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무대’ 정신 이은 전통공연 예술인 공간…“<전통공연창작마루>로 오세요”
‘광무대’ 정신 이은 전통공연 예술인 공간…“<전통공연창작마루>로 오세요”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6.0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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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연창작마루, 광무대 옛 터에 자리
지속가능한 전통공연예술 생태계 조성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1907년 5월 21일, 동대문 중심의 한 극장에서 창극 <춘향전>이 열렸다. 이 공연이 열린 ‘광무대’는 전통예술을 창조하고 공연하는 문화공간이었다. 그리고 1913년 식민지 체제에 들어선 뒤 폐관된 광무대 터 위로 새로운 전통문화예술 창작거점이 들어섰다. 

▲전통공연창작마루 라운지 전경(제공=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전통공연창작마루 라운지 전경. 넓은 창으로 탁 트인 전경이 펼쳐져 예술인들의 휴식 및 미팅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제공=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동대문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한 ‘전통공연창작마루’는 전통공연 예술인들의 창ㆍ제작 활동 기반을 마련하고 창ㆍ제작품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공연예술계가 침체되는 가운데,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정성숙 이사장을 필두로 많은 임직원들의 노고 끝에 얻어진 결과다. 

전통공연창작마루가 위치한 곳은, 1898년 우리나라 최초 민간 공연이 펼쳐진 광무대가 있던 자리다. 전통 광대들을 위한 무대가 없었던 시기에 광무대는 당대의 명인과 명창, 유명 광대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대였고, 이 무대를 통해 전통공연의 무대 편입이 이뤄졌다. 오늘날 전통공연창작마루 역시 많은 예술인의 창ㆍ제작 활동의 기반이자 많은 이들이 전통 공연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뜻을 같이 한다. 

▲전통공연창작마루 리허설룸 ‘광무대’ 앞의 정성숙 이사장
▲전통공연창작마루 리허설룸 ‘광무대’ 앞의 정성숙 이사장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정성숙 이사장은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창작 거점을 마련해내는 것을 재단의 가장 큰 숙원사업 중 하나로 삼았다. 이에 임직원 모두와 처음 마주하는 월례회의에서 창작거점을 함께 만들어볼 것을 제안하며, 다채롭게 운영되고 있는 재단의 모든 사업을 외부에 더 많이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을 당부했다. 

정 이사장은 “우리 재단은 전통예술 보전과 전승을 통해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와 진흥을 위해 설립됐다. 특히 민간 예술인, 단체가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그들을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더 나은 전통공연예술계의 미래를 위해 쉼 없이 노력하겠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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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연창작마루 리허설룸 ‘광무대’ 앞 신현우 창작거점TF팀장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신현우 창작거점TF팀장은 “하나의 작품을 탄생하기까지는 기획 회의부터 아이디어 회의, 연습, 리허설 등 수많은 단계들을 거친다. 이 과정은 매우 길고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한다”라며 “소수의 예술인에게만 공연 예산을 대충 던져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창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지원되길 바랐다”라고 밝혔다.

이어 “재단이 생긴 이후 12년 간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일들이, 정성숙 이사장의 손을 거치며 현실화됐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기관을 직접 다니시며 설득한 끝에 예산이 확보됐고 마침내 예술인들만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전통공연창작마루 옥상 테라스
▲전통공연창작마루 옥상 테라스

공간이 갖는 가장 큰 의의는 대규모 전통공연예술 창작거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창작 연습, 녹음, 유통, 마케팅, 공연 등 창작활동에 필요한 기반을 지원하고 연습실, 녹음실, 공연장 등 창ㆍ제작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창작품의 시장화를 위한 비용 절감을 도움으로써 전통공연예술 민간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나아가 인력 양성 및 공연, 제작, 뉴미디어 전문인력, 기획 및 경영 전문인력 등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 및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전통공연창작마루 대연습실
▲전통공연창작마루 대연습실

전통공연창작마루는 8층과 9층에 위치해 있다. 8층에는 ‘대연습실’과 ‘강의실’이 있으며, 9층에는 ‘리허설룸(공연장)’, ‘출연자 대기실(1ㆍ2)’, ‘중연습실(1ㆍ2)’, 콘텐츠제작실, 악기보관실, 라운지, 세미나실, 회의실, 사무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로 13.25m, 세로 11.25m의 대연습실은 주로 무용, 연희 분야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이 용이하도록 마루 형태로 조성되어 있다. 음향시설과 냉ㆍ난방, 전면거울이 갖춰져 있다. 

