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2021》 개최…지금 젊은 작가의 시선 담아
[현장리뷰]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2021》 개최…지금 젊은 작가의 시선 담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5.2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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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과천관, 28일부터 오는 9월 22일까지
40주년 맞는 ‘젊은 모색’ 전시, 역사의 기록도 선보여
1983년~1991년생 30대 작가 15인 작품 볼 수 있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젊은 세대의 시각은 동시대를 바라보는 생생한 감각을 전하면서 미래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제안한다. 한국 미술계는 1981년부터 《청년작가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계속해서 신진 작가를 발굴해오고 있다. 《젊은 모색》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신진 작가 발굴 전시가 올해에도 그 막을 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젊은 모색 2021》전을 28일부터 9월 2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 개막에 앞서 지난 27일 전시와 작품을 언론에 공개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젊은 모색 2021》전은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젊은 모색》의 20회 차 전시다. 81년부터 이어져 온 전시를 통해 약 400여 명의 신진 작가들이 소개됐다. 대표적으로 1989년 이불, 최정화, 1990년 서도호, 2000년 문경원, 2004년 이형구 등이 이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했다.

▲젊은모색 2021 15인 작가, 좌측부터 신정균, 강호연,현정윤, 김산, 윤지영, 현우민, 최윤, 우정수, 김정헌, 요한한, 박아람, 이윤희, 남진우, 노기훈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젊은모색 2021 15인 작가, 좌측부터 신정균, 강호연,현정윤, 김산, 윤지영, 현우민, 최윤, 우정수, 김정헌, 요한한, 박아람, 이윤희, 남진우, 노기훈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다양성과 개성이 돋보이는 30대 15인 작가

40주년을 맞은 이번 전시에서는 신진작가들의 작품 전시와 함께 지난 전시의 기록을 아카이빙하는 공간도 마련됐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강호연, 김산, 김정헌, 남진우, 노기훈, 박아람, 배헤윰, 신정균, 요한한, 우정수, 윤지영, 이윤희, 최윤, 현우민, 현정윤 15인이다. 1차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들의 연구, 추천 이후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선정됐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40주년을 맞는 《젊은 모색》전시를 열기 위해 이 시대 젊은 작가들에 대해 연구가 이뤄지고 목록을 만들어 15명의 인원을 추리는 과정을 거쳤다”며 “《젊은 모색》은 지금 학예실의 역량이 총 집결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이번 전시는 역대 어느 전시보다 다양성이 주목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르, 작품 세계, 활동 지역 등 작가의 모든 면들이 다양성을 갖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의 미래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작가들의 생기발랄한 ‘개성의 난투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젊은 작가들의 톡톡 튀는 작품들에 대한 평을 남겼다.

▲강호연, 리-레코드 바이올렛, 2021, 혼합매체 설치, 375x615x360cm(사진=MMCA제공)
▲강호연, 리-레코드 바이올렛, 2021, 혼합매체 설치, 375x615x360cm(사진=MMCA제공)

간담회 자리에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젊은 작가 15인 중 배헤윰 작가를 제외한 14인이 모두 참석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연령대는 1983년생부터 1991년생까지의 30대 작가들로 구성됐고, 작품은 신작 140여점이 포함된 160점이 전시되고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사진, 영화, 도예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전시 기획을 맡은 전유신 학예사는 “‘젊은 모색’은 동시대 최전선에 있는 작가들을 소개하고 발굴하는 전시로, 작가들이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볼 수 있는 전시”라며 “올해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은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작품을 하고 있는데, 현재 젊은 작가들이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고 융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매체의 근본적인 성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융합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학예사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모인 전시는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시선을 볼 수 있는데 개인과 사회, 미술과 사회의 접점에도 관심을 드러내 작품의 서사를 구축하고 탐색하는 경향과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시대의 감각을 볼 수 있는 전시”라며 이번 전시가 가진 성격도 언급했다.

1,2전시실 신진 작가 전시-중앙홀 아카이빙 전시…‘젊은 모색’전 역사담아

1 전시실 첫 작품은 강호연 <리-레코드 바이올렛>이다. 강 작가는 일상 사물로 만든 서울 야경 이미지와 시티팝으로 IMF이전 한국 사회 호황기를 청각적, 시각적으로 회상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이어 김정헌의 조각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대안적 체계로서의 에코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토템과 같은 조각 작품으로 드러낸다.

김 작가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인간은 똑같은 패턴으로 자연을 착취하는 대상으로 삼아왔는데, 앞으로는 이런 관점을 바꿔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며 “자연 안에서 명상 시간을 거쳐 작품을 준비하고, 인간이 타생명과 평행선에 있는 연습을 계속해야한다는 생각을 담았다”고 말했다.

우정수는 직접 제작한 벽지로 전시공간을 꾸며 작품을 공개했다. 미국 만화 속 산사태 이미지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의 모습을 회화로 재현한다. 우 작가는 “나는 반복되는 이미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미지나 언어를 반복하다보면 의미 있는 것이 의미 없어지는 것 같고 그 반대의 상황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삶도 무의미한 순간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의미 있는 것이 아주 짧게 지나갈 때도 있다고 본다”고 시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밝혔다.

