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해수욕장서 발굴된 조선시대 왕궁 장식기와 공개돼
태안 해수욕장서 발굴된 조선시대 왕궁 장식기와 공개돼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08.19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 오는 31일부터 9월5일까지 전시
문화재청 “지역 왕실 건물 사용위해 운반 중 바다에 침몰된 듯”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조선 시대 한양에서 사용됐을 왕실 관련 건축물이 태안 청포대 해수욕장(남면 원청리) 갯벌에서 발견 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김연수)는 갯벌에서 발굴한 조선 시대(전기) 왕실 관련 건축물의 지붕을 장식하는 용머리 모양의 기와 취두(鷲頭)와 갑옷을 입은 사람 모양의 장수상을 오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결합된 취두 (사진=문화재청 제공)
▲결합된 취두 (사진=문화재청 제공)

조선 전기의 취두가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두는 용마루의 양쪽 끝부분에 올리는 용머리 모양의 장식기와다. ‘장식기와’는 지붕면이 만나는 지붕마루 위에 얹어서, 건물의 권위와 위용을 나타낸다. 조선 시대에는 궁궐 등 권위 있는 건축물의 지붕에 제한적으로 취두, 잡상(雜像,궁궐이나 누각 등 지붕 위 네 귀에 덧얹는 여러 짐승모양의 기와) 등 장식기와를 사용했다.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공개되는 유물은 총 4점으로, 지난 6월 청포대 해수욕장 일대에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발굴조사 중에 찾아낸 취두 1개체(2점)와 지난 2019년 9월, 조개를 캐던 지역주민이 같은 장소에서 발견해 신고한 취두의 아랫부분 1점, 이후 한 달 후인 2019년 10월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신고지점에서 추가로 수습한 장수상 1점이다.

▲잡상 앞면 (사진=문화재청 제공)
▲잡상 앞면 (사진=문화재청 제공)

지난 6월 발견된 취두(높이 103cm, 최대너비 83cm)는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린 커다란 용의 머리 위에, 작은 용 한 마리와 나선형의 음각선(오목새김한 선)이 표현돼있다. 용의 얼굴은 입체적이고 사실적이면서도 위엄이 있으며, 움직임에 생동감이 넘치고 비늘이나 갈기, 주름의 표현 역시 정교하다. 이 취두는 2008년 화재로 소실되기 전 숭례문에 놓인 취두 형태와 문양이 같다.

지난해에 발굴된 장수상(높이 30cm, 최대너비 22cm)은 몸에 갑옷을 두르고 좌대(座臺)에 앉아서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린 모습을 하고 있다. 인물의 움직임에 생동감이 있으며 갑옷 비늘 역시 섬세하게 표현됐다. 경복궁이나 회암사지에서 출토된 조선 전기 장수상과 형태, 문양 표현 방식 등이 같다.

▲태안 원청리 취두 (사진=문화재청 제공)
▲태안 원청리 취두 (사진=문화재청 제공)

뛰어난 기술로 제작된 왕실 전용 장식기와가 태안 앞바다에서 나온 이유는 운반선 침몰로 추정된다. 서울 지역에서 제작된 장식기와를 삼남(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세 지방) 지역 왕실 관련 건물에 사용하기 위해 운반하던 중 태안 해역에서 침몰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경국대전(經國大典)』에 의하면 와서(瓦署, 왕실에서 쓰는 기와나 벽돌을 만들어 바치던 관아)는 와장(瓦匠, 지붕에 기와를 이는 일을 하는 사람) 40명과 잡상장(雜像匠, 와서에 속해 장식 기와용 토우를 만드는 등의 일을 하는 사람) 4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와서의 소재지인 서울에서 만든 기와들을 배로 싣고 운반하던 도중 태안 지역에서 침몰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에 발굴된 유물 관련 영상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유튜브(http://youtube.com/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취두가 발견된 지역 조사 범위를 확대해 공백으로 남아있던 조선 전기 장식기와의 전모를 밝히고, 유물들이 태안 해역에서 출토된 배경과 소비지에 대한 연구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