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ㆍ런던 한국문화원서 선보이는 현대 미술작품…현대사회 시간 의미 조명
베를린ㆍ런던 한국문화원서 선보이는 현대 미술작품…현대사회 시간 의미 조명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6.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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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까지 베를린서, 11월부터는 런던
주독일ㆍ주영국 문화원의 공동 기획
““무(無) - 과거 또는 미래의 모든 것” 주제로 시간 탐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에 대한 의미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의 변화를 주시한 전시회가 베를린과 런던에서 개최된다. 주독일 한국문화원과 주영국 한국문화원의 공동 기획해 추진하는 프로젝트라서 더욱 의미가 깊다.

주독일 한국문화원(원장 이봉기)과 주영국 한국문화원(원장 이정우)이 다음달 8일 베를린에서 작가 6인의 그룹전을 공동으로 기획해 선보인다고 알렸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한국의 김우진, 노연, 신혜영, 유장우 작가를 비롯하여 영국의 사라 더피(Sarah Duffy), 갈라 벨(Gala Bell)이다.

두 문화원은 지난 1월 “무(無) - 과거 또는 미래의 모든 것(Nothing is – Everything just has been or will be)”라는 주제로 작품을 공모해 전시 작가 6인을 선정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507명에 달하는 많은 작가들이 응모해 90:1의 경쟁률을 보이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현대 미술의 중심인 런던과 베를린에서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시의 개막식은 다음달 8일 베를린에 위치한 주독일 한국문화원 내 갤러리 <담담>에서 먼저 펼쳐진다. 전시는 오는 8월 20일까지 진행되며 이후 11월에는 런던에 위치한 주영국 한국문화원으로 장소를 옮겨 이어진다.

▲주독일 한국문화원
▲주독일 한국문화원

공모전 심사위원은 독일과 영국에서 각 2명씩 참가해 전시회가 진행되는 양국의 예술적 관점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에서는 가스웍스(Gasworks) 관장 알레시오 안토니올리(Alessio Antoniolli), 테이트모던(Tate Modern)의 수석 큐레이터 이숙경 위원이, 독일에서는 독립 큐레이터 리젠화(Li Zhenhua), 미디어 이론가 지그프리트 칠린스키 교수(Siegfried Zieliniski)가 참여했다.

올해 문화원 정기공모전의 주제 “무(無) - 과거 또는 미래의 모든 것”의 의미는 ‘시간의 영향’이다. 국가 경계 없이 확장되는 경제활동 속에서 시간이 ‘상품’이 되고 세상이 디지털화되면서 시간이 ‘비트와 바이트’와 동급이 되는 현대사회를 가리키고 있다.

이 주제는 현재 코로나19 사태도 포함하는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물리적 움직임이 제한되고 모든 사회활동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시간의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화됐고, 이는 점점 더 시간을 추상적으로 만들었다. 결국 현대인은 시간의 가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양 문화원 측은 시적 의미로 작성된 해당 주제에 대한 500여 명이 넘는 작가들의 공모작은 현대의 ‘시간’의 의미 변화, 시간의 추상성이 얼마나 가깝게 다가왔는지 보여주는 관심이었다고 설명했다.

507명의 작가 중 선정된 6인의 작가는 각자 독보적인 개성을 선보이며 공모에 임한 이들이다. 전시에는 다양한 형식의 작품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크게 ▲언어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이는 김우진, 노연 ▲사진 및 영상을 선보이는 유장우, 사라더피 ▲다양한 재료 연구로 작업을 진행한 갈라벨, 신혜영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지난 2018년 걷기 전시 'BOITEUX · BOITEUSE'를 선보이는 노연 작가 (사진=뉴스페이퍼)
▲지난 2018년 걷기 전시 'BOITEUX · BOITEUSE'를 선보이는 노연 작가 (사진=뉴스페이퍼)

김우진은 사회적 틀을 형성하는 데 있어 언어의 숨겨진 장치로 작용하는 것을 바탕으로, 1900년대 이후 사라진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언어들 및 한국 표준어와 제주도 언어 사이의 차이점을 작품에 담았다. 노연은 한일합방 해에 태어난 시인 이상의 반식민지적 퍼포먼스를 재조명하며 ‘번역’이라는 언어적 행위에 관한 작가의 견해를 담은 신작을 선보인다.

유장우는 프랑크 길브레스가 사용한 크로노사이클 그래프법(측정을 원하는 위치에 표시등인 파일럿 램프를 붙여 램프의 점멸과 운동을 사진으로 촬영)을 빌려 사진 연구를 진행했고,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속 현대인의 모습을 포착해 작품화했다. 사라 더피는 우리가 사는 세계 속 숨겨진 내러티브의 가시화에 초점을 맞춰 작업하는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자신이 쓴 시가 담긴 영상작품을 소개한다.

갈라 벨은 가치, 취향, 계층 구조 및 불합리한 노동의 개념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하고, 신혜영은 ‘타임피스'라는 작업을 선보인다. 이는 6m 길이 설치물로 미세하게 유도된 움직임이 사운드를 발생시키고, 이로 인해 배터리 충전량이 감소하면 속도가 느려져 최종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6인의 예술작품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작품 세계로 관람객들에게 시간의 기록과 시간에 대한 견해 및 영향을 체험하는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