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동시대 다원예술이 표현한 미지 공간…《DMZ극장》
MMCA, 동시대 다원예술이 표현한 미지 공간…《DMZ극장》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8.1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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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관 8전시실, 작품 무대로 퍼포먼스 펼쳐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낯선 공간, 일반적 규범에서 벗어나 인간의 손에서 오랜 시간 먼 곳에 있었던 비무장지대(DMZ)가 가진 역사적‧장소적 맥락을 은유하는 예술 활동이 펼쳐진다. 동시대에 다양한 미술 장르를 선보이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MMCA)에서 개최하는 《DMZ극장》이다.

11 〈을지극장〉 사진
▲〈을지극장〉 (사진=MMCA 제공)

오는 20일부터 10월 3일까지 MMCA서울관에서 만날 수 있는 《DMZ극장》은 미술관 8전시실에서 전시와 함께 배우가 직접 관람객과 호흡하는 퍼포먼스가 결합된 이색 프로그램이다. 작가 정연두와 연출가 수르야가 협업해 선보이는 《DMZ 극장》은 사진, 오브제, 설치, 퍼포먼스를 통해 비무장지대가 지닌 분단과 전쟁의 이데올로기적 맥락이나 생태적 보고(寶庫)로서 특징을 넘어선 의미와 서사의 확장을 시도하는 다원예술 프로젝트다.

《DMZ 극장》은 2017년부터 동부전선에서 서부전선에 이르는 13개 전망대를 50여 차례 방문하며 촬영한 사진과 군인 인터뷰, 전쟁과 분단에 관한 일화, 전망대 주변에 얽힌 설화 등을 바탕으로 한 오브제와 드로잉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작품을 무대 삼아 진행되는 배우들의 퍼포먼스 까지 총 44점으로 구성됐다.

전시장에서 펼쳐지는 7명 배우들이 참여한 퍼포먼스는 전시장 오브제를 음악, 조명, 영상 등과 함께 즐겨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13개 전망대의 이름과 관련 서사를 중심으로 구성한 퍼포먼스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DMZ의 현실, 역사, 전설 등을 감각적으로 선보인다.

2 〈오두산 통일극장〉 퍼포먼스
▲〈오두산 통일극장〉 퍼포먼스(사진=MMCA 제공)

<강화 평화극장>은 형형색색 페트병을 이어 만든 오브제를 구명대 삼아 바다를 건너온 키 작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오두산 통일극장>은 북한 황해북도 기정동 선전마을의 지붕 없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상에 대한 상상을 사진, 초록색 천의 오브제 및 퍼포먼스로 구성해 선보인다.

<도라극장>은 휴전 후 포로 교환을 했던 도라 전망대 근처 판문점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소재로 만남과 헤어짐을 말한다. <승전극장>은 한국전쟁 승리의 큰 공을 세웠던 군마(軍馬) ‘레클리스’의 실화를 담고, <상승극장>은 1974년 최초로 땅굴이 발견된 상황을 사진에서 출발해 오브제 작품과 배우의 몸짓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열쇠극장>은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었던 고지전(高地戰)을 비롯하여 DMZ 주변 지명에 얽힌 이야기를 사진과 오브제 퍼포먼스로 구성한다. <멸공극장>은 피난민들 사이에 떠돌았던 구전 설화로부터 민들레 벌판서 전쟁고아로 버려진 후 지뢰를 밟아 영원히 살게 된 민들레 할머니의 생애를 전한다.

<철원 평화극장>에는 인간이 떠난 후 남과 북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던 생명체 두루미의 서사가 담겨 있고, <승리극장>에서는 대북 확성기와 초소를 형상화한 오브제를 수직으로 설치해 치열한 전투를 상기 시킨다.

6 〈열쇠극장〉 퍼포먼스
▲〈열쇠극장〉 퍼포먼스 (사진=MMCA 제공)

<칠성극장>은 군인들이 총 대신 오색의 풍선을 들고 관광을 위해 평양에 입성하는 장면의 연출 사진과 오브제를 선보인다. <을지극장>은 금강산 일만이천 봉우리를 채우는 마지막 7번째 봉우리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가칠봉’이야기를 보여준다. <금강산극장>에서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바탕으로 날개옷을 입은 선녀처럼 분장실에서 무대로 날아오르는 배우를 위한 공간과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고성 통일극장>에는 DMZ에 서식하는 멧돼지, 곰, 고라니 등 야생 동물에 관한 신화를 이야기 한다. 퍼포먼스는 9월 1일부터 10월 3일까지 매주 수ㆍ토요일 16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며 미술관 누리집(mmca.go.kr)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13 〈고성 통일극장〉_퍼포먼스
▲〈고성 통일극장〉 퍼포먼스 (사진=MMCA 제공)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DMZ 극장》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비무장지대의 풍부하고 역동적인 이야기들을 예술적 실천으로 재해석해 보여주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라며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새로운 문화적 생성지대로서 비무장지대의 의미와 서사가 확장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