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청과 출입증
마포구청과 출입증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8.12.3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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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지은 마포구청 외관
오랜만에 처리할 일이 있어 마포구청을 찾은 A씨. 구청 건물이 셔터를 모두 내린 채 덩그라니 빈 건물로 남아 있어 이게 무슨일인가 하고 다가가 봤더니 덕지덕지 붙은 종이짝 위에 쓰인 ‘구청이 이전을 했다’ 문구를 발견했다.

미리 알아보고 왔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자신을 탓해 보지만 거금의 택시비까지 들여 구청을 찾은 발걸음이 허무해졌다. 더군다나 신축한 건물로 이전했다는 안내문은 깊숙이 위치한 구청사로 들어서는 입구 벽에 중간 크기 정도의 현수막으로 부착되어 있어 첫눈에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지하철 몇 번 출구로 나가면 된다는 구체적인 안내도 되어 있지 않고 단순한 지도와 함께 상암월드컵 경기장 옆으로 오면 된다고 적혀 있어 A씨는 나 같은 ‘길치’가 이걸 보고 어떻게 찾아 가나 하는 생각에 황당했다.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A씨는 화나는 마음을 억누르면서 그나마 적혀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마포구청에 전화를 했다. 손이 얼 것 같은데 구청 안내원의 설명은 길기만 했다. 이 정도 안내면 왜 그냥 현수막에 같이 간략하게 알려주지 않는지 의아해질 뿐이다.

어쨌든 가르쳐 준 대로 이동해 겨우 신사옥으로 당도한 A씨는 또 다시 한번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참담해졌다.

▲ 4층이상 방문시 방문증을 받아야 한다는 안내문
1층 로비에 들어서니 다짜고짜 어디 찾아 오셨냐고 묻는 남자 직원의 말이 잡상인 대하듯이 껄끄럽다. 5층에 있는 교통과를 찾는다고 하니 4층 이상이므로 방문증을 발급 받아야 한다고 한다. 가뜩이나 두 번 발걸음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왜 방문증을 발급받아야 하냐고 물으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데 제한이 있기 때문이란다.

슬그머니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냥 상향 엘레베이터를 탑승해 4층 버튼을 눌렀는데 작동을 하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번호판위에 카드를 찍어야 올라갈 수 있는 보안장치가 되어 있다. A씨는 아니 내가 안기부에라도 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괘씸한 마음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비상계단으로 헉헉 거리며 올라가 5층에 당도했는데 웬걸 문이 굳게 잠겨있다. 결국 A씨는 다시 내려와서 못이기는 척 하고 방문증을 받아서 5층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억울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무릇 구민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구청이 편의를 제공하기는커녕 구민들이 구청에 쉽게 드나드는 것을 막는 것 같은 분위기다. 다른 구들만 해도 구청장실이 1층에 위치해 구민들과 더 가까운 청장이 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새로 지은 ‘삐까번적’ 한 신청사 건물 9층에 위치해 있는 마포구청장실을 보면서 ‘이만한 대기업 총수가 없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 총수야 내가 그 회사와 관련이 별로 없으면 거의 만날 기회도 없겠지마는 구민으로서 구정에 참여 하고 싶을 때 9층에 있는 구청장은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구민이 필요에 의해 구청을 찾았을 때 방문증을 받아야만 출입 가능한 불편함으로 구민을 자칫 불쾌하게 하는 구정을 편다면,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워 마음도 무거운 이 시점에 구민을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마포구청은 구청을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 구민을 위한 편의 행정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