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국악방송 사장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으로 ‘환승 인사’ 논란
前 국악방송 사장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으로 ‘환승 인사’ 논란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6.1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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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장은 ‘서울대 국악과’ 그들만의 리그
20주년 맞은 국악방송, 기관장 부재 난관 봉착
김 원장 아들 국악원 단원으로 재직, 문제 소지 내포
▲김영운 신임 국립국악원장 ⓒ서울문화투데이
▲김영운 신임 국립국악원장.사진은 김 원장이 지난 2020년 국악방송 사장 취임 후 본지 <서울문화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의 한 장면. ⓒ서울문화투데이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김영운 전 국악방송 사장이 지난 11일 국립국악원장으로 임명됐다. 임명 직전인 이달 7일 국악방송 사장직을 사퇴한 탓에 이를 두고 적절성에 관한 비판이 나온다. 

김영운 신임 국립국악원장은 2019년 9월, 3년 임기로 국악방송 사장에 취임했으며 재임 기간 중인 지난 1월 같은 부처 소속기관인 국립국악원장 공모에 지원한 사실이 알려져 빈축을 산 바 있다. 공모에 지원한 지 5개월이 지난 6월 7일에 돌연 국악방송 사장직을 사퇴하였고, 나흘 만에 국립국악원장으로 임명됐다. 국악방송 사장직을 유지하며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립국악원장 임명을 기다린 것이다.

국립국악원은 임재원 전임 원장이 지난 3월 28일 퇴임한 후, 한동안 후임 원장을 결정하지 못한 채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왔다. 올해 개원 70주년을 맞은 국립국악원은 중요한 시기에 수장이 부재한 상황을 2개월 이상 지속했다. 업무상 공백이 발생할 우려는 적었지만, 후임 인사가 지체된 탓에 신규 사업 추진 등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통상 각 기관은 기관장 임기 만료 약 두 달 전 후보를 공모하고, 후보자를 선정한다. 특히 국립국악원은 최근 정부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문화예술기관으로 인식하고 직급 상향을 추진한 만큼, 자리에 대한 무게가 더욱 실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국립국악원장의 직급을 현재 고위공무원 ‘나급’(2급)에서 ‘가급’(1급)으로 올리는 추진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고위공무원 나급은 부처의 국장 직급, 가급은 실장이나 차관보의 직급에 해당한다. 현재 문화 관련 국립기관장들 가운데 직급이 가장 높은 자리는 차관급인 국립중앙박물관장과 문화재청장이며 그다음이 고위공무원 가급인 국립중앙도서관장이다.

임기 보장, 임기 중 타 기관 이직 제한 없는 맹점

공공기관 운영법에서는 공공기관 운영의 자율성 및 효율성, 기관장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하여 기관장의 임기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임기 중 타 기관으로의 이직에 제한이 없다는 맹점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소위 ‘철새 인사’ 또는 ‘돌려막기 식’의 시대착오적인 기관장 임명이 가능함을 방증한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국악방송지부는 두 차례에 걸쳐, 개인의 영달을 위해 국악방송을 팽개친 김영운 전 사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3월 19일 이들은 “김영운 사장은 스스로가 대한민국 유일의 전통음악 전문 공영방송의 위상을 추락시켰고, 짧게는 수년, 길게는 20년간 묵묵히 국악방송에 몸담은 직원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저하했으며 국악방송을 아끼며 응원하는 시청자를 기만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영운 신임 국립국악원장이 임명된 6월 11일 “김영운 전 사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기관이 발전을 위한 소임을 행하지 않은 채, 단지 본인의 처세를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라며 “아울러 이를 묵인했다는 점에서 문체부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국악방송지부는 “이는 비단 국악방송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에서는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여 이번 사태와 같은 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반드시 조처를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지속적인 인력 부족 문제와 예산삭감 문제를 안고 있던 국악방송은 이제 기관장의 부재라는 문제까지 떠안게 됐다. 

김영운 신임 원장이 국악방송 사장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6월, 그는 본지 <서울문화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력 부족과 예산 삭감을 통해 국악방송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 바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과제는 산적해 있고 그사이 국악방송은 개국 20주년이라는 중요한 시기를 맞이했다. 이러한 가운데 사임한 그를 두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 조직을 등진 무책임한 사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다.

