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문화계 핫 뉴스
2008 문화계 핫 뉴스
  • 이의진 기자
  • 승인 2008.12.3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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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마에 처참히 무너져 내린 ‘숭례문’

국보 1호 숭례문에 불이 난 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월 10일, 밤 8시 50분경. 문루 2층에서 시작된 불은 다음 날 새벽 2시가 돼서야 모두 잡혔다.


우리 문화의 ‘자존심’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타는 비보가 온 나라를 요동쳤고 우리 민족 의 얼이 담긴 숭례문이 불에 타는 장면을 지켜본 국민들은 충격 그 자체였다.  6시간 가까이 타오른 불길로 숭례문의 2층 누각이 전소되고, 1층 누각 상당부분도 화마로 소실되는 등 600년을 지켜온 숭례문이 잿더미가 됐다.

숭례문 화재사건은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 경찰의 문화재 보호의식 수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소중한 문화유산 관리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숭례문의 공사 기간은 약 3년으로 예상되며, 2010년 말까지 화재 현장에서 발굴 조사를 벌인 뒤 그 결과와 고증 자료를 토대로 공사를 시작해 오는 2012년 일제에 훼손되기 이전의 숭례문 모습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2.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망언'

지난 10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사진기자들을 향해 “사진을 찍지 말라”며 막말을 하는 등 장관의 ‘망언’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막말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여야 모두 유 장관의 언사가 부적절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지만 원인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등 정치쟁점화 됐다.

유 장관은 자신의 막말 파문을 가라앉히기 위해 지난 10월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유를 불문하고 공직자가 취재진에게 적절하지 않은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과 언론인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유인촌 장관은 지난 수개월 동안 ‘정치색이 다른 기관장들에 대한 협박과 해임’, ‘촛불집회 등에 대한 정권의 나팔수 역할’ 등을 해왔다는 지적과 함께 문화정책, 문화예술 현장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데, 문화부 장관은 직무를 유기했다고 비난받았다.

더욱이 유장관은 ‘촛불집회 관련 망언’, ‘좌파 적출론 파문’, ‘국회 욕설 사태’,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 파문’ 등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한해였다.

3. 박수근 '빨래터' 위작사건

올해 문화계의 사건으로 미술계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위작 논란의 중심에는 고(故) 박수근(1914-1965) 화백의 유화 '빨래터'가 있었다.

빨래터의 경우 사전에 출품이 취소된 게 아니라 작년 5월 서울옥션을 통해 실제로 거래가 이뤄진데다 그것도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인 45억2천만 원에 거래됐기 때문에 논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위작 논란은 작년 12월 미술 전문 격주간지 ‘아트레이드’가 창간호에서 위작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실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서울옥션은 올해 1월 아트레이드측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에 따른 30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감정서를 발급해주는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가 서울옥션의 의뢰를 받아 지난 1월 20명으로 구성된 특별감정위원회까지 구성해 안목 감정으로 진품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논란이 잠재시간이 갈수록 빨래터의 진위를 둘러싼 소음이 더 커지자 감정연구소는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연구원 정전가속기연구센터와 일본 도쿄 예술대 보존수복유화연구실에 추가로 과학 감정을 의뢰해 지난 7월 역시 진품으로 판정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2005년 검찰의 이중섭 위작 사건 수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명지대 최명윤 교수가 빨래터가 위작이라는 입장에 서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 교수는 비교 대상 진품으로 서울대의 과학감정에 사용된 기준작 ‘고목과 여인’이 서울옥션 측의 작품 수복(修復)의뢰를 받았지만 1980년대 이후 만들어진 가짜라고 판정, 돌려보냈던 작품으로 기준 작들의 선정에 문제가 있고 서울대의 연대측정 결과도 17세기로 해석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최 교수는 빨래터에 대한 공개감정을 주장하면서 지난 7월부터 ‘스터디 빨래터www.studypaletter)'사이트를 개설, 국민화가인 박수근의 작품만이라도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조사해 진품이 위작에 묻혀 버리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했다. 그의 이런 일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인 상태다.

4. 문화계 리메이크 열풍 

올 한해 대중문화계에는 이미 한 분야에서 검증된 콘텐츠들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재활용되는, ‘리메이크’ 열풍이 주류를 이뤘다. 이러한 리메이크 열풍은 대중 문화계에 새로운 이슈와 화두를 던졌다.


