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호민과 재환》展…부자(父子)작가의 작품 세계
서울시립미술관, 《호민과 재환》展…부자(父子)작가의 작품 세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5.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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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A서소문본관, 오는 8월 1일까지 사전예약 관람
주재환 미술작가-주호민 웹툰작가, 이야기꾼의 면모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부모와 자식 간은 많은 것을 공유한다. 그 중에 부모가 가진 재능은 자식세대에 고스란히 내려와 새롭게 발휘되기도 한다. 그림이라는 재능을 공유하며 미술과 웹툰이라는 다른 영역에서 활동 중인 부자(父子)작가가 있다. 민중미술 작가로 분류됐던 주재환 미술 작가와 ‘신과 함께’로 유명한 주호민 웹툰 작가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 부자의 작품을 살펴보며 그들의 작품세계를 탐구하고, 미술관 전시의 ‘트랜스미디어’적 차원을 탐색해본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오는 8월 1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 3층에서《호민과 재환》 전시를 연다. 올해 전시 의제를 ‘트랜스미디어’로 설정한 서울시립미술관은 웹툰과 미술을 같은 장에서 전시하며 미술관의 새로운 차원을 탐색한다.

▲주재환, 비(非) 07, 2008, 캔버스에 유채, 65×53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사진=SeMA제공)
▲주재환, 비(非) 07, 2008, 캔버스에 유채, 65×53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사진=SeMA제공)

전시《호민과 재환》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이슈들을 재치 있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망해 온 미술작가 주재환과 한국 신화를 기반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해석한 웹툰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주호민 부자(父子)의 2인전이다. 회화, 설치, 영상, 웹툰 등 다양한 작품 13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야기’는 오늘날 트랜스미디어 현상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주재환, 주호민 부자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는 변치 않으며 발휘되고 있다. 전시는 두 작가의 상호 조응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꾼’이 세대를 거처 어떻게 진화하고 매체에 따라 어떤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되는지 살펴본다.

또한, 트랜스미디어 원천 콘텐츠로서 웹툰이 지닌 독자적인 이야기 구성요소, 미학적 가치를 조명하면서 미술을 비롯한 다른 예술 영역의 창작과 경험에 일으킬 변화에 대해서도 탐구해본다.

▲주재환, 그 자는 몇 번 출구로 튀었을까?, 1998, 화이트보드에 아크릴릭, 60×9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SeMA제공)
▲주재환, 그 자는 몇 번 출구로 튀었을까?, 1998, 화이트보드에 아크릴릭, 60×9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SeMA제공)

전시는 총 네 개의 구역으로 구성됐다. ‘섹션1. 이미지에 이야기를 담다’에선 주호민 작가보다 한 세대 앞선 주재환 작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함축성과 시적 상상력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에서 텍스트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품 제목이나 캔버스 속에 등장해 이미지와 함께 시적 메타포를 형성해 보는 이에게 작품 해석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주재환 작가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만화적 요소는 하나의 이미지 안에서 시간과 공감의 흐름을 연출한다. 일상의 버려진 사물들을 콜라주하는 작업방식 역시 관련 없는 재료들을 조합해 조형적 다양성을 만들어내서 만화 칸 사이 여백처럼 관람객에게 상상의 여백을 제공한다. <계단을 내려오는 봄비>, <몬드리안 호텔>, <쇼핑맨> 등의 주재환 작가의 대표작과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작업한 <호랑이 소리>와 <흑백비>를 볼 수 있다.

‘섹션2. 지금 여기, 그리고 너머의 세계’에선 주재환, 주호민 두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서로의 작품을 교차하며 ‘지금 여기’인 ‘현실’에 대한 고민을 담는 방식과, ‘너머의 세계’인 ‘죽음의 세계’와 ‘신화의 세계’ 등 두 작가가 공유하는 한국 무속 신화, 저승관 등을 작품 속에서 찾아본다.

▲주호민, 신과 함께-저승편 (2010) 중 '저승삼차사', 라이트박스 디지털 출력, 200×140cm (사진=SeMA제공)
▲주호민, 신과 함께-저승편 (2010) 중 '저승삼차사', 라이트박스 디지털 출력, 200×140cm (사진=SeMA제공)

‘섹션3. 이미지로 이야기를 풀다’는 주호민 작가의 차별화된 장점과 독자적인 서사 예술 형식으로써 만화가 펼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본다. 주호민 작가는 칸 안에서의 그림체보다 의도된 순서로 이미지를 배치하고 연결해 ‘스토리텔링’에서 확연한 장점을 나타낸다. 이 공간에서는 주호민 작가의 초창기 시절 원화를 비롯해 그의 대표작『신과 함께』와『무한동력』의 작품 콘티, 스케치 등 공개되지 않았던 작업물을 볼 수 있다.

‘섹션4. 만능 이야기꾼, 주호민’ 공간은 웹툰 영역을 벗어나 이야기꾼의 면모를 드러내는 주호민의 모습을 다룬다. 유튜브와 트위치 채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구독자와 소통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은 오늘날 미디어 간 경계를 넘어 콘텐츠가 확장되고 연결되는 트랜스미디어 현상과 맞닿아 있다.

▲주호민, 무한동력(2008) 중 '표지', 라이트박스 디지털 출력, 200×140cm (사진=SeMA제공)
▲주호민, 무한동력(2008) 중 '표지', 라이트박스 디지털 출력, 200×140cm (사진=SeMA제공)

주호민 작가는 도슨팅 녹음에도 직접 참여해 만능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할 예정이다. 관람객은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으로 주호민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작품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호민과 재환》은 현대미술과 웹툰이라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두 작가가, 상대의 작업을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넘나드는 대화법을 통해 어떻게 이미지의 상상력을 확장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특별한 상호 배움의 관계는 관객들이 이미지의 이야기를 삶의 일상적인 공간 속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 기간 중 온라인 전시투어 영상을 공식 SNS채널에 공개해 비대면으로도 전시를 즐길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전시는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사이트(yeyak.seoul.go.kr)를 통한 사전 예약제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