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조선 전기 무예 담긴 『무예제보』 보물지정예고
문화재청, 조선 전기 무예 담긴 『무예제보』 보물지정예고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0.2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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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현존하는 우리나라 무예서 중 가장 먼저 편찬
고려·조선 시대 전적 및 불교조각, 괘불도도 보물 지정예고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무예서로 알려진『무예제보』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무예제보』를 비롯해 고려·조선 시대 전적 및 불교조각, 괘불도 등 7건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무예제보』(武藝諸譜)는 선조31년인 1598년에 문인관료 한교(韓嶠, 1556~1627)가 왕명을 받고 편찬한 무예기술에 대한 지침서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무예서(武藝書)다. 1598년 첫 간행된 『무예제보』 초간본은 현재 프랑스 동양어대학, 수원화성박물관 두 곳에만 소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수원화성박물관 소장 『무예제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조선 전기 무예 관련 서적으로 이번 보물지정예고는 그 희소성과 역사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무예제보 보문 (사진=문화재청 제공)
▲무예제보 보문 (사진=문화재청 제공)

『무예제보』가 편찬될 당시 조선은 임진왜란(1592년)과 정유재란(1597년) 등 일련의 전쟁을 치르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군사훈련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를 위한 지침서 간행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명나라 군대의 전술을 참조해 무기 제조법과 조련술을 군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한글로 해설을 붙여 간행한 것이 바로 『무예제보』다. 대봉(大棒, 곤봉), 등패(藤牌, 방패), 낭선(狼筅, 낭선창으로서 9~11개의 날이 달린 창), 장창(長鎗, 긴창), 당파(鎲鈀, 삼지창), 장도(長刀, 장검) 등 6종의 무기 제작법과 조련술이 담겨있다.

이 책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무예서 중 가장 먼저 편찬됐다. 이후 무예제보번역속집(武藝諸譜飜譯續集)(1610년 발행, 2001년 보물 지정),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1790년) 등 조선 후기 무예서 간행에 많은 영향을 끼쳐 우리나라 무예사 연구를 위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는 만큼 보물로 지정해 연구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울산 신흥사 석조아미타여래좌상
▲울산 신흥사 석조아미타여래좌상 (사진=문화재청 제공)

이와 함께, 대구 용문사가 소장하고 있는 당나라 승려 법장(法藏, 643~712)이 저술한 총 3권을 저본(底本)으로 하여 1461년(세조 7년)에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만든 목판으로 찍은 불경 중 권하(卷下)에 해당하는 1책(33장) ‘대승기신론소 권하(大乘起信論疏 卷下)’는 1461년에 간행된 유일본으로 불교학, 서지학적 가치가 커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법장사 소장 ‘초조본 아비달마대비바사론 권175’ 1축도 보물 지정예고됐다. 고려 11세기에 판각된 초조대장경판 바탕으로 간행한 것으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권175의 유일본으로서 희소가치가 있고, 초조대장경판 조성 불사(佛事)의 성격과 경전의 유통상황 등을 파악하고 경판을 복원할 수 있는 원천자료로서의 역사‧문화적인 가치가 높다고 판단됐다.

세조 3년 1457년 음력 8월 10일 국왕이 강진 무위사의 잡역을 면제하도록 명령을 내린 국가의 공식적인 교지 문서 ‘강진 무위사 감역교지(康津 無爲寺 減役敎旨)’도 보물 지정예고 됐다. 세조의 서명인 어압(御押, 임금의 사인)과 ‘시명지보(施命之寶)’의 어보(御寶)가 명확하게 남아 있는 조선 초기 고문서로서, 조선 전기 국왕 발급 문서양식 연구를 위한 중요한 자료다.

제작시기는 분명치 않으나 ‘강릉 보현사 목조문수보살좌상(江陵 普賢寺 木造文殊菩薩坐像)’ 고려 후기~조선 초기의 조형적인 특성을 갖추고 있으며, 현존작이 많지 않은 이 시기 불상 연구에 크게 이바지할 작품으로 평가돼 보물로 지정예고 됐다.

7. 서울 흥천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
▲서울 흥천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 (사진=문화재청 제공)

‘울산 신흥사 석조아미타여래좌상(蔚山 新興寺 石造阿彌陀如來坐像)’은 신흥사 대웅전에 봉안된 대세지-관음보살좌상으로 구성된 아미타삼존상 중 본존상에 해당한다. 이 불상은 발원문에 1649년 불석의 산지였던 어천(현재 포항 오천읍)에서 돌을 채석해 조성하고 배를 이용해 신흥사까지 옮겨온 사실이 적혀 있어 당시 불석 불상의 제작지와 운반 경로를 구체적으로 밝힌 첫 번째 사례다. 1649년이라는 명확한 제작 시기, 영색이라는 수조각승, 아미타불상이라는 존명 등을 통해 17세기 중엽 경 불상 조성의 기준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재료 이운 과정이 발원문에 설명돼 있다는 점에서 학술․예술 가치가 커서, 보물로 지정예고 됐다.

함께 보물 지정예고된 ‘서울 흥천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서울 興天寺 毘盧遮那佛 三身掛佛圖)’는 1832년(순조 32년)에 수화승 화담신선(華潭慎善)을 비롯해 총 17명의 화승이 조성한 왕실 발원 불화이다. 특징적인 도상과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서울·경기지역의 괘불도에 큰 영향을 끼친 구도 등이 높은 보존 가치를 나타낸다.

문화재청은 ‘무예제보’ 등 7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