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 2021 공예트렌드페어 개막, ‘형형색색’ 다채로운 미 뽐내
[현장프리뷰] 2021 공예트렌드페어 개막, ‘형형색색’ 다채로운 미 뽐내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1.21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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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까지, 코엑스 C홀
공예 유통망 확장 및 한국 공예 세계화 지향
71명 공예작가, 320여 개 공예 관련 기관·갤러리·대학 참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공예가 가진 도구적 실용성과 예술적 미학을 동시에 선보이며 개별 작품의 색이 빛나는 박람회가 열린다. 지난 18일 개막해 오는 21일까지 코엑스 C홀에서 개최되는 《2021 공예트렌드페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 이하 문체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태훈, 이하 공진원)이 함께 개최한다. 지난 18일에는 사전 등록 방문객 입장과 함께 언론간담회가 열렸다. 개막식에는 김태훈 공진원장, 정구호 2021공예트렌드페어 총감독, 최재일 공진원 본부장 및 취재진이 참석했다.

▲2021 공예트렌드 페어 전경 (사진=공진원 제공)
▲2021 공예트렌드 페어 전경 (사진=공진원 제공)

올해로 16회를 맞은 박람회는 ‘형형색색(形形色色)’이란 주제 아래 기획됐다. 올해 공예트렌드페어의 가장 달라진 점은 정구호 총감독의 선임이었다. 개막식에서 김 원장은 “올해 ‘공예트렌트페어’는 입장할 때부터 이전과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지난해까지 공예트렌드 페어는 여러 명의 감독들이 박람회를 구성하는 형식이었는데, 올해는 총 감독 선임을 통해 좀 더 통일감 있는 박람회를 선보이려 한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16회까지 이어 온 공예트렌드 페어의 역사를 반추하며 “초창기 공예트렌트 페어는 올해 박람회 공간의 4분의 1도 안 되는 면적에서 시작했고, 체계적인 준비도 부족했다”라며 “매년 박람회를 운영해가며 보완해나가는 페어를 선보이고자 했고, 올해는 한국 공예를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목표도 갖게 됐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올해 공예트렌드 페어는 정 감독의 기획 하에 통일감 있는 박람회를 선보이는 동시에 공예 유통망 확장에도 힘을 쏟았다. 개막식이 열린 18일에는 공진원 공식 누리집을 통해 사전 등록한 국내외 구매자 300명을 초청했다. 주요 구매자와 일반인 관람 일정을 조정해 기업 간(B2B), 기업·소비자 간(B2C) 거래를 활성화 하는 전략을 선보인 것이다.

또한, 한국 공예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프랑스, 영국, 미국, 이탈리아, 일본, 호주 등 나라별 홍보대사도 위촉했다. 공진원 측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바이어를 전혀 초청하지 못해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 홍보대사 시스템을 기획했다”라며 “온라인 뷰잉룸을 만들어 작품들을 선보이고, 현지에 한국 공예 행사나 작품을 선보이며 협력의 장을 만들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2021 공예트렌트페어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김태훈 공진원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2021 공예트렌트페어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김태훈 공진원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박람회 주제 ‘형형색색(形形色色)’은 한국 공예가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미학을 모두 선보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 감독은 다양한 재료를 다루면서, 실험적인 도전을 이어가는 작가들을 초청해 박람회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분야의 공예가 돋보이기보다, 다양한 재료를 소재로 한 작품 모두가 본연의 빛을 발휘하게끔 하는 데에 힘을 쏟은 것이 주목할 지점이다.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공예트렌드페어가 추구한 방법은 ‘쇼케이스’적 박람회 형식이다. ‘쇼케이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작품이 나오면 대중과 관계자들에게 선보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공예트렌드 페어는 개별의 작품을 각각의 방식으로 드러내며, 한국 공예의 새로운 면면을 전달한다. 기업과 대중에게 공예작품들을 선보이는 동시에, 공예인이 작품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도 꾀한다는 지향이다.

주제관 전시에는 총 71명의 작가가 작품을 선보이고, 페어에는 공예작가, 화랑(갤러리), 기관, 대학 등 공예 분야 320여 개사가 참여했다. 주제관, 창작공방관, 아트&헤리티지관, 공진원(KCDF)사업관, 브랜드관, 대학관 등 다양한 전시관이준비 돼 있다. 개별 작품들의 빛이 발현되는 지점에 노력을 기울인 덕분인지 페어에서는 다채로운 재료를 가지고 작품을 선보이는 부스들이 눈에 띠었다.

