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극단 여행자의 음악극 < 서울의 착한여자 >
[리뷰]극단 여행자의 음악극 < 서울의 착한여자 >
  • 오를레앙 허(허성우)
  • 승인 2010.01.04 0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를레앙허...', 극 중 인물 개성 살리는 것 좋으나, 자칫 관객들 지치게 해

동숭동 대학로는 97개의 극장이 밀집되어 있는데 이중 자본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순수 예술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는 아르코 예술극장(1981년 4월 1일 개관)이 있다.

소극장에서 1997년 결성,창단 12주년을 맞는 극단 여행자의 음악극 < 서울의 착한여자>, 관객이 비판적으로 보고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이화현상(異化效果)이라는 개념을 연극 연출에 적용한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1898~1956)의 대표적인 서사극 <사천의 선인>을 한국전쟁직후의 서울의 상황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연출 양정웅) 브레히트 연극의 특징은 관객과 무대와의 ‘거리두기’이다.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여 관객이 무대와의 심리적 거리를 두어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작품을 이해하도록 돕는것이다. 이것은 관객이 주인공에게 무작정 감정이입이 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인데- ‘소격’ 한다라고도 한다.

 이 작품에서는 극중화자가 관객들에게 질문을 통해 착한 순이로 살것인가 아니면 약삭빠른 강사장으로 살것인가를 선택하게 만든다. 관객을 극증에 편입시켜 긴장감을 몰아넣는 것이다. 이와같이 안락하게 구경꾼 입장에서 관람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려는 의도는 불편하지만 극중 집중력을 높이려는 숨은 계산이 깔린 것이다.

 원작은 주인공을 선인과 악인으로 분열시켜 고통받는 여성의 삷을 긴 대사로 표현한 서사극이라고 하나 이번 무대는 원작의 원톱 배우 공연과는 달리 극중인물 모두의 개성을 살리려고 긴 대사대신 짧은 노래가사로 전달하고 있다. 극중 라이브로 악기연주와 노래로 흥겨운 무대를 만들려는 음악극이자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분절된 장면을 결합해 전체의 이미지를 각인케 하려는 실험적 이미지극이라 볼 수 있겠다.

 공연내용은 이러하다 .착한 사람을 찾기 위해 땅으로 내려온 삼신(三神: 북두칠성,남두칠성,삼태성의 신령)은 묵을 곳을 찾지만 아무도 재워주지 않는다. 유일하게 가난한 창녀 순이만 그들을 재워주고 신들은 답례로 돈을 주며 떠난다. 새 출발을 결심하며 작은 담배가게를 여는 순이 그러나 염치없는 식객들이 더부살이로 들어오고 집주인은 집세를 터무니없이 부른다.

 착하기만 한 순이를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마침내 가게는 망할 위기에 놓이게 되자 순이는 계산이 빠르고 냉정한 사촌 오빠 강사장으로 변장한다 <서울의 착한여자> 이 2시간짜리 공연은 여러 가지 장치로 인해 지루함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극중인물 모두의 개성을 강조하다보니 관객들은 웃으면서도 한편 지쳐가고 있었다.

 하지만 착한 순이역을 맡은 배우 박선희는 사촌오빠인 강사장을 잘 연기했고 물장수와 마여사등 1인 4역을 하는 배우 정해균의 익살스러운 연기도 MBC 특별드라마<선덕여왕>에 출연한 군산댁을 연기한 이은정의 몰입의 연기는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최근 이와같은 실험극이나 무용, 콘서트를 보고 느끼는 점은 이제 공연형식의 중요한 화두는 탈문화,복합문화라는 것이다. 슐레겔의 에술론에서 강조하는 현대예술적경향의 핵심은 ‘흥미’인데 이 시대는 감동이나 작가주의, 이데올로기등 단일한 코드만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오를레앙 허 press@sctoday.co.kr

오를레앙허(본명 허성우)/작곡가/재즈피아니스트

음악교육과 전공, 프랑스 파리 유학.
IACP, 파리 빌에반스 피아노 아카데미 디플롬, 파리 에브리 국립음악원 재즈음악과 수석 졸업.
재즈보컬 임미성퀸텟의 1집 ‘프린세스 바리’ 녹음 작곡과 피아노.
제6회 프랑스 파리 컬러즈 국제 재즈 페스티벌 한국대표(임미성퀸텟)
제1회 한전아트센터 재즈피아노 콩쿨 일반부 우승
현재 숭실대, 한국국제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