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세상의 모든 움직임을 담다”…2021 ‘무용인 한마음축제’ 성료
[공연리뷰]“세상의 모든 움직임을 담다”…2021 ‘무용인 한마음축제’ 성료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9.02 2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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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개최
시각 장애인 관객 위한 ‘무용음성해설’ 공연 도입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무용수들은 안 보이는 곳에서도 계속 움직이고 있어요”(김설진, 낙서)

무대 위 조명이 꺼졌지만, 무용수의 움직임은 끝나지 않았고, 가쁜 호흡과 대사를 통해 ‘들리는 춤’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선사했다. 

▲2021 무용인 한마음축제 in 성남 커튼콜
▲2021 무용인 한마음축제 in 성남 커튼콜

지난 1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는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 장르를 망라하는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이사장 박인자, 이하 센터)의 ‘무용인 한마음축제’가 개최됐다. 

센터는 무용 장르의 대중화와 무용공연을 통한 예술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한마음축제’를 개최해오고 있다. 올해는 센터와 성남문화재단의 공동기획으로 성남 시민들의 무용 예술 향유 기회의 장을 마련함과 더불어 무용 관객층을 넓히고자 마련됐다. 

‘2021 무용인 한마음축제 in 성남’에는 부산시립무용단 <운무雲霧>, 김용걸 댄스 시어터, LDP무용단,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中 백조 파드되, 김설진 <낙서>, 국립발레단 <탈리스만> 파드되 그리고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총 7개 팀이 무대에 올랐다.

▲부산시립무용단, 운무雲霧
▲부산시립무용단, 운무雲霧

<운무雲霧>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 부산시립무용단은 구름과 안개의 속성처럼 예측 불가능한 관계와 변화 그리고 자유적 움직임을 춤으로 표현했다. 단색 의상을 입은 이정윤은 독무로 넓은 무대를 압도했고, 가면으로 얼굴을 반만 가린 무용수들은 가려짐으로 더욱 짙게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실체를 그려내며 무대를 가득 채웠다. 또한 이번 무대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라이브 연주가 더해져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작품에 쓰인 곡 ‘무화’는 원래 대풍류를 중심으로 편성된 전통기악곡이지만 피아노를 이용해 재즈적인 리듬을 가미한 국악실내악곡으로 변형하여 작곡했다.

▲김용걸 댄스 시어터, obliviate(망각) ⓒ옥상훈
▲김용걸 댄스 시어터, obliviate(망각) ⓒ옥상훈

김용걸 댄스 시어터는 안무가 김용걸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해외에서 생활하며, 홀로 감당해야 했던 고립감과 두려움 등에 대한 감정들을 <obliviate(망각)>이라는 작품으로 표현했다. 반쯤 문이 열려있는 기억의 방의 구석에서 나(김용걸)와 어두운 기억(김다운)은 서로를 집어삼키려 치열하게 싸운다. 나와 또 다른 기억들은 데칼코마니처럼 하나가 되어 나머지 공간을 가득 채우고 평온해진 나는 숨을 잃은 어두운 기억과 함께 방 밖으로 나선다. 사투를 벌이다가도 한 몸처럼 움직이는 두 무용수의 움직임은 관객들이 각자의 방문을 열어보게 했다.

▲LDP
▲LDP무용단, MOB(몹)

LDP무용단은 ‘죽은 물고기만이 강의 흐름을 따라간다’라는 독일 속담을 바탕으로 하는 <MOB(몹)>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인간의 내면’과 ‘사회 속의 개인’이라는 두 개의 소재를 내밀하게 관찰해 군중심리를 통해 인간성의 양면성에 초점을 맞췄다. 개별 무용수는 저마다 개성으로 움직이지만, 개인이 일체감으로 무장한 집단을 만나면 섞이거나 짓밟히거나 둘 중 하나가 된다. LDP가 가지는 특유의 에너지는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무거운 긴장감을 객석까지 전달해 몰입도를 높였다.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中 백조 파드되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中 백조 파드되

발레에 문외한인 사람도 이름만 들으면 아는 작품. 유니버설발레단<백조의 호수> 그중에서도 명장면으로 꼽히는 ‘백조 파드되’로 관객들과 만났다. 악마의 마법으로 백조가 된 오데트 공주와 그를 구하려는 지그프리드 왕자를 한상이와 강민우가 각각 맡아 연기했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우아한 동작이 어우러진 가운데 군무가 더해져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김설진, 낙서
▲김설진, 낙서

갈라 공연 중 유일하게 마이크가 켜진 순간, 김설진<낙서>가 시작됐다. 마치 리허설을 하듯 가볍게 몸을 풀던 그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동작의 난도를 높여가며 관객과 대화를 이어갔다. 코로나 상황으로 소리 낼 수 없었지만, 객석의 공기는 무언의 대답이 되어 무대에 전해졌다. 실없는 농담처럼 툭툭 뱉는 이야기 속에 김설진의 무용이 있었고, 집중하는 순간 말과 몸이 함께 어우러져 작품이 됐다. 

▲국립발레단, 탈리스만 파드되 ⓒ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 탈리스만 파드되 ⓒ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은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탈리스만> 파드되를 선보였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듯한 드리고의 음악과 이에 맞춰 춤추는 바람의 신과 님프의 경쾌한 움직임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다. 물 위를 걷듯 가벼운 움직임으로 무대를 누비던 심현희와 파워풀한 동작의 하지석은 장면마다 객석의 힘찬 박수를 자아냈다. 

축제의 마지막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가진 흥이 가득 담긴 <FEVER>가 장식했다. 중독성 강한 전통음악 장단을 바탕으로 디제잉과 태평소, 피리 연주에 소리꾼의 가창이 더해져 무대에 울려 퍼졌다. 아울러 색동옷을 입은 무용수들의 유니크한 움직임이 더해져 전통적인, 그러나 마냥 전통적이지 않은 익숙함을 끌어내며 공연장을 열기로 채웠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FEVER ⓒgunu kim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FEVER ⓒgunu kim

전문무용수지원센터 박인자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예술계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용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덕분에 축제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축제의 갈라 공연 중 부산시립무용단 <운무雲霧>, LDP무용단 <맙(MOB)>, 국립발레단 <탈리스만> 파드되,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피버(FEVER)> 등 4편에 무용 음성해설이 제공돼 눈길을 끌었다. 무용음성해설가로는 지우영 댄스시어터 샤하르 대표, 이경구 고블리파티 안무가 겸 무용수, 김길용 와이즈발레단 단장, 양은혜 스튜디오그레이스 대표가 참여했다. 

‘무용음성해설’이란 시각장애인들이 무용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무용수의 움직임, 스토리 등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전문무용수지원센터 등이 마련한 ‘무용 음성해설가 양성을 위한 워크숍’의 첫 결과물로, 성남시각장애인협회에서 20여 명의 시각장애인을 초청했다. 또한 무용음성해설 공연 전 시각 장애인 관객을 위한 터치투어와 프리뷰 시간을 마련해 실제 공연에 사용되는 의상, 소품, 토슈즈 등을 만져보고 설명을 들으며 무용작품의 구성요소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박인자 이사장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춤을 말로 전하는 실전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는 성남문화재단의 많은 도움과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라며 “이번 축제에서 선보인 공연 중 부산시립무용단의 ‘운무’, LDP무용단의 ‘맙(MOB)’, 국립발레단의 ‘탈리스만 파드되’,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피버(FEVER)’ 등 4편에 무용 음성해설이 제공됐는데 이번 시도를 토대로 앞으로 무용음성해설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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