“개인 영달 위해 조직 등진 무책임한 사장” 비판

신임 사장을 선임한다고 하더라도 그 임기는 전임 사장의 잔여임기인 1년 남짓이다. 공영방송국으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내외적으로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국악방송지부는 “잔여 임기 채우기 식의 차기 인사를 단호히 거부한다”라며 “단순히 국악계 출신의 인사가 아닌 방송에 대한 전문성과 정무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국악방송을) 책임감 있게 운영할 인사 임명을 요구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모 지원 과정부터 수많은 반발이 있던 ‘문제적 후보’를 신임 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는 문체부 소속기관인 국악방송에서 국립국악원으로 환승하듯 자리를 옮긴 후보에 대한 묵인이기도 하지만, 꾸준하게 지적되고 있는 국립국악원 내 ‘인맥ㆍ학맥ㆍ출신 카르텔’ 논란을 외면한 처사이기도 하다. 

제 20대 국립국악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김영운 사장은 국악방송 사장,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 그리고 국립국악원장이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됐다.

국악원 역대 원장부터 현재까지 특정 학맥 카르텔 문제도 대두

1951년 개원한 국립국악원은 양성소 시절을 제외하고는 1995년 제 10대 이성천 원장부터 지난 19대 임재원 원장까지 25년 동안 서울대 국악과 출신이 역대 원장을 계속 맡아오고 있다.

김영운 신임 국립국악원장 역시 국립국악고와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했다. KBS PD를 거쳐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2019년 8월 한양대학교 정년퇴임 직후인 그해 9월 국악방송 사장으로 임명됐다. 또한, 그는 한국국악학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특정 학연 독식 문제와 더불어 국립국악원이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는 ‘인맥’ 위주의 운영이다. 이는 지난 2017년 6월 문체부에 제기된 민원 신청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18대 김해숙 원장 때 불거진 단원 채용 문제, 가족 근무 기관 국악원 유일-단원간 위화감 조성

국악원 단원 채용에 제18대 김해숙 국악원장이 깊이 관여된 것으로 밝혀졌고, 당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 소속기관 18곳 가운데 친ㆍ인척(가족)이 함께 근무하는 기관은 국악원이 유일했다. 채용문제와 더불어 당시 가족인 특정 인물이 부각되는 공연 구성으로, 단원 간에 위화감을 조성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립국악원 정단원 아들을 둔 김영운 신임 원장은 ‘금수저통’이라 불리는 국립국악원의 불명예 타이틀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 그는 현재 문화재청 전통분야 무형문화재위원(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위원을 두 차례 연임했고(’13.5.1.~’15.4.30., ’15.5.1.~’16.4.30.), 문화재위원회와 무형문화재위원회가 분리된 이후에도 세 차례(’16.5.1.~’18.4.30., ’18.5.1.~’20.4.30., ’20.5.1.~’22.4.30.) 더 연임하여 총 5번째 연임 중이다.

2019년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지정 당시 법령위반 의혹 등 부적절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지난 2019년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의결 회의 당시, 무형문화재 위원인 김영운 신임 원장은 졸속 의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 참석했으나, 같은 날 진행된 국립국악원 주최 『제례악』 행사를 위해 중간에 자리를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문화재청 직원을 통해 서명했으며, 이는 의결정족수 미달 및 의결절차 부적절 등 법령위반 의혹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재 부정의 발생 여부와 별개로 김 신임 원장이 걸어온 길에는 여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례들이 존재한다. 국악계에서 김 원장이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반의 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악계 종사자 A 씨는 “최근 국악원장 임명과 관련한 여러 문제 제기들로 국민적 신뢰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시기에 임명이 늦어지기에, 문체부에서 언론의 보도와 여론의 질타를 의식한 결과를 내놓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라며 “이미 결정된 사안을 뒤집을 순 없겠지만 정부에서 일련의 문제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면 이번 기회를 기관의 체질 개선 기회로 삼길 바란다. 특정 학교 출신들이 자리를 독식하는 ‘편향 인사’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분명히 변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문화계 관계자 B 씨는 “국립국악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서, 공적인 영역에서 직무를 공정하게 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라며 “그런데도 199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특정 학교 출신이 기관의 대표 자리를 독식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국립국악고와 서울대 국악과가 국악계 엘리트 코스임을 부정할 순 없지만, 이 학교를 나온 예술인만 유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라며 “지금의 인사는 소수에 의해 권력화되어있는 전통예술계의 인맥ㆍ학맥 카르텔 형성을 국가가 나서서 돕고 있는 꼴이다. 한 기관의 수장 자리를 특정 세력이 독점한다면 그 폐해는 곧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