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갯벌어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예고
문화재청, ‘갯벌어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예고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0.2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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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어로 관련 문화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어
갯벌 어민 전승문화기에 특정보유자·단체 인정은 없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 음식문화 기반이 된 갯벌을 구성하고 있는 문화가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됐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전통어로방식 중 하나인 ‘갯벌어로’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갯벌어로’는 맨손 혹은 손도구를 활용해 갯벌에서 패류·연체류 등을 채취하는 어로 기술, 전통지식, 관련 공동체 조직문화(어촌계)와 의례·의식이다.

▲뻘배를 이용해 갯벌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뻘배를 이용해 갯벌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갯벌은 예로부터 농경의 밭에 상응해 ‘바다의 밭’으로 인식돼 왔다. 갯벌을 공동재산으로 여기며 마을 사람들이 함께 관리하는 등 어민들 생업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갯벌어로 방식은 기본적으로 맨손과 다양한 손 도구를 이용하는데, 해류와 조류, 지질 등 해역에 따라 다양한 어로 기술이 있고 펄갯벌, 모래갯벌, 혼합갯벌, 자갈갯벌 등 갯벌 환경에 따라 어로 방법과 도구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펄갯벌의 뻘배(널배), 모래갯벌의 긁게·써개·갈퀴, 혼합갯벌의 호미·가래·쇠스랑, 자갈갯벌의 조새 등이 대표적이고 오랜 세월 전승되면서 같은 도구라도 지역별로 사용방법이 분화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갯벌어로의 역사를 살펴보면 갯벌어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문헌은 확인하기 힘들지만, 서·남해안에서 발굴된 신석기·청동기·철기·고려 시대 패총에서 갯벌에서 채취한 패류(참굴, 꼬막, 바지락 등)가 다량으로 확인됨에 따라 그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갯벌에서 채취되는 각종 패류·연체류 등은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에 관련 기록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전라남도 고흥 득량만의 밀대그물로 젓새우(김장새우)를 잡는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전라남도 고흥 득량만의 밀대그물로 젓새우(김장새우)를 잡는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갯벌어로와 관련된 생산의례와 신앙, 놀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고유한 문화다. 대표적인 공동체 의례로는 ‘갯제’가 있다. 갯제는 ‘조개부르기’, ‘굴부르기’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갯벌 해산물의 풍요를 기원하며 동네 주민들이 조개나 굴 등을 인격화하여 갯벌에 불러들이는 의식이다. 이외에도 풍어(豐漁)를 예측하는 ‘도깨비불 보기’ 굴과 조개를 채취한 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노는 ‘등빠루놀이’ 등이 우리나가 갯벌 풍습과 전통문화를 잘 드러낸다.

갯벌어로를 전승하고 있는 지역의 어촌공동체는 갯벌과 갯벌어로의 지속을 위해 자율적으로 금어기(禁漁期) 설정과 치어(稚魚) 방류 등을 진행하는 등 전승 활성화 의지가 높다. 갯벌어로에는 자연을 채취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존하는 대상으로 보는 전통적 자연관이 담겨있다.

이처럼 ‘갯벌어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갯벌이 펼쳐진 한반도 서·남해안전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점’, ‘조선 시대 고문헌에서 갯벌에서 채취한 각종 해산물을 공납품으로 진상했던 기록이 확인되는 점’, ‘갯벌어로 기술의 다양성은 학술연구 자료로서 그 가치와 가능성이 높다는 점’, ‘갯벌어로와 관련된 생산의례와 신앙, 놀이는 우리나라 갯벌어로의 고유한 특징인 점’, ‘갯벌의 지질별 어로도구의 다양성과 지역별 갯벌어로의 특색이 뚜렷한 점’, ‘현재에도 갯벌이 넓게 펼쳐진 서·남해안 마을 대부분이 어촌 공동체를 중심으로 생업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다만, 갯벌어로는 갯벌이 펼쳐진 한반도 서·남해안 전역의 갯벌 어민들이 전승·향유하고 있는 문화라는 점에서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어살[漁箭]에 이어 ‘갯벌어로’를 어로방식에 관한 두 번째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한 바, 앞으로도 세대를 거쳐 꾸준히 전승되고 있는 다양한 어로 관련 전통지식들을 추가적으로 조사하여 지정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문화재청은 30일 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국가무형문화재지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