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KOTE, 《최소리의 소리를 본다_두드림으로 그린 소리: 劫(겁)》 展 개최
인사동 KOTE, 《최소리의 소리를 본다_두드림으로 그린 소리: 劫(겁)》 展 개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5.1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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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그린 밑그림 위 작가가 그려낸 소리
다음달 1일부터 30일까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기자] “모든 물체와 에너지에는 각기 그들만의 소리가 있다” 최소리 작가의 바탕이 되는 생각이다. 최 작가는 “귀로만 듣는 소리가 아닌 눈으로도 볼 수 있는 소리”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최소리의 소리를 본다_두드림으로 그린 소리: 劫(겁)>은 타악솔리스트이자 뮤지션인 그가 평생 음악으로만 전달하던 소리에 대한 탐구를 미술의 영역으로 옮겨낸 실험적인 미술창작 전시다.

▲ 소리를 본다_천지인_55x55cm_알루미늄에 혼합재료_2020 (사진=KOTE 제공)
▲ 소리를 본다_천지인_55x55cm_알루미늄에 혼합재료_2020 (사진=KOTE 제공)

전시는 인사동 KOTE 1층 Showcase와 3층 KOTE Gallery에서 다음달 1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는 최 작가가 2019년부터 경남 하동군에 위치한 지리산 청학동 아트인청학에서 작업해온 자연과 소리의 예술을 접화한 작품들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그는 하늘과 땅이 한 번 개벽한 때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의 한 업이 긴 시간을 뜻하는 ‘劫(겁)’을 주제로 지리산 청학동 자연과 함께 협업해 작업한 소리와 미술을 융합한 120여 곡을 공개한다. 억겁의 세월 동안 축적된 지리산 청학동의 맑은 생명의 움틈과 관용과 순리의 자연 속에서 작업한 그의 작품은 현대인들에게 긍정의 파동을 전한다.

▲ 아티스트 최소리 (사진=KOTE제공)
▲ 아티스트 최소리 (사진=KOTE제공)

작품 활동을 하기 앞서 최 작가는 지리산 청학동에 자리 잡아 세상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는, 오롯이 자연과 하나 되기를 시작했다. 90년대 헤비메탈 그룹 백두산 드러머로 활동하고, G20 정상회담, 광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식 등의 공연을 기획하는 음악감독으로도 활약하며 긴 여정을 걸어온 그의 또 다른 시작이었다.

청학동에 도착한 그는 작품의 주재료인 알루미늄, 동, 황동, 캔버스 등을 숲속, 계곡 물속, 땅속, 돌 사이 등 자연의 품속에 풀어 넣어 자연과의 접화를 시작했다. 맑은 빗물, 눈, 계곡물 등이 스며들고 봄 새싹의 움틈과 가을 단풍의 빛깔 등 자연이 그려나간 밑그림 위에 작가가 두드리고 갈고 채색해 자연과의 협업 작품을 만들었다.

▲ 자연과 협업 현장 (사진=KOTE제공)
▲ 자연과 협업 현장 (사진=KOTE제공)

이번 전시 작품들은 대자연의 기나긴 시간 속에 부유하는 찰나들을 포착해 天地人(천지인)의 하나 되는 순간을 전달하는 메시지다. 하나, 둘, 자연의 소리가 나름의 대화로 말을 걸어올 때, 최 작가는 ‘사계’, ‘24절기’, ‘12간지’, ‘日月火水木金土(일월화수목금토)’, ‘지리산 청학동 노을’ 등을 작곡했고, 자연과 만들어낸 교감의 순간을 표현했다.

▲ 소리를 본다(화요일_노을)_120x60cm(7개 중 1)_동판에 혼합재료 2021 (사진=KOTE제공)
▲ 소리를 본다(화요일_노을)_120x60cm(7개 중 1)_동판에 혼합재료 2021 (사진=KOTE제공)

그가 이런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20여 년 전 받게 된 소음성난청 진단이었다. 연주를 계속 할 시 청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그는 ‘사망선고’를 받은 것 같았다고 표현한다. 절망에 휩싸인 그는 분노에 차 드럼 스틱을 집어던졌고, 날아간 스틱이 훑은 벽의 자국에서 최 작가는 지금 시도하고 있는 작품의 시발점을 찾았다.

앞으로 그는 음악, 미술 어떠한 장르에 속하거나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 작업을 펼치며 자연과의 접화를 꿈꾸는 이야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한다. 최 작가는 “코로나19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치고 힘든 도시 사람들에게 대자연의 위로와 평온을 전하는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