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展
국립현대미술관,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4.2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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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선구자들의 예술적·기술적 성취 볼 수 있어
오는 9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기자] 회화와 조각 같은 ‘정지된 이미지’에서 나아가 ‘움직이는 이미지’에 도전해 새로운 예술사를 써내려간 ‘애니메이션’을 다루는 전시가 개최된다. 애니메이션 역사를 일군 선구적 애니메이터 5인의 작품과 제작과정으로 1920-1940년대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을 소개한다.

애니메이션(animation)은 여러 장의 화면을 연속으로 촬영, 조작해 화면 속 대상이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촬영한 영화와 그 기술을 지칭한다. 전시에서는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좀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 표현을 만들기 위해 시도했던 수많은 시간을 만나볼 수 있다.

▲ 렌 라이, 컬러 박스, 1935, 35mm, 컬러, 유성, 4분. (사진=고벳-브루스터 아트 갤러리 렌 라이 센터)
▲ 렌 라이, 컬러 박스, 1935, 35mm, 컬러, 유성, 4분. (사진=고벳-브루스터 아트 갤러리 렌 라이 센터)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오는 9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전을 선보인다.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작가는 로테 라이니거, 오스타 피싱거, 렌 라이, 카렐 제만, 노먼 매클래런이다.

전시는 다섯 작가들의 애니메이션 작품과 드로잉 50여 점으로 구성됐다. 또한, 작가들이 당시에 고안해낸 혁신적인 기법을 살펴볼 수 있는 기술 노트, 제작도구, 드로잉, 작가 다큐멘터리 영상 및 사진 등의 자료도 함께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MMCA는 체코 국립영상자료원(NFA), 프라하의 카렐 제만 미술관(Karel Zeman Museum), 주한독일문화원, 캐나다국립영화위원회(NFB), 뉴질랜드의 고벳-브루스터 아트 갤러리 렌 라이 센터(Govett-Brewster Art Gallery and Len Lye Centre),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시각적 음악센터(Center for Visual Music) 등 작가들의 자료를 연구‧소장 중인 세계적인 기관들과 협력했다.

▲ (좌) 로테 라이니거와 트릭 카메라(trick camera)  (우) 로테 라이니거와 트릭 테이블(trick table) ©absolut Medien GmbH.
▲ (좌) 로테 라이니거와 트릭 카메라(trick camera) (우) 로테 라이니거와 트릭 테이블(trick table) ©absolut Medien GmbH.

오는 5월부터 7월까지의 전시진행 기간 동안 MMCA필름앤비디오에서는 다섯 작가의 장·단편 애니메이션 50여 편을 상영한다. 작품의 면면을 좀 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5인의 작가는 컴퓨터 그래픽이 없던 시절, 세계 대전의 격동 속에서도 실감나는 움직임을 향한 열정 가득한 실험과 작품제작을 지속해 온 이들이다. 20세기 초 애니메이션은 사물과 정지된 이미지를 빠르게 연결시켜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독일 출신 작가 로테 라이니거는 ‘실루엣 애니메이션’의 대가로 수천 장의 종이 인형을 만들고 그 그림자를 촬영해 상상의 세계를 만들었다. 자연스러운 동작을 만들기 위해 인물별 대·중·소 크기의 인형을 제작했고, 그림자를 위한 ‘트릭 테이블’·‘멀티플레인 카메라(multiplane cameras)’ 기법을 고안했다. 1926년 최초의 장편 실루엣 애니메이션 〈아흐마드 왕자의 모험〉을 발표한 인물이며, 최근 여성 영화인데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며 재평가 받고 있다.

▲(좌) 1942년 경 헐리우드 선셋대로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오스카 피싱거 (사진=시각적 음악센터)
▲(좌) 1942년 경 헐리우드 선셋대로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오스카 피싱거 (사진=시각적 음악센터)

뉴질랜드 출신 렌 라이와 체코 출신 노먼 매클래런은 카메라 없이 필름에 직접 그리거나 채색하는 ‘다이렉트 필름(direct film)’을 적극 활용한 작가들이다. 렌 라이의 〈컬러 박스〉는 카메라 없이 필름 위에 직접 그림을 그려 만든 세계 최초의 다이렉트 필름으로 꼽힌다.

노먼 매클래런은 이미 빛에 노출 된 필름을 긁어서 제작하는 ‘스크래치 온(scratch on) 필름 애니메이션’과 노광되지 않은 필름을 현상해 투명한 필름에 그림을 그려 제작하는 ‘페인트 온(paint on) 필름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었다. 이외에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픽실레이션 기법 등 여러 기법을 자유자재로 활용한 작가다.

한편 매클래런은 작품을 제작하면서 기획의도, 기법, 음악·표현의 특징 등을 상세하고 명료하게 정리한 ‘기술노트’를 남겨서 후대 애니메이터들에게 큰 자료를 남겼다. 그는 작품 제작을 위해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 오스카 피싱거, '연구 5번', 1930, 컬러, 유성 (사진=시각적 음악센터)
▲ 오스카 피싱거, '연구 5번', 1930, 컬러, 유성 (사진=시각적 음악센터)

현재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각종 특수효과를 더해 작품을 창작하지만, 애니메이션이 처음 시작됐을 땐 제한적인 도구와 재료, 그리고 수작업만으로 환상의 세계를 표현해냈다. 그들이 쌓아온 열정의 기록들은 애니메이션 역사의 전환기를 이끈 고전으로 남아, 후대 창작자들의 영감이 되고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전은 발명가처럼 표현기법을 찾아나간 애니메이션 선구자들과 그들이 일군 눈부신 기술적 예술적 성과를 엿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기며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교육적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