▲우정수, 오버추어, 2021, 캔버스에 아크릴, 잉크, 116.8x91cm(사진=MMCA제공)
▲우정수, 오버추어, 2021, 캔버스에 아크릴, 잉크, 116.8x91cm(사진=MMCA제공)

윤지영은 팬데믹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극도로 자의식이 과잉되어가는 현대인의 상황을 다양한 형태의 조각을 통해 보여준다. 윤 작가는 전시 공간을 인간의 몸으로 상상하며 작품을 설치했다며, 고립의 시간을 겪은 나의 시간을 관객들과 공유하고자 기획했다고 말했다.

노기훈은 자신의 고향이자 산업화를 상징하는 도시인 구미의 청년 세대가 보여주는 특성을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담담하게 담아낸다. 경공업단지였던 구미의 특수성, 즉 젊은 여성 인구가 많이 머물렀던 시대의 기록을 잡아냈다. 배헤윰은 색면 추상 회화를 통해 디지털 환경 속 회화 매체의 근본을 탐구한다.

남진우는 영웅과 괴물 오징어의 전투를 재현한 회화로 선과 악의 이분법적 전형을 전복하고자 한다. 남 작가는 “어릴적 나는 대왕 오징어와 괴물을 좋아했고, 그 형태에 매료됐는데 당시 주위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며 “이후 그런 제 취향을 내면으로 구현하면서 작품을 시작하게 됐고, 아름답지 못한 세상을 변화시키는 아름답지 못한 영웅들을 담았다”고 말했다. 현우민은 재일교포 3세라는 자신의 정체성이 시작된 지점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영화 ‘돌-아-가’와 ‘도도기(逃島記)’를 소개한다.

2 전시실에서는 이윤희가 욕망과 불안을 벗어나기 위해 치유의 여정을 떠나는 소녀의 서사를 단테신곡에서 인상적인 장면들로 구현한 백자와 채색 도자 작업을 통해 보여준다. 이어진 공간에서 박아람의 밤거리를 주행하는 듯한 감각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회화 작업을 볼 수 있다.

▲작품을 설명하는 박아람 작가(사진=서울문화투데이)
▲작품을 설명하는 박아람 작가(사진=서울문화투데이)

박 작가는 구글스프레드시트, 엑셀, 연산프로그램 등으로 작업을 한다. 도구적으로는 발전된 기술에 관심을 갖고 활용하면서 박 작가는 ‘모든 것이 데이터화 되가는 세상에서 그렇지 않을 자유’를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나는 나의 작업이 본 것을 그리는 작업이 아닌, 앞으로 볼 것을 그려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이 가진 성격을 설명했다.

김산은 고향인 제주의 역사적, 자연적 특수성을 사회적 풍경이라는 주제 하에 담아낸다. 김 작가는 “SNS나 방송에 소개되는 포장된 제주가 아닌 날 것의 제주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제주 4.3사건을 그림 곳곳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 <바람의 행로(行路)-좀녀 김남춘>은 제주 4.3사건 이후 멍울을 가지고 시대를 마주하고 살아가야했던 삶의 시간을 인물의 정면성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는 “사실 제주 4.3사건에는 특정한 장소가 없는데, 그 이유가 정말 제주 곳곳 일상 속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힐링의 공간 곶자왈도 역사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슬픔이 서사와 그 시대 비트(비밀아지트)로 사용된 굴을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작품을 설명하는 김산 작가(사진=서울문화투데이)
▲작품을 설명하는 김산 작가(사진=서울문화투데이)

신정균은 재난에 맞설 대비책으로 본능적 몸의 감각이 요구되는 현시대의 상황을 곡예사가 등장하는 영상을 통해 은유적으로 재현한다. 요한한은 세상과 소통하는 표면으로서의 피부와 연관된 촉각적 감각들을 북을 이용한 오브제 설치, 퍼포먼스 등의 다매체 작업으로 재현한다. 최윤은 텅 빈 전시장에서 일어난 일을 담은 영상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또한 ‘마음이 가는 길’영상을 통해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늙음에 대한 통념을 풍자한다.

현정윤은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가 개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각들이 펼치는 연극무대와 같은 설치 작업을 통해 제시한다. 현 작가는 이전에는 자본주의와 사회 시스템에 순응한 무력한 모습의 작품을 이어왔다면, 이번 전시에선 사회 구조와 시스템을 인정하며 그 상황을 즐기는 조각들을 선보였다. 작품 <무릎 꿇고>에 대해 작가는 “‘꿇으라고 해서 꿇었어요’라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며 “무릎을 꿇는 행위가 개인의 좌절, 파괴가 아닌 이 행위로 무릎을 꿇은 존재도 이득을 얻는 상황, 또 언제든 일어설 수 있는 서사들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정윤, 무릎 꿇고, 2019, 스테인레스 스틸 파이프, 레진, 오일 바, 65x74x23cm (사진=MMCA제공)
▲현정윤, 무릎 꿇고, 2019, 스테인레스 스틸 파이프, 레진, 오일 바, 65x74x23cm (사진=MMCA제공)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모두 보고나오면, 중앙홀에서 <젊은 모색>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가 준비 됐다. 역대 기획자들의 인터뷰와 변화된 전시 명칭들을 볼 수 있으며, 이번 전시 메인 컬러인 ‘파랑’으로 공간을 꾸몄다. 전 학예사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이기에 젊은 관객들이 많이 볼 것으로 예상해, 관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했고 AR전시도 준비했다”고 전시의 주요 공간을 소개 했다.

끝으로 윤 관장은“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젊은 모색》의 흐름을 살펴보고, 나아가 국립현대미술관이 제시하는 한국 현대미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조망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미술관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균형 있게 신진 작가들을 지원하는 역사를 지속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