▲전통공연창작마루 중연습실
▲전통공연창작마루 중연습실

중연습실은 창작 연습, 공연 준비 등 창작활동에 필요한 기반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연습실이다. 주로 성악, 기악 분야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이 용이하도록 조성되어 있다. 냉ㆍ난방, 연주용의자, 보면대 등이 사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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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연창작마루 리허설룸

리허설룸은 소규모 공연, 리허설, 쇼케이스 등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음향시설, 조명시설, 냉ㆍ난방, 객석이 갖춰져 있다. 블랙박스 형태로 조성돼 있고, 객석은 가변형이 아닌 고정형이다. 

▲전통공연창작마루 강의실

강의실은 전문인력 양성 및 공연 제작, 공연예술 기획 및 경영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교육 프로그램 전반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냉ㆍ난방, 책상, 의자, 빔프로젝트, 교육용 음향 등을 활동 가능하다.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로 인해 많은 연습실이 폐쇄되고 공연은 정체됐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은 창·제작에 대한 열정을 내려놓지 않았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미국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나 네이버의 ‘온스테이지’처럼 전통공연창작마루에서 소규모 전통예술 콘텐츠가 왕성하게 제ㆍ창작 되길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 졸업을 앞둔 청년예술인들이 졸업 공연 영상을 촬영하거나, 가족을 초대해 소수 관객의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청소년 예술인들이 입시 영상을 촬영하고 돌아가기도 한다. 

전통공연창작마루에서 작업을 진행한 한 A씨는 “학교 공연장은 모두 문을 닫고, 졸업하려면 공연은 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간 어려움이 많았다. 그나마 문을 연 공연장은 빌리려면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라며 “그런데 전통 분야 예술인만을 대상으로, 공간과 음향, 조명장비까지 이렇게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비용에 부담이 없으니 공연 전에 일정 기간 여유를 두고 대관해 여기서 연습하고 리허설하면서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통예술 분야의 어른이자 스승인 원로예술인들이 그들의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여건을 만들기 위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전통공연창작마루가 개관한 지난 2020년 8월에는 원로 예술인들의 시설 순회가 있었다. 

한평생 전통예술인으로, 한국 무용가로 살아온 B씨는 “동대문으로 오라고 하길래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막상 와서 보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라며 “내가 수십 년을 춤춰왔는데, 우리만을 위한 공간이 드디어 생기는구나 싶어 눈물이 났다”라고 시설을 둘러본 소감을 전했다.

정성숙 이사장은 한 세기를 관통해 하나의 뜻을 이어가고 있는 이 자리에 대한 책임감이 남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옛날에도 그랬듯, 전통공연창작마루를 찾는 모든 예술인들이 마음껏 실험하고 도전하고 창작하고 펼쳐보길 바란다”라며 “모든 창ㆍ제작품이 단 한번 무대에 오르는 것에 그치지 않도록, 조금은 거칠은 작품이라도 이곳에서 더 다듬고 어루만져 멋진 결과물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전통공연창작마루 공간 안내 및 대관 문의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홈페이지(https://www.kotpa.org) 또는 전화(02-2263-6663)를 통해 가능하다.

한편,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전통예술의 진흥과 문화향수 기회 확대를 통한 국민의 문화 품격 향상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재단 설립 허가를 받아 국악문화재단으로 출발했으며, 2009년 재단 명칭을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으로 바꿨다. 전통예술의 보급 및 저변 확대, 고품격 전통문화 콘텐츠 개발 및 전통예술의 대중화, 신진 인력 양성, 해외 교류 활동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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