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문화재단, 한강 개발로 폭파됐던 밤섬 역사ㆍ가치 찾아봐
마포문화재단, 한강 개발로 폭파됐던 밤섬 역사ㆍ가치 찾아봐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6.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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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밤섬 보존가치 위한 토론회 개최
밤섬 실향민의 옛 이야기 발표하는 자리 마련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밤알을 까놓은 것처럼 생겼다해 조선시대에 ‘율주’, ‘율도’로 불렸던 ‘밤섬’은 우리나라 근대화과정이 남긴 흔적을 지닌 곳이다. 지금은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 돼버린 서울 속 외딴섬에 대한 기록과 가치, 앞으로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린다.

마포문화재단(대표이사 송제용)이 오는 29일 밤섬의 생태적, 역사적 보존 가치 확산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알렸다. 마포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릴 토론회 시작에 앞서 밤섬 실향민인 밤섬보존회 지득경 회장이 밤섬 옛 이야기를 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어서 ▲밤섬의 역사적 보존 가치 ▲밤섬의 생태적 보존 가치에 대한 주제 발표가 진행되고, 2부에는 송덕호 마포공동체라디오 대표가 좌장을 맡고 김승구 사진작가, 조홍섭 한겨례 환경전문기자,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토론을 개최한다.

▲밤섬01ⓒ김승구 사진작가
▲밤섬01ⓒ김승구 사진작가

밤섬은 서울 사대문 안 사람들이 여름철이면 즐겨 찾는 피서지로 1968년까지 400여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이었다. 하지만 1968년 한강 개발로 밤섬은 인위적으로 파괴된다. 밤섬의 바위는 여의도 제방을 쌓는데 쓰였고 밤섬에 살았던 주민들은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 기슭으로 강제 이주돼 실향민이 됐다. 당시 정든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거처를 옮겨야만 했던 밤섬 주민들은 이제는 고령의 나이가 돼 옛 밤섬의 이야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역사 속에서 사라질 것만 같았던 밤섬은 1980년 대 중반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낸다. 인간이 떠난 자리에 머물기 시작한 철새들과 원시림의 조성은 서울 속 새로운 공간으로 밤섬을 이끌어냈다. 밤섬은 1999년 8월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됐고, 2012년 6월에는 도시 내부 습지로는 드물게 국내 18번 째 람사르습지가 됐다. 그런데, 최근 밤섬이 또 한 번 몸살을 앓고 있다. 외래종의 유입과 도시 쓰레기 때문이다.

▲밤섬02ⓒ김승구 사진작가
▲밤섬02ⓒ김승구 사진작가

시대의 상흔을 안고 있는 밤섬은 여태까지 전시, 공연, 영화 등 예술 장르에서 소재로도 자주 등장해왔다. 밤섬의 가치와 역사를 계속해서 탐구해나가려는 움직임이다.

지난 2월에는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국립극단 희곡우체통 선정작인 밤섬을 주제로 한 '춘향목은 푸르다' 낭독회가 있었고, 지난해에는 제 11회 KT&G SKOPF(스코프) 올해의 최종작가인 김승구의 밤섬 기획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마포문화재단도 지난 3월, 밤섬 폭파로 실향민이 된 마을 주민들이 지금까지도 지켜오고 있는 토속 문화이자 2005년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된 밤섬 부군당 도당굿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밤섬 부군당 도당굿 오마주>를 공연했다.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밤섬이 가진 스토리는 그 자체로도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울림이 큰데, 마포문화재단이 밤섬 프로젝트를 통해 공권력에 의해 폭파되고 환경문제로 다시 몸살을 앓고 있는 밤섬의 아픔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라며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지역 기초문화재단으로서 마포구의 소중한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