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공연·학술·기록’의 전형…연낙재 무용학술총서 4권 연달아 발간
[신간]‘공연·학술·기록’의 전형…연낙재 무용학술총서 4권 연달아 발간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11.0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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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전통가무악의 거장 한성준 및 내포 전통춤의 정신문화적 가치 창출
복원과 해석, 이론과 실기의 ‘지평 융합’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지난 2014년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을 창설하여 근대 전통가무악의 거장 한성준(韓成俊 1874~1941)의 예술적 업적을 조명해온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대표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사업의 일환으로 4권의 단행본이 연달아 발간됐다. 이번에 출간된 단행본은 2020년 제7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중고제 전통가무악 복원 및 기록화”를 목적으로 시도된 결과물을 묶은 것이다. 우리 춤의 정신문화적 가치 창출을 화두로 공연·학술·기록을 표방해온 그간의 활동이 연낙재무용학술총서에 오롯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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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낙재 무용학술총서 단행본 4권

일해 송방송 교수의 자서전 음악학자 일해(一海)의 학문인생

제6회 한성준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국악학자 송방송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자신의 학문세계를 조망한 자서전이다. 책은 송방송 교수가 배재학교를 마치고 서울대학교에서 국악이론을 전공한 후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유학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캐나다 맥길대학교 음대교수로 재직하던 중 최연소 국립국악원장에 발탁되어 귀국하기까지를 다룬다. 또한 영남대 국악과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예술학과 신설의 산파 역할을 하며, 교육과 연구에 전념한 학자로서의 삶을 정리했다. 

한편, 일해음악학의 기반조성을 위한 학문적 분투와 『한국음악통사』를 비롯 수십 권의 저서 집필과정 및 선학(先學)과 학문적 도반 및 제자들과 얽힌 속 깊은 사연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777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수십 컷의 사진들이 일해 송방송 선생의 학문세계를 조망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돼준다. 안타깝게도 지난 8월 일해의 타계로 인해 이 책은 선생의 생애 마지막 저작이 되었다.   

태평양 건너 그들이 있었네, 중고제 국악명인 심상건 가(家) 사람들의 삶과 예술

충남 서산 출신 중고제 국악명인 심정순의 조카 심상건(沈相健, 1889~1965)은 1965년 미국으로 건너간 후 국내에서 잊혀진 존재였다. 이 책은 지난 2018년 10월 31일부터 11월 9일까지 미국 현지조사를 통해 수집, 정리한 중고제 국악명인 심상건 가(家) 예인들의 삶과 예술을 담아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펜서콜라를 비롯 애리조나주 피닉스, 캘리포니아주 LA 등에 흩어져 사는 심상건 후손들을 현지조사한 10일간의 숨 가쁜 여정이 담겨있다.  

이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되었으며 미국 현지조사를 통한 인터뷰 내용에 기초했다. 그밖에 연낙재에 소장된 조택원과 심상건·심태진의 공연자료 및 근대 신문자료가 활용되었다. 미국 현지조사에서 발굴, 수집된 미공개 자료와 미(美) 전역에 흩어져 사는 심상건 후손들에 대한 현지조사 과정에서 촬영된 사진자료 등을 화보로 구성하여 가독성을 높였다.  

내포학춤ㆍ내포바라춤 원형 탐색과 복원 연구의 여정

전통예술의 복원작업은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느냐에 달려있다. 한성준이 창안한 내포학춤·내포바라춤의 복원작업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하여 당대의 시대적 배경과 창작방법 그리고 공연활동과 예술성 등을 폭넓게 분석하여 본래 모습의 ‘결’을 찾아가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한성준의 내포학춤·내포바라춤 복원작업은 1930년대로 회귀하여 당시 신문·잡지자료 및 연낙재 소장자료를 꼼꼼히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한편, 지난 10여 년간 한성준을 화두로 치러진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또는 내포제 전통가무악의 가치 재발견 행사를 통해 집적된 다양한 공연자료가 중요한 전거(典據)로 활용되었다. 한편, 내포학춤·내포바라춤 음악복원을 위한 학술고증은 중진 국악학자 이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맡았고, 연주를 통한 실제 음악복원 작업은 국악계의 최고 실력자 원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참여하여 신뢰를 더 한다. 

출간된 책들은 인문적 접근을 통한 한성준의 내포제 전통춤 원형 탐색 및 복원 연구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고문헌을 비롯 근대 신문·잡지자료 및 연낙재 소장자료가 대거 활용되었고, 기초자료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해석은 논증의 선명성을 배가했다. 희소성이 돋보이는 각종 공연자료 및 수백 건에 달하는 각주와 참고문헌은 향후 이 분야 연구에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포 출신 근대 전통가무악의 거장 한성준의 예술적 업적을 수십 년째 탐색해온 저자인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번 작업을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일종의 도전이라 말한다. 또한 춤을 전공한 저자로서는 이론과 실기의 ‘지평 융합’을 통해 한성준의 내포제 전통춤의 근본과 본질에 더한층 가까이 다가서는 유의미한 탐사였다고 소회한다. 나아가 저자는 “역사 속 내포학춤·내포바라춤의 발원과 전승과정에 나타난 왜곡과 날조까지도 촘촘히 살펴서 기록으로 남기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사는 무용학자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