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1,488점 이르는 ‘이건희 컬렉션’ 세부 공개
국립현대미술관, 1,488점 이르는 ‘이건희 컬렉션’ 세부 공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5.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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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박수근, 장욱진,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작품 소장
모네, 고갱, 르누아르, 피사로, 샤갈, 달리 등 세계적인 거장 작품 119점 포함
오는 8월 서울관을 시작으로 ‘이건희 컬렉션’ 전시 이어나갈 것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기자] 한국 근현대 미술 작가부터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까지 아우르고 있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장 기증미술품이 세부공개 됐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7일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미술품 1,488점(1,226건, 이하 이건희컬렉션)을 선보였다.

▲ 이중섭, 흰소, 1953~54, 30.7x41.6cm (사진=MMCA)
▲ 이중섭, 흰소, 1953~54, 30.7x41.6cm (사진=MMCA)

‘이건희컬렉션’은 김환기, 나혜석, 박수근, 이인성,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가 명작과 모네, 샤갈, 달리, 피카소,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대표작으로 구성됐다. 한국화를 비롯한 회화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회화 이외에 판화, 드로잉, 공예, 조각 등의 다양한 장르로 포함하고 있어 근현대미술사를 폭넓게 조망하고 있다.

이 회장의 미술품 기증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근대미술 컬렉션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도약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그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중, 1950년대 이전까지 제작된 작품은 960여 점에 불과했다. 이번 기증으로 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238명의 작품 1,369점, 외국 근대작가 8명의 작품 119점을 소장하게 됐다. 희소가치가 높아 수집조차 어려웠던 근대기 소장품의 기증은 한국 근대미술사 연구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컬렉션의 주목할 점으로는 4가지 지점이 있다. ▲ 한국화 컬렉션의 질적 성취. 이 회장 컬렉션에는 김은호, 이상범, 변관식, 김기창, 박래현 등 한국화가의 ‘대표작’이 대거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이상범이 25세에 그린 청록산수화 <무릉도원도>(1922), 노수현의 <계산정취>(1957), 김은호의 초기 채색화 정수를 보여주는 <간성(看星)>(1927), 김기창의 5미터 대작 <군마도>(1955)등이 있다. ▲ 근대기 대표 작가 작품 소장. 수집예산이 적어 미술관에서 좀처럼 구입하기 어려웠던 박수근, 장욱진, 권진규, 유영국 등 근대기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골고루 기증됐다. 유영국 187점(회화 20점, 판화 167점), 장욱진 60점, 박수근 33점 등이다.

▲ 이상범, 무릉도원도, 1922, 158.6x390cm (사진=MMCA)

▲ 근대 미술 희귀작 소장. 나혜석의 진작으로 확실해 진위평가의 기준이 되는 <화녕전작약>(1930년대), 여성 화가이자 이중섭의 스승이기도 했던 백남순의 유일한 1930년대 작품 <낙원>(1937), 총 4점밖에 전해지지 않는 김종태의 유화 중 1점인 <사내아이>(1929) 등이 기증됐다. ▲ 해외 거장들 작품 소장. 이번 기증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은 모네, 고갱,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마르크 샤갈 등 거장의 작품을 처음으로 소장하게 됐다. 해외 거장들의 작품을 국내에서 만나볼게 됐다는 점에서 큰 상징을 가지고 있다.

4.나혜석, 화녕전작약, 1930년대, 33x23.5cm
▲ 나혜석, 화녕전작약, 1930년대, 33x23.5cm (사진=MMCA)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8월에 서울관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과천, 청주 등에서 특별 전시, 상설 전시, 보이는 수장고 등을 통해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서울관에서는 8월《이건희컬렉션 1부: 근대명품》(가제)을 통해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 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어 12월에는 《이건희컬렉션 2부: 해외거장》(가제)을 통해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작품을 공개하고, 내년 3월에는 《이건희컬렉션 3부: 이중섭 특별전》을 통해 이중섭의 회화, 드로잉, 엽서화 104점을 선보인다.

덕수궁관에서는 오는 7월에 열리는《한국미, 어제와 오늘》전에 일부 작품을 선보이고, 11월에는《박수근》회고전을 통해 이건희컬렉션을 대거 선보인다. 내년 9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열리는 한국 근대미술전에도 이건희컬렉션 중 일부를 선보여 수준 높은 한국 근대미술을 해외에 소개하는 기회도 마련될 예정이다.

과천관은 이건희컬렉션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및 아카이브의 새로운 만남을 주제로 한 《새로운 만남》을 내년 4월과 9월에 순차 개막한다. 청주관은 수장과 전시를 융합한 ‘보이는 수장고’를 통해 이건희컬렉션의 대표작들을 심층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김종태, 사내아이, 1929, 53x45.4cm(사진=MMCA)
▲ 김종태, 사내아이, 1929, 53x45.4cm(사진=MMCA)

더불어 내년에는 지역 협력망미술관과 연계한 특별 순회전을 개최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소중한 미술자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할 준비를 다지고 있다.

이외에, 국립현대미술관은 ‘이건희 컬렉션’연구 및 데이터화 작업을 이어나가, 학술행사·연구논문·출판물 등의 형태로 미술품의 의의를 공유해 나갈 계획도 밝혔다. 궁극적으로 기증작의 미술사적 가치를 집중조망 해 한국미술사 연구 지평을 넓힐 계획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문화예술계 발전을 위해 평생을 수집한 미술품을 기증해주신 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대량 기증을 통해 확보된 수준 높은 예술품으로 명실공히 미술소장품 일만 점 시대를 열고, 국민의 문화 향유 증대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