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미술관, 전가빈 개인전 《푸르던 구슬 The Blue Marble》개최
영은미술관, 전가빈 개인전 《푸르던 구슬 The Blue Marble》개최
  • 안소현 기자
  • 승인 2021.08.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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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 소재로 현대 사회 돌아보는 조각 작업 선봬
전시는 9월 5일까지

[서울문화투데이 안소현 기자] 영은창작스튜디오 11기 전가빈 작가의 개인전 《푸르던 구슬 The Blue Marble》이 열린다. 영은 아티스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영은미술관에서 오는 9월 5일까지 개최될 계정이다. 

전가빈은 ‘우상’(IDOL)을 작업 주제로 꾸준히 다루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상업 브랜드 아이콘, 정치 및 사회적인 인물, 만화의 주인공 등이 그의 조각 작품 속 우상으로 빈번히 등장한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의 작업과 흐름을 같이 하며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으로 구성됐다. 

▲《푸르던 구슬》전 전경 (사진=영은미술관 제공)
▲《푸르던 구슬》전 전경 (사진=영은미술관 제공)

작가는 전시장 내의 주어진 조건을 활용해 부루마불 게임판을 시멘트 작업으로 구현했다. 천장 조명과 같은 크기인 사각형 게임판 위에는 만화 속 신데렐라의 머리를 한 몸통이 각각 다른 동작을 표현하며 배치됐다. 조각상들은 부분적으로 부서져 있고, 겨우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부루마불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주사위 던지기 행위를 통해 진행된다. 사람들은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지만 주사위를 던지며 게임 속 가상의 땅, 건물 등 자본주의의 상징물을 소유하며 놀이를 즐긴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재미의 요소는 많이 갖는 사람과 적게 갖는 사람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전시장의 재현된 게임판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재료이다. 전가빈의 작품에서 시멘트가 주는 메시지의 무게는 크다. 건축 과정의 핵심 재료이지만 완성된 건물 외관에는 그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현대 도시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소비되고 어딜 가나 접할 수 있지만 우리 눈에 항상 보이지는 않는다. 작품에서 보이는 시멘트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무언가에 대해 고민하고 되짚어 볼 수 있게 한다. 

▲전가빈, '데몰리션', 2021 (사진=영은미술관 제공)
▲전가빈, '데몰리션', 2021 (사진=영은미술관 제공)

금빛 찬란한 신데렐라의 두상 아래 재료를 그대로 노출한 채 부서져 있는 조각상은 시멘트가 가진 고유의 물성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 간의 격차가 단단해지는 현대사회의 속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팔다리가 손상되고 균열과 철근이 노출된 작업은 사회에서 겨우 버티며 살아가는 동시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 가벽 너머에는 추상적인 부조 작품을 볼 수 있다. 90년대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오래돼 손상된 간판에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흔히 봤지만 스쳐 지나간 풍경에서 새롭고 낯선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전가빈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존재했지만 인식하지 못했던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 

《푸르던 구슬 The Blue Marble》은 은연중에 접해온 사회의 여러 단면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