특히 소설이나 만화 원작의 출판물들이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영상물’로 재탄생됐다. 영상물로 리메이크된 콘텐츠는 다시 원작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여 재출간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등 상호 ‘시너지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국내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성공한 해외 드라마나 소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국내 영화와 드라마로 리메이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중 이정명 작가의 소설 ‘바람의 화원’은 영화와 드라마로 리메이크 된 대표적인 예로 신윤복과 고미술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TV에서 방영되는 동안 한때 ‘팩션’(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픽션 가미) 사극의 역사 왜곡 논란과, 주연 배우를 둘러싼 색깔 공방이 난무하기도 했다.

이외도 ‘식객’, ‘사랑해’, ‘일지매’, ‘달콤한 나의 도시’ 등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바보’, ‘순정만화’, ‘멋진 하루’ 등도 기본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들도 회자됐다.

5. 인순이 '예술의 전당' 공연무산

가수 인순이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 하우스 대관 심사에서 또다시 탈락해 공연문제가 문화계에서 논란이 됐다.
올해 초 대관을 신청했다가 예술의 전당 측으로부터 거부를 당했던 인순이가 2009년 10월 일정으로 예술의 전당 수시 대관 신청서를 접수했지만 지난 10월 16일 다시금 거절당했다.

인순이는 작년 대관신청을 했다가 탈락하자, 올해 10월과 내년 10월 공연을 목표로 내년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수시 대관 신청을 했다. 인순이는 올 초 데뷔 30주년 기념 투어 콘서트 ‘레전드’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 대관 신청을 했지만 대중가수라는 이유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예술의 전당은 개관 20년 동안 지난 8월까지 조용필을 제외하고 대중가수들에게 무대를 대관한 적은 없지만 지난 8월 1일 조영남의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의 대관을 허락한 바 있기에 예술의 전당 측의 결정에 기대를 모았지만 ‘대관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예술의 전당 측은 지난 3월 인순이의 공연거부와 관련 파문이 커지자 “인순이씨가 대중가수이기 때문에 공연거부를 한 것이 아니라 오페라 극장의 운영방침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오페라하우스 대관은 우리 국격에 맞게 순수 클래식과 발레공연만 할 계획”이라며 “지난 11월은 대중적 공연이 많은 때라 심의에서 탈락됐다”고 해명했다.

6. 대학로 '평화시위구역' 지정논란

지난 10월 28일 경찰청이 소극장 100여 개가 밀집돼 있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등을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는 ‘평화시위구역시범지역’으로 지정하자 대학로가 반발했다.

2005년 ‘문화지구’로 지정된 대학로가 예술과 문화의 거리로 성장, 도약해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집회와 시위로 인해 대학로를 찾는 시민과 외국관광객에게 공포감 조성으로 대학로의 대외적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평화시위구역지정 저지 연극인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박계배)는 지난 10월 30일 “경찰청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평화시위구역’으로 지정한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경찰청장 공식 사과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상대책위는 또 대학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쏟아 부은 돈만해도 자그마치 100억 원이 넘는다며 경찰청의 정책은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무엇보다 문화부와 서울시간의 협의도 안 된 경찰청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수긍할 수 없다는 강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경찰청은 평화시위구역 또는 상설시위구역이 아니고, 이곳에서의 집회시위는 집회 신고 시 평화적으로 집회를 하겠다는 약속이 된 집회로 경찰 간섭을 최소화하고 평화적으로 개최하도록 해,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제안된 제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청의 이러한 구역 지정은 오히려 대학로를 시위의 각축장으로 전락시킬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탁상행정’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7. 국민배우 최진실 ‘자살’

지난 10월 2일 오전 6시 15분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국민배우 최진실의 자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단칸방에서 수제비로 허기를 달래던 소녀가 부와 명예를 한 몸에 안은 최고의 여배우로 성장한 최진실의 신데렐라 스토리의 끝은 허망했다.

최진실은 1988년 MBC 드라마 '조선왕조 500년-한중록'으로 데뷔하여 일약 수많은 CF를 찍으며 청춘스타가 됐다. 지난 90년대 ‘또순이 이미지’로 각광받고,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CF 속 카피로 당대를 대표하는 국민요정으로 떠올랐다.

2002년 야구선수 조성민과의 이혼으로 힘든 생활을 보냈지만 잘 견뎌내고 MBC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과 MBC 드라마 '장미의 전쟁' 그리고 KBS 2TV '장밋빛 인생'을 통해 방송 복귀를 알렸다.

