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저장해둔 시간 속에 피는 ‘아버지와 함박꽃’  김유리의 포토에세이
[전시리뷰]저장해둔 시간 속에 피는 ‘아버지와 함박꽃’  김유리의 포토에세이
  • 정영신 기자
  • 승인 2021.03.02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엄마와 아버지는 이 세상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일에 놀라거나 길을 걷다 삐끗하다 넘어지면 자기도 모르게 ‘엄마야 ~ ’라는 소리가 무의식에서 흘러나온다. 엄마는 우리에게 그런 존재다. 아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늘 그 자리에 있는 나무 같은 지킴목이다. 

충무로 ‘꽃피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김유리의 “아버지와 함박꽃” 개인전 및 출판기념회가 지난 달 20일 ‘꽃피다’에서 열렸다. ‘꽃피다’관장인 김유리작가는 지난해 ‘가족’ 전시기획으로 아들, 남편, 아내, 시어머니, 아버지, 부모님, 쌍둥이, 이산가족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친근하고 사적인 사진전을 열어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의 따뜻함을 보여줬다. 

 

'아버지와 함박꽃' 포토에세이 김유리작가 ⓒ정영신
'아버지와 함박꽃' 포토에세이 김유리작가 ⓒ정영신

 
그녀는 아버지와 엄마에게 물려받은 모든 재능으로 한땀한땀 바느질하듯 ‘아버지와 함박꽃’ 책을 만들었다. 책갈피 속에는 엄마와 아버지를 향한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들어가 있다. 엄마가 메밀꽃처럼 하얀 웃음을 딸에게 건네고, 막내딸은 엄마를 고스란히 마음에 담았다. 그녀는 시간을 뒤로 걸어가 사라진 엄마를 소환시키며 아주 담담하게 사진과 글로 풀어냈다. 

 

(사진제공/김유리작가)
(사진제공/김유리작가)

 

그녀의 전시공간을 들여다보면 사진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엄마가 저쪽 세상으로 건너가기까지의 시간을 보여준다. 생쌀에 물을 부으면 그냥 밥이 되지만 서정적인 물을 부으면 밥이 시(詩)가 되듯이, 그녀만의 사적인 사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의 모습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자기경험을 투영시킨다. 

 

(사진제공/김유리작가)
(사진제공/김유리작가)

 

그녀가 담아낸 엄마 사진은 추억으로 유도하지 않고 과거의 생생함을 확신시킨다. 엄마는 딸이 저장해둔 시간 속에 머물러 아버지를 만난다. 사진은 보는 사람에 의해 생생하게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그녀의 엄마는 우리의 엄마가 된다.

 

(사진제공/김유리작가)
(사진제공/김유리작가)

 

인생끝자락에서 농사일을 멈추고 손톱에 꽃물을 들인 엄마의 손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누구에게나 빛나는 시절이 있었을 텐데 작가가 생각한 엄마의 그때는 언제였을까? 한때는 엄마도 수줍음에 가슴 설레던 소녀였으며, 여자였으며, 엄마의 딸이었을 것이다. 

 

(사진제공/김유리작가)
(사진제공/김유리작가)

 

그녀의 아버지는 6.25참전용사다. 결혼식 다음 날, 엄마만 두고 군대에 가서 5년 만에 돌아오셨다. 그때 입으셨던 참전용사조끼를 훈장처럼 지금도 방안에 걸어두신다. “아버지의 함박꽃은 엄마 꽃이다. 아버지는 함박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보고 있다”는 작가의 말이 짙은 여운을 남긴다.

 

(사진제공/김유리작가)
(사진제공/김유리작가)

 

그리고 89세 아버지가 병원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내에게 연서를 남겼다.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사랑했습니다. 당신은 이해가 넓으며 고마운 분입니다” 엄마는 아버지의 손 편지를 못보고 저쪽세상으로 건너가셨다. 홀로 남겨진 아버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아리다. 아버지의 슬픔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지만 아버지인생을 자식들에게 통째로 내맡겼던 아버지의 사랑을 책갈피갈피에 새겨 넣었다.  

 

(사진제공/김유리작가)
(사진제공/김유리작가)

 

한때는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었을 거실이 엄마의 부재로 인해, 텅 빈 빨래건조대를 응시하고, 직선이던 어깨가 곡선으로 변해버린 아버지의 등을 응시하고, 조용한 부엌을 응시한다.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햇살마저 무심해 보이는 것은 엄마의 부재다. 엄마가 없는, 엄마 집을 응시하는 작가의 마음이 전해져 깊은 슬픔을 느낀다. 아니 같이 공감하게 된다.

 

(사진제공/김유리작가)
(사진제공/김유리작가)

 

“평소에 정정하다가도 자식들만 오면 아이가 된다. 마치 아버지 머릿속에 스위치가 있는 것 같다. 아홉 살과 아흔 살을 오간다” 아버지를 지켜보는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엄마 꽃, 함박꽃이 아버지이불에 피어 아버지를 감싸고 있다. 그녀는 아버지가 엄마를 만나고 있는 낯선 시간을 저장한다. 

 

(사진제공/김유리작가)
(사진제공/김유리작가)

 

김유리작가의 ‘아버지의 함박꽃’전은 충무로 ‘꽃피다’ 갤러리에서 오는 19일까지 이어진다. 
책구입 및 전시문의 / ‘꽃피다’ 갤러리 02-2278-7765

'아버지와 함박꽃' 책표지
'아버지와 함박꽃' 책표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