금속 공예, 유리 공예, 목 공예, 한지 공예 등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박람회의 재미를 더했다. 우아한 미를 뿜는 작품을 선보이는 부스가 있는가 하면, 아기자기한 동물모양 토기를 선보이는 부스, 또 기묘한 감정을 내세운 작품들을 선보이는 부스 들이 있었다. 부스 공간이 협소한 편이어서 다양한 참여사가 참가할 순 있었지만, 많은 관람객이 몰릴 경우 관람이 힘들 수 있을 것도 같았다.

▲2021 공예트렌드 페어 부스를 구경하는 관람객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2021 공예트렌드 페어 부스를 구경하는 관람객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개별 브랜드관 이외에 KCDF사업관 및 아트&헤리티지관도 박람회의 색깔을 다채롭게 꾸며준다.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문화역서울284와 온라인에서 개최됐던 한복 상점도 만나볼 수 있고, 우수공예품지정제도 부스에선 한국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박람회 기간 동안 국악과 한국 공예를 접목시킨 전시 및 공연을 선보이는 국립국악원 부스도 눈여겨 볼만하다. ‘K-마에스트로’ 사업 일환으로 꾸려진 국립 국악원 부스는 국악의 판소리, 가곡, 산조를 소재로 3가지의 주제로 조성된 공간을 선보인다. 판소리는 매듭과, 가곡은 옻칠과 대나무 공예, 산조는 금속공예와의 조화를 이뤄낸다. 국악의 가락과 공예의 질감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기획은 익숙한 듯 새로운 한국미를 전달한다.

‘형형색색’이란 주제에 걸맞게 각 부스의 성격은 잘 드러나지만, 총감독 선임으로 추구하려한 공예트렌드페어의 통일감은 어떻게 구성됐을까. 다양함과 통일감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한 기획은 어떻게 구현했는지 질문했다. 정 감독은 박람회의 통일성을 ‘디자인’을 통해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을 강조할 수 있는 홍보물, 홍보 영상에 무게를 더하고 자칫 박람회 전체적인 분위기를 산만하게 만들 수 있는 형식적인 행사를 축소하는 대신에 도록과 같은 기록물로써 박람회를 기록하는 방법을 추구했다.

개막식 현장에서는 공예트렌드 페어 홍보영상이 상영됐는데, 한국 공예 물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8가지 색과 전통 공예와 현대 공예를 상징하는 실루엣을 사용해 올해 공예트렌드페어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담아냈다. 또한, 영상 내내 한국적인 타악 소리와 리듬감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한 듯 했다.

▲2021 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을 설명하는 정구호 총감독 (사진=서울문화투데이)
▲2021 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 전시를 설명하는 정구호 총감독 (사진=서울문화투데이)

71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박람회 주제전시는 노란색 광장 형태로 관람객들에게 선보여진다. 정 감독은 이번 공예트렌트페어를 통해 한국 공예문화가 현재 어떤 지점까지 도달했는가를 탐구하고 선보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주제 전시는 박람회 장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며,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아 박람회를 찾아온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쯤 거쳐 가고 관람할 수 있는 형태를 갖고 있다.

전시장의 작품 배치도 관람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전통공예 작품 옆으로 현대 공예 작가라든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배치해 작품 간의 어떤 영향력이 오고 갔는지 상상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또한, 현재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공예작가들을 초청해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공예의 트렌드까지 아우르고 있다.

▲2021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1 (사진= 공진원 제공)
▲2021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 (사진= 공진원 제공)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가구나 도구의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오브제적 성격이 드러나는 지점을 마주할 수 있다. 필요에 의해 생산된 작품에서 하나의 아름다운 기물로 나아가는 최근 공예의 방향을 전시 면면에서 볼 수 있다.

개막식에선 이번 박람회에 선정된 작가들에 대한 기준점과 선정 방식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공진원 측은 공정한 선정과정을 통해 작가들을 선발했다고 밝혔으며, 정 감독은 공예의 활용도보다 예술로서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한 공예 작품들에 좀 더 집중하는 기준을 세웠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공예’라 하면, 전통적인 공예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번 《2021 공예트렌드 페어》는 지금 이순간의 ‘한국’과 과거부터 이어져 온 ‘한국’의 공예를 함께 아울러 선보인다. 때문에, 전통공예 이수자부터 대학생 공예 창작자까지 만나볼 수 있는 박람회를 준비했다. 단아한 미학에서 차가운 미학까지, 또 더 확장된 아름다움을 가진 한국 공예를 만나볼 수 있는 박람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