그러나 그녀는 안재환의 자살과 관련한 인터넷 악성루머와 연예계 생활이 주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비운의 생을 마감했다. 

8. 릴레이 공연 ‘연극열전2’ 흥행

2004년 한 해 동안 15편의 연극으로 17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던 ‘연극열전2’ 가 4년만인 올해도 화제가 됐다.

‘2008 연극열전’으로 이름 붙여진 이번 릴레이 공연은 지난 12월 7일 ‘서툰 사람들’(장진 작, 연출)을 시작으로 현재 공연 중인 ‘민들레 바람 되어’까지 총 10편이 무대에 올랐는데 지난 18일 현재 관람객수 23만 명, 평균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했다.

이러한 흥행 비결에는 애초부터 ‘명품시리즈’가 아닌 ‘관객맞춤형 기획 상품’을 표방, 성공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중 ‘연극열전2’의 경우 스타 캐스팅을 흥행으로 연결해 상업적인 면이 부각됐지만 1년간의 리스트를 미리 발표하고, 관객들에게 사전 정보를 제공해 선택권을 넓혀주고 믿을 만한 연기자, 검증된 작품들을 내보낸 것이 주효했다.

관객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코미디극과 정통 연극을 절반씩 선택한 뒤 시리즈 초반에 워밍업용으로 ‘서툰 사람들’, ‘늘근도둑 이야기’같은 코미디극을  선정, 관객의 흥미를 이끌어냈다.

‘서툰 사람들’이 장진의 20대 초반 작품으로 20대 중반 여고사와 도둑의 풋풋하고 코믹한 하룻밤을 다뤘다면 ‘늘근도둑 이야기’는 인생의 달달하고 씁쓰레한 맛을 두 명의 늙은 도둑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사회 천태만상을 표현했다.

9. 동대문 운동장터 유물 발견

서울시가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을 계획, 올 초부터 지난 9월9일까지 사업예정지에 대해 중원문화재연구원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조성부지 내 발굴조사 결과 성곽 등 유물이 발견됐다.

매장문화재 확인을 위한 문화재 시굴조사 결과 옛 동대문운동장 밑으로 서울성곽기저부가 거의 완벽한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 확인됐으며, 전체 둘레 약 17k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성곽에서 처음으로 방어용 부속 시설 일종인 치성(雉城)도 발견돼 화제가 됐다.


또한 출토 유물 중에는 15-20세기에 이르는 분청사기와 조선청자, 무문 백자, 청화 백자, 외국(일본이나 중국) 자기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축구장 부지에서 확인된 건물터에서는 '돈'(墩), 즉 의자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청자 조각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편 남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청계천으로 흘러들게 하는 입구에 마련한 수문 중 하나인 아치형 '이간수문'(二間水門)은 두칸(間) 성문을 갖춘 홍예식(아치형) 수문으로 윗면 홍예돌 일부만 탈락했을 뿐, 나머지 부분은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길이는 7.4m이며 수문 너비는 2칸 모두 3.30m에 홍예문 높이는 4m로 측정됐다.

서울성곽은 식민지시대 동대문운동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멸실된 것으로 추정됐지만, 최고 잔존높이 4.1m에 바닥 폭 8-9m에 이르는 규모로 남아있는 것이 확인됐다.

10. 미술계 ‘양도세’ 부과 논란시비

미술계가 미술품 양도세 과세로 연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지난 5일 ‘서화? 골동품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2011년 1월부터 6천만 원 이상인 작품 거래 시 양도차익의 20%를 자진납부해야 한다. 과세 대상은 사망 작가의 회화, 드로잉, 조각, 비디오 영상설치 등 미술품과 제작된 지 100년이 넘는 골동품이 해당된다.

또한 조상에게 물려받은 애장품이나 취득가액이 불분명할 경우 제작된 지 10년이 안된 작품은 양도가액의 80%, 10년이 넘은 작품은 90%를 공제한 후 나머지 금액에 대해 20%의 양도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에 대해 미술계는 국내 미술시장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 간의 거래에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미술시장을 ‘고사’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미술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든 시점에 양도세 적용은 미술시장 성장에 큰 저해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으며, 미술품 거래에 있어 세금의 부과는 미술 시장의 축소와 국내 미술계 발전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의진 기자 luckyuj@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