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싹 풀어주는 ‘새롭게 보는 박물관 학교’
궁금증 싹 풀어주는 ‘새롭게 보는 박물관 학교’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12.2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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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철학, 도덕… 자기 주도적 통합학습 ‘저절로’

도대체 무엇부터 봐야할지...박물관에 들어서면서 하품부터 하는 아이들에게 박물관을 즐기게 할 수는 없을까. ‘새롭게 보는 박물관 학교’가 바로 그 해답이다. 학년별, 테마별 총 6개 반 72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박물관 학교는 아이들이 박물관과 친구가 되게 해줘 그 결과 자기 주도적 학습이 일어나게 하는 곳이다. 서울문화투데이는 연말을 맞아 그동안의 박물관 기행을 총 결산하고 오는 2010년 더 나은 박물관 관람을 위해 새롭게 보는 박물관 학교를 찾았다.

새롭게 보는 박물관 학교는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교다. 무차별적으로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 유물들을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 새롭게 해석해 박물관이 살아 숨 쉬는 놀이터가 되도록 해 주는 곳.

현재 박물관 학교의 프로그램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학년별과 미술반, 역사반 등 테마별로 총 6개 반 72개가 운영되고 있다. 내년에는 인물반 프로그램을 추가하게 된다.

수업은 박물관 관람을 위한 학교인 만큼 박물관에서 직접 수업이 이루어지게 되며 한 달에 한번, 1년 총 12번에 걸쳐 정해진 날에 6명으로 조를 이룬 학생들이 박물관을 방문해 수업을 받게 된다. 

방문하게 되는 박물관은 교과과정과도 연결이 되어 있어 심화학습으로 아주 좋다. 좋은 학교나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한 학교 공부로 지친 아이들이 유물과 표본들을 직접 접하고 고대의 무덤들을 통해 죽음이라는 철학적인 주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박물관 학교 프로그램에 신청한 아이들은 먼저 관람하게 될 박물관과 관련된 책을 읽게 된다. 이를 통해 아는 것이 먼저 생기다 보니 더 많은 것이 눈에 보일 수밖에 없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관람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활동들이 종료되면 아이들은 오늘 본 것에 대해 글로 자기 생각을 표현한다. 이렇게 그날 주제에 맞게 정리한 글을 친구들과 토론으로 나누고 박물관 학교 소식지를 통해 나누게 된다. 

그럼 박물관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 어떻게 자기 주도적 통합 학습을 하게 된다는 말일까. 구체적인 박물관 방문을 예로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박물관 학교에서는 박물관의 종류에 미술관과 기념관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오늘 몽촌토성을 관람한다면 방문 전 몽촌토성과 관련된 책을 읽고 몽촌토성을 본 후에는 거기서 본 집들을 도형으로 그려본다든지 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경우 역사에 대한 공부뿐만 아니라 수학과 죽음, 도덕적인 것 까지 생각해보는 학습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해당 공부를 마치고서는 선생님이 그동안 학생들이 활동한 자료를 바탕으로 아이가 어디쯤 와 있는지 분석을 해서 학부모님들에게 직접 편지를 보낸다. 박물관 학교의 오명숙 교장은 이것이 다른 체험교육 장과는 차별화 되어 있는 새롭게 보는 박물관 학교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현재 박물관 학교의 수강생은 약 270여명이며 활동하고 있는 교사들은 6명, 교육 중에 있는 교사가 5명이 있다. 교사를 채용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교사자격증이 있거나 하는 외적인 자격요건을 고려해 교사를 선발하지 않고 지적호기심이 왕성하고 자기 인생을 멋지게 살고 싶은 사람이 그 첫 번째 선발 조건이 된다.  

박물관 학교는 방학을 맞아 오는 1~2월 중 ‘세계문화 이해’라는 대주제로 단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겨울방학 프로그램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잉카전,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의 볼료냐 국제아동원아전, 루오전, 서울시립미술관 앤디워홀을 관람하게 된다.

박물관이 재미없어 그동안 건성으로 방문했던, 오는 2010년 4학년이 되는 학생들부터 초등 6학년까지의 학생들과 아이들 방학 숙제를 해야 하는데 머리를 싸매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박물관 학교에 수강신청을 해 봄이 어떤지.

안팎으로 전인(全人)이 되어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박물관학교 오명숙 교장

“한국형 마그넷 스쿨 만드는 것이 목표”

"예전에는 방학생활이라는 책이 있어서 방학 과제를 해야 했어요. 그래서 두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으로 무작정 나섰는데 저 학년인 우리 아이들이 보기에 설명이 어려운 것은 너무 당연했고 저 조차도 이해가 안 되더군요.”

‘새롭게 보는 박물관학교’의 오명숙 교장은 박물관 학교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92년 자신의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당시를 회고 했다.

