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일본 에도시대 다채로움 전하는 전시 열어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에도시대 다채로움 전하는 전시 열어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6.0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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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관 일본실, 오는 9월 30일까지 공개
유럽 인상파 화가 모네에게 영향을 준 작품 선보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19세기 후반 유럽에는 일본풍 그림이나 공예품이 주목받고 그 경향을 선호했던 자포니즘(Japonism, 일본 취미)이 유행했다. 이러한 흐름은 서양 인상파 화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상설 전시실에선 당시 자포니즘을 주도했던 일본의 판화를 공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은 지난달 28일 세계문화관 일본실 상설전시를 교체해,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1849)의 판화 <도카이도[東海道] 호도가야[程ケ谷]>를 최초로 공개한다. 지난 1월 재개관한 일본실의 첫 번째 상설전시 정기교체다.

▲‘후가쿠산쥬롯케이 도카이도 호도가야(富嶽三十六景 東海道 程ケ谷)’,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1849), 에도시대 1831-34년 경, 판화, 25.2×37.5cm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후가쿠산쥬롯케이 도카이도 호도가야(富嶽三十六景 東海道 程ケ谷)’,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1849), 에도시대 1831-34년 경, 판화, 25.2×37.5cm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호도가야>는 호쿠사이가 제작한 대표적인 우키요에(浮世繪) 연작 시리즈 <후가쿠산쥬롯케이(富嶽三十六景)> 중 하나로, 도카이도(에도(현재의 도쿄)와 코토를 연결하는 태평양 연안 도로)에 있는 호도가야 역참에서 본 후지산의 모습을 묘사했다.

‘후가쿠(富嶽)’는 후지산의 별칭으로, 호쿠사이는 일본 각지에서 보이는 후지산(富士山)의 모습을 46장의 연작으로 제작했다. 그<호도가야>는 유럽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인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포플러 나무(Poplars)> 연작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그림에 표현된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후지산의 모습은 ‘사물 사이 그 너머로 보이는 모습’으로 그때까지 서양에서는 그리지 않았던 풍경이었다. 모네는 이처럼 허를 찌르는 구도와 산뜻한 색면 구성, 반복되는 모티브 등 우키요에의 참신한 구도를 자신의 작품에 응용했다. 자포니즘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세부도판) 저내유락도 오른쪽 병풍 세부 쌍륙놀이 장면,‘저내유락도邸内遊樂圖’ 오른쪽 병풍, 일본 에도 시대 17세기 초, 병풍 1쌍, 종이에 채색(紙本彩色), 각 88.5×281.0cm(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세부도판) 저내유락도 오른쪽 병풍 세부 쌍륙놀이 장면,‘저내유락도邸内遊樂圖’ 오른쪽 병풍, 일본 에도 시대 17세기 초, 병풍 1쌍, 종이에 채색(紙本彩色), 각 88.5×281.0cm(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또한, 이번 정기교체로 에도 시대(江戶時代, 1603-1868)의 놀이 문화를 보여주는 병풍 <저내유락도邸内遊樂圖>도 선보인다. 17세기 에도 시대 사람들은 쌍륙, 장기, 가루타 등 게임뿐만이 아니라 다도, 서예, 춤, 음악 연주 등 실내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놀이’를 즐겼다. 특히 지금의 사우나와 같이 뜨거운 증기에 목욕을 하는 에도 시대 공중목욕탕이 볼 만하다.

에도 시대 때의 번화가이자 지금의 관광 명소인 도쿄 아사쿠사(浅草) 센소지(浅草寺) 일대 모습과 풍속을 묘사한 <에도명소도권[江戶名所圖卷]> 상권上卷도 구입 후 최초 공개한다. 센소지의 바깥문이자 풍신과 뇌신을 좌우에 안치한 가미나리몬(雷門)에서 붉은 몸의 인왕상을 안치한 호조몬(寶藏門, 인왕문)과 본당인 관음당觀音堂까지 이어지는 길 위의 각종 가게들과 화려한 옷차림의 에도 시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에도명소도권[江戶名所圖卷]’ 상권 세부 ‘가미나리몬(雷門)’, 일본 에도 시대 18세기 초, 회권, 종이에 채색(紙本彩色), 28.7×680.0cm(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에도명소도권[江戶名所圖卷]’ 상권 세부 ‘가미나리몬(雷門)’, 일본 에도 시대 18세기 초, 회권, 종이에 채색(紙本彩色), 28.7×680.0cm(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일본 에도시대는 전국 도로망의 확충에 따른 여행의 유행, 인쇄 문화의 발달, 경제 발전에 따른 서민문화의 개화 등 화려한 사회상이 펼쳐지던 시기였다. 세계문화관 일본실의 이번 정기 교체는 그 시대의 다채로움을 담고 있다. 상설전시관 세계문화관 일본실은 연중 무료 관람이며, 이번 공개는 오는 9월 30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