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사회적 이슈와 발레가 만났을 때
[현장리뷰]‘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사회적 이슈와 발레가 만났을 때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6.01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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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6.30 예술의전당
11개 단체 400여명 무용수 참여
개막작 국립발레단 ‘말괄량이…’, 수정된 안무로 선봬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사회적 이슈가 무대 위에서 무용수들의 몸짓으로 표현된다. 

2021대한민국발레축제는 ‘혼합된 경험과 감정(Blended experiences and emotions)’을 슬로건으로 현시대의 현상과 고민을 발레작품에 녹여내면서도 아름다운 몸짓 안에 공감적 메시지를 담아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립발레단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 모습
▲국립발레단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 모습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는 올해 11회를 맞은 발레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을 비롯해 유벙헌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 김길용 와이즈발레단 단장, 조현상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 대표, 이루다 이루다 블랙토 대표, 김용걸 김용걸댄스씨어터 대표, 조주현 조주현댄스컴퍼니, 정형일 정형일 Ballet Creative 대표, 최수진 Soojinchoidance 대표, 유회웅 유회웅리버티홀 대표 등이 참석했다.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는 국공립단체와 주요 민간 발레단, 최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댄스팀 등 초청과 기획 그리고 공모를 통해 선정된 11단체의 11개 작품과 협력공연 1개 작품 총 12개 작품, 400여명의 무용수가 참여한다. 

박인자 발레축제 예술감독은 “이번 축제 공연들이 서울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도 열리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예술의전당의 유인택 사장은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전국 발레인이 만나는 유일한 만남의 장이다. 현재 3억5,000만원 수준인 공공지원 예산을 내년부터는 대폭 확대함으로써 공연기간 및 무대 수를 늘리겠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이번 축제는 국립발레단의 유쾌한 코믹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오페라극장)로 시작한다. 이어 유니버설발레단의 신작 <트리플 빌>과 국제공연예술제의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갈라> 공연이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립발레단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 모습
▲국립발레단 ‘말괄량이 길들이기’ 공연 모습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작인 국립발레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6.15-20)는 2015년 크랭코 재단이 아시아계의 첫 판권을 국립발레단에게 허락하면서 초연되었으며, 발레 레퍼토리 확장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다만 존 크랑크(1927~1973)가 지난 1969년 셰익스피어 동명 희극을 원작으로 만든 발레 작품인 만큼,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는 16세기 여성관과 장애인을 희화화한 안무가 공연을 앞두고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날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은 일정상의 이유로 간담회 자리에 불참했다. 얼마 전 국제현대무용제(MODAFE) 간담회에는 참석했던 강 단장이 정작 발레축제 간담회에 자리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에 국립발레단 측은 “민간 발레단이 주가 돼야 하는 행사라고 생각한다. 일정상 참석하지 못 한 것을 이해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CJ 토월극장의 첫 공연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신작 <트리플 빌>(6.18~20)이다.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 겸 안무가 유병헌 예술감독의 2003년 초연작 ‘파가니니 랩소디’를 재창작하고 두 개의 신작을 추가하여, 인간의 보편적 감정들 중 분(愤), 애(愛), 정(情)을 동서양의 색채로 다양하게 녹여낼 예정이다. 

▲유니버설발레단 ‘트리플 빌_파가니니’
▲유니버설발레단 ‘트리플 빌_파가니니’ 공연 모습

유벙헌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은 “첫 번째 분(愤)은 힘들고 절망스러운 현재가 지나가 자유를 되찾기를 바라는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두 번째 작품 애(愛)는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수 있다. 서정적이면서도 절도 있는 안무로 슬픈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하려 한다. 세 번째 정(情)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감정을 이야기한다.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공연으로는 광주시립발레단의 <레이몬다 3막中_결혼식 피로연>(6.29~30)과 와이즈발레단의 <유토피아>(6.29~30)과 그리고 조주현댄스컴퍼니의 <D-Holic>(6.29-30)이 발레의 고전부터 창작까지를 한 무대에서 선보인다. 

김길용 와이즈발레단 단장은 “우리는 모두 꿈꾸는 곳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그곳이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라 할 지라도, 결과가 뻔해도 달려가고 있다”라며 “우리의 유토피아는 ‘무대’이다”라고 말했다.