교육학을 전공하고 평소 어린이 도서 연구회 문화부장 등을 맡아 활동했던 오 교장은 그렇게 지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위한 박물관 교육이 시행되고 있는 곳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마땅히 해야 할 학교 교육에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하지 못하고 박물관에서도 단기 프로그램만 개설 된 곳이 많았지요. 그래서 저는 수준별 학년별 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나름대로의 프로그램을 짜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오 교장도 처음에는 자신이 하는 일이 사 교육을 조장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로 학교처럼 큰 기관을 운영할 것에 대해서는 보류했다. 그러나 공 기관에서 도무지 그 역할을 담당할 것 같지 않은데 주변의 요구는 점점 커져만 가, 지난 2007년 직제를 하나씩 만들고 교사들을 양성해서 학교를 설립하게 된 것이라 했다.

박물관 체험 교육의 현장에서 살아온 그녀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의 어린이박물관의 설립자문을 맡기도 했으며 서울역사박물관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박물관 유물에 관한 책을 다수 집필하기도 했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에는 올해를 빛낸 20명의 한국인 중 '자랑스러운 교육인’으로 선정됐다. 박물관 현장을 누구보다 많이 다닌 사람이다 보니 현재 우리나라 박물관의 개선해야 할 점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리가 보통 전시를 볼 때는 박물관에서 전시를 해둔 것을 관람자의 시각으로 다시 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람자의 시선을 고려한 전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보통 전시가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전시를 하기 전에 큐레이터나 교육연구사인 에듀케이터가 함께 참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고 지적한다.

“모 역사관은 역사를 통해 고문들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의 전시를 하고 있어 간접체험으로서도 교육이 충분한데 고문 체험실까지 운영을 하고 있어요. 저는 이런 것은 지나치다고 봐요.

아이들을 데려가 보면 가장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 곳이기도 하고요. 사실상 87년까지 그런 고문들이 우리나라에서 자행된 것이기에 인권 탄압이라는 더 큰 틀에서 봐야 하고 우리 세대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그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하겠지요.

또 자연사 박물관의 경우에도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인류의 진화를 보여 주는 마네킹만 보더라도 남성의 모습만 전시를 하고 있어요. 이런 경우 여성의 모습도 반드시 전시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것은 남성을 우위에 두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박물관은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균형감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박물관 자체에서 단기프로그램만 계속 운영하는 것이나 초등학교 현직 교사들과 지역 박물관들과의 어떤 연결도 되어 있지 않은 점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내비췄다.

▲2학년 최창은 학생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분청사기에 나타난 물고기 모양을 보고 그린 그림
▲1학년 서주원 학생이 한국불교미술박물관에서 부처의 얼굴모습을 보고 그린 그림

 

 

 

 

 

 

 

 

 

이러한 문제점들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는 오 교장이기에 그녀가 갈 길도 분명하다. 오  교장의 꿈은 한국형 마그넷 스쿨을 창출하는 것이다. 

“저는 공 기관에서 평생학습자들의 학습권을 다 충족해주지 못할 바예야 저 같은 박물관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교육 기관과 더욱 협의를 해서 새로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학교는 과다한 인지교육에만 치중해 있어 아이들의 삶이 피폐해져 가고만 있어요.

저는 교육의 형태가 다양 할수록 선진국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이다 사다 그렇게 따지면서 교육은 학교울타리에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학교 문턱 넘나들면서 그런 다양한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봐요.

마치 자석처럼 이어 붙이는 미국형 마그넷 스쿨처럼 말이죠.한국형 마그넷 스쿨로 만드는 것이 제 꿈이기도 합니다.” 

오 교장이 박물관 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박물관 학교에서 자기주도적인 학습 방법을 가르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연습하다보니 도움을 받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한 아이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에 진학했을 때 부모님이 너무 기뻐서 찾아오셨죠. 자라면서 박물관 학교의 영향이 컸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또 한 부모님께서는 아이와 함꼐 박물관을 찾았는데 전시를 쭉 둘러보던 아이가 스스로 메모를 하고 급기야는 100여명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자신이 직접 전시를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놀라셨다고 해요.

아이는 물론 ‘우리 선생님이 이렇게만 하면 된됐어’ 라고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이야기들을 전해들을 때 참 보람이 있습니다.”  

오 교장은 아이들이 꼭 방문해봐야 하는 박물관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을 꼽았다.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한국이라는 전통문화와 나라에 대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두 곳 박물관은 꼭 가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무조건 적인 비판이나 수용하는 자세를 버리고 전통을 관찰 한 것을 바탕으로 어떤 것은 수용하고 버려야하는 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지요.” 

그럼 오 교장이 추천하는 박물관 관람법은 뭘까. 

“박물관을 통한 학습은 사실 도서관과 같아요. 도자기나 동물 같은 어떤 주제를 정해서 한번 방문할 때 그 작품들 위주로 살펴보는 것이지요. 사전에 책을 미리 읽고 가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는 앞으로 더욱 아이들이 박물관에 쉽게 놀러 올 수 있도록 돕고 이러한 작업들을 계속 해 나가고 싶습니다.”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