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 제도권 미술 권력 넘어서는 전시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 개최
SeMA, 제도권 미술 권력 넘어서는 전시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 개최
  • 안소현 기자
  • 승인 2021.07.0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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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관 전시실 1에서 다음달 22일까지
정상과 비정상 이분법에 대항하는 전시

[서울문화투데이 안소현 기자]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 북서울관 전시실 1에서 다음달 22일까지 상호 배움의 장이 열린다. 전시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는 참여 작가와 관객이 서로의 삶의 철학과 예술성을 공유할 기회를 마련코자 한다. 

▲김동현, 랍국지하철, 2011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김동현, 랍국지하철, 2011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김동현 윤미애 정종필 등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는 발달장애 작가 16인과 정신장애 작가 6일이 선정됐다. 미술 제도와 무관하게 ‘자기 몰입의 창작’ 활동을 펼쳐온 이들이다. 전시는 오랫동안 발달장애 작가들과 함께 작업해온 아티스트 그룹 ‘밝은방’의 김효나가 초청 기획자를, 김인경과 이지혜가 협력기획자를 맡아서 함께 기획하였다.  

미술 제도는 참여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일반적으로 ‘장애 예술’ 혹은 ‘아웃사이더 아트’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그러한 규정에 앞서 이들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사고를 전환해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정종필, 여자인물, 2006-현재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정종필, 여자인물, 2006-현재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전시 명은 참여 작가 김동현이 “길이 왜 다 구불거려요”라는 질문에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이에요”라고 대답했던 것에서 따왔다. 너무나 긴 ‘길’은 작가들의 삶과 일상을, 조그만 ‘종이’는 이들의 독창적 창작을 의미한다. 

전시는 작가들의 세계를 그 내용과 속성에 따라 5개의 키워드로 나눠 전시했다. 첫 번째 ‘일상성’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일상적 소재와 재료로부터 놀라운 독창성을 끌어내는 창작의 풍경을 담아낸다.

‘가상세계의 연구’는 가상의 캐릭터 및 세계를 구현해내는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준다. ‘기원과 바람’은 기원하고 바라는 행위 자체가 창작이기도 한 작품들을 다룬다. 해당 작가들은 자신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이미지 또는 텍스트를 변주하며 무한히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중문화의 반영’의 경우에는 대중문화의 요소를 재해석하고 차용하는 창작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트 섹션’에서는 지금까지 소개된 모든 창작 세계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노트 작업을 만날 수 있다. 

▲배경욱, 성당, 2017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배경욱, 성당, 2017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은 오는 26일 여름방학 특집 프로그램도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5월 현대차·기아와 협약을 맺고, 평소 이동이 어려워 미술관을 방문하기 어려웠던 장애인 가족을 초청했다. 장애인의 운전 및 탑승을 위해 개조된 이지무브 차량으로 이동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그린다그린다그린다그린다그린다’에서는 ‘그린다’는 행위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참여자는 그리는 행위들 둘러싼 일반적인 관점을 돌아보고 해석해본다. 이를 매개로 본 전시에 관한 이야기도 나눠 볼 예정이다. 

▲양시영, '일기장 I', 2017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양시영, '일기장 I', 2017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물리적인 한계를 넘나드는 창작자들의 몰입 세계를 느끼고 나눌 수 있길 바란다”라며 “서울시립미술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지 않고 사용자, 생산자, 매개자의 다양한 주체로 환대하며 미술관을 통해 모두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사이트(yeyak.seoul.go.kr)를 통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자세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sema.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도 있다. 전시도슨팅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을 검색하면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