내용을 정리해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평안감사향연도 세 점 중 하나인 ‘연광정에서 열린 잔치’
▲평안감사향연도 세 점 중 하나인 ‘연광정에서 열린 잔치’

모든 전시 설명이 끝난 뒤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김홍도의 작품이라고 추정되는 ‘평안감사향연도’가 진짜 김홍도의 작품인 것이냐는 질문에 한 관계자는 “이 작품은 언제, 누가 그렸는지 문헌적인 기록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은 추정일 수 밖에 없다. 물론 ‘단원풍속화첩’과 매우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정확히 김홍도가 그린 것인지 확답할 수 없다. 그 후학들이 그린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미디어 전시를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해외의 전시 사례를 많이 조사했다. 그 중 주목했던 것이 한 점을 가지고 디지털 전시를 했던 경우였다. 프라도 미술관의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 ‘쾌락의 정원’을 모티브로 했던 ‘인피니트 가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암굴의 성모’를 가지고 했던 내셔널갤러리의 전시 등. 우리 소장품 중에서 이렇게 한 점으로 풍성한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는 작품이 있을까 해서 찾다가 ‘평안감사향연도’를 발견하게 되었다. 여러 유물이나 작품을 통해 이런 전시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말하며 2부 ‘평안平安-어느 봄날의 기억’  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세한도’와 ‘평안감사향연도’를 함께 병치시켜 전시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미술부에서는 세안도 기증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었고, 미디어 전시과에서는 미디어 아트로서 평안감사향연도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조선의 관리로서 겪을 수 있는 인생의 고와 락의 연결점을 찾아 두 작품을 한데 모아 연합전시로 발전을 시킨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