▲조주현댄스컴퍼니 ‘D-Holic’(디-홀릭) 공연 모습

조주현 조주현댄스컴퍼니 대표는 D-Holic(디-홀릭)에 대해 "처음 클럽에 간 2012년에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모습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게 작품의 발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어느 세대나 열광적인 젊은이들이 존재하지만, 대중 콘텐츠 산업의 강력하고 적극적인 수용자로 자리 잡은 MZ세대를 관찰하며 문화에 한 겹 더 들어가서 보는 기분이 들었다”라며 “MZ세대 발레 무용수들이 가진 독특한 유전자와 발레라는 클래식 유전자를 어떻게 강렬하게 취합하고 융합해 낼지 생각하고 기대하며 만든 작품이다. 전혀 다른 세대와 공생하며 함께 발레의 진화를 실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자유소극장에서는 공모로 선정된 6작품을 선보인다. 김용걸댄스씨어터의 신작 <하늘,바람,별 그리고 시>, 이루다 블랙토의 신작 <DYSTOPIA>,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의 재창작 <In your Sleep>, 정형일 Ballet Creative의 재창작 <Two Feathers>, 유회웅 리버티홀의 신작 <NO NEWS>, Soojinchoidance의 신작 <register_시작의 시작> 등 신작 4작품과 재창작 2작품이 공연된다.

김용걸 김용걸댄스씨어터 대표는 <하늘,바람,별 그리고 시>에 대해 “제목을 윤동주 시인의 시 제목에서 차용했지만, 이 작품은 시의 내용이 아닌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이야기한다”라며 “작품의 세 번째 ‘별’은 최근 7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 내용을 담고 있다. 사고로 죽은 아이들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그들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루다 블랙토는 올해 신작 <DYSTOPIA(디스토피아)>를 선보인다. 이루다 대표는 "제목 그대로 불행한 세상, 멸망을 앞둔 세상을 표현했다. 우리 현실이 디스토피아라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작품을 시작했다"라며 “이러한 의도를 반영해, 이번 작품의 모든 소품과 의상들을 재활용품과 폐 일회용품으로 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 <In your Sleep>(너의 꿈에서)는 2012년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의 댄스기획공연으로 초연됐던 <Talking in your Sleep>을 현재의 환경에 맞춰 재창작한 작품이다. 조현상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 대표는 “이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치열하고 경쟁적인 현실에서 유일한 도피처는 꿈이 아닌가 생각하며 작품을 시작했다”며 “서사적인 구조를 갖지 않고 시공간을 이미지화해 표현했다”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정형일 ballet creative ‘two feathers’ 공연 모습
▲정형일 ballet creative ‘two feathers’ 공연 모습

정형일 Ballet Creative의 <Two Feathers>은 ‘백조의 호수’ 속 백조와 흑조에 대해 재해석을 시도했다. 정형일 대표는 “그간 흑조와 백조는 대립된 대상, 선과 악의 상징으로 많은 무대에 올려졌지만 그 색에 대한 재해석은 늘 뒷전이었다. 이 무대를 통해 이들이 내면에 있는 속성을 고민해보려 한다”라며 “흑조와 백조를 통해 인간 내면에 혼재된 선과 악을 표현했다.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회색조’는 현실 세계의 인간이며, 흑조와 백조는 회색조 내면을 상징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안무가 유회웅은 현대사회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충격적인 뉴스를 보며 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 인간 사회의 이야기를 다룬 신작 <NO NEWS>로 관객과 만난다.

발레축제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Soojinchoidance(수진초이댄스)는 현대무용가 최수진의 프로젝트 그룹이다. 최수진은 <register_시작의 시작>을 통해 오랫동안 담아 보려 했던 동양적인 감각과 감정을 컨템포러리(현대무용의 일종) 발레 작품으로 풀어낸다.

또한 개막일인 15일에 앞서 부대행사로 <영스타 갈라> 공연이 12일 열린다. 사전예약을 통해 진행되는 이 야외공연은 이날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이와 함께 <발레조각전>과 <관객과의 대화>도 선보인다.

<발레의 시선>이라는 주제로 발레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이균 작가의 발레 조각전과 관객과 안무자가 공연 후 작품에 관해 직접 소통하며 관객의 공연 만족도를 높여 온 <관객과의 대화>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발레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발레클래스>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하반기에 진행할 예정이다.

축제 측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만전을 기한다. 관객은 객석 및 공연장 시설 내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체온 측정을 거부하거나 발열이 있을 경우 입장이 제한된다. 또 관객은 좌석 띄어 앉기와 건강 상태와 해외 방문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서를 작성해야 하고 손 소독을 거쳐야 로비에 입장할 수 있다. 관객과 직원 간 직접 접촉을 줄이기 위해 매표소에 투명 아크릴판을 설치하고, 검표 시에는 관객이 직접 티켓을 뜯도록 할 예정이다.

상세 내용과 예매는 대한민국발레축제 누리집(www.bafeko.com)와 예술의전당 누리집(www.sac.or.kr)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한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장르대표공연예술제로 선정된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는 대한민국오페라ㆍ발레축제추진단과 대한민국발레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겸 예술감독 박인자)의 주최로 오는 6월 15일(화)부터 6월 30일(수)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