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혁신 꾀한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확 바뀌었다" 호평
[Hot Issue] 혁신 꾀한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확 바뀌었다" 호평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2.02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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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중심' 아트마켓 , 큰 변화
전국 문예회관 및 재단 부스 운영, 예술가 및 단체, 자신들 작품 홍보 용이해져
예약제 운영…깊이 있는 상담 가능
네트워킹 강화, 부대행사 필요 제안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지난 2019년 전면 혁신을 선언한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했지만,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지난해에 팬데믹으로 페스티벌을 일정을 연기했다가 결국 온라인 개최로 전면 전환한 바 있다. 2년 만에 제주에 모인 문예회관 관계자 및 문화예술단체‧예술인들은 비대면의 시간동안 준비해 온 기대감과 프로그램들을 펼쳐냈다. 그리고 이 네트워킹 장을 만드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아트마켓 부스전시 (사진=한문연 제공)
▲아트마켓 부스전시 (사진=한문연 제공)

제주특별자치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을 공동 주최해오고 있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는 지난 2019년 이승정 회장을 첫 선출직 회장으로 뽑았다. 취임 이후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이 회장은 한문연 역량강화와 혁신을 주도하며 TF팀을 꾸리는 등 변화에 앞장 서 왔다. 그 변화 중에는 ‘문예회관 관계자들만의 휴가’, ‘세금만 흥청망청 쓰는 실효성 없는 쇼’라는 제주해비치페스티벌의 혁신도 담겨있었다.

지난 22일 열린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현장에 방문했을 때에는 변화의 지점이 확연하게 드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페스티벌 프로그램 면면을 살펴보면서 지난 페스티벌 저변에 깔려있던 탑다운 소통방식이 바텀업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페스티벌 현장 이곳저곳에서 직접 움직이며 페스티벌을 운영하고 있는 한문연의 달라진 태도를 볼 수 있었다. 탁상을 내려온 실무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 회장은 개막 인사말 중 “일을 하다보면 실수가 있고, 개선해야 할 것들도 많기에 혹여 대접이 부족해도 부디 이해해주길 바란다”라는 말을 남겼다. 변화는 단 한 번의 시도로 완성되지 않는다. 완성보단 계속 달라지겠다는 모습이 조금 더 건강한 조직을 위해 나아가는 태도일 것이다. 이틀 간 해비치아트페스티벌 현장을 지켜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승정 코카카 회장의 개막 선언 (사진=한문연 제공)

2회에 걸친 공청회, 문화예술계 쓴 소리에 진심으로 응해

지난 2019년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발전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을 당시 ▲개최 장소 ▲문예회관 공공성 ▲상담 양식 규격화 ▲해비치 정체성 ▲예술가 처우 등을 주요 의제로 삼아 문예회관 및 예술단체, 문화예술관계자의 의견을 들은 바 있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했던 문예회관 관계자는 “부스 상담 시 시간분배를 위해서 한 팀당 10분 등 응대시간을 지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며 “한문연 우수공연 소개 자료를 토대로 예술단체에 컨택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인데, 해비치 책자에 문예회관이 가진 공연장 객석수와 넓이, 장비목록 등 공연장 정보도 같이 들어가면 어떨까 한다”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2년 전 현장의 목소리는 실제 올해 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 반영됐다. 올해 페스티벌 가이드북 책자에는 일정 안내와 함께 쇼케이스 참여 예술단체, 아트마켓 참여 문예회관 및 예술단체(장비업체 포함)의 정보가 담겨있었다. 문예회관의 시설현황과 아트마켓 관심 분야까지 정리해둬 예술인과 예술단체 접근성이 좀 더 용이해보였다.

▲페스티벌 가이드북에 문예회관의 정보도 공개돼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페스티벌 가이드북에 문예회관의 정보도 공개돼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책자의 이런 변화는 페스티벌 현장의 아트마켓 변화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가장 큰 변화는 ‘문예회관의 부스 운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해당 부스마다 예약상담인지 자유상담인지 푯말로 안내해 예술단체들이 쉽게 부스를 방문할 수 있게 현장을 조성했다. 예약상담의 경우 예술단체 측에서 먼저 문예회관으로 예약을 걸고, 이를 한문연이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23일 아트마켓 현장에선 문예회관 부스 관계자들이 상담 시간표에 맞춰 예술단체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담이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종료돼 부스가 비어있을 때는 틈틈이 예약을 하지 못한 예술단체들도 문예회관과 상담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해당 시스템은 문예회관 및 예술단체 측에서도 좋은 반응이 나타났다.

지정된 상담 시간, 깊이 있는 논의 가능케 해

경기아트센터 이정현 주임은 “예약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예술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레퍼토리를 깊이 있게 전달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라며 “경기도 내 축제 시 섭외해볼만 한 콘텐츠들도 소개받을 수 있었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전했다. 이천문화재단 전형구 이사장 역시 비슷한 소감을 전했다. 전 이사장은 “상담이 예약된 예술단체의 경우 자료를 미리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있고, 단체 측에서도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전 이사장은 예약 방식에 대한 개선점도 제안했다. 올해 페스티벌의 아트마켓 예약은 한문연이 예술 단체 측의 예약을 정리해 문예회관 쪽으로 배치했다. 때문에, 문예회관 쪽에선 임의배치라고 알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 이 경기아트센터 주임은 예약된 예술단체들을 주최 측에서 임의 배치한 것으로 알고 있기도 했다.

전 이사장은 “예약 시스템 운영은 좋으나, 문예회관 측에도 예술단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라며 “문예회관의 방향성이나 공연장 컨디션에 따라 제안을 하고 싶은 단체들이 있는데 만나지 못해 아쉽다”라고 밝혔다. 문예회관과 예술단체 측의 예약을 모두 받고, 이외에 소외되는 단체나 회관이 있다면, 그때 임의배정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아트마켓 부스전시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또 몇몇 자유상담을 운영하는 문예회관, 지역 공연장의 경우 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 처음 참여하기에 예술단체 측에서 전혀 정보를 얻지 못한 경우도 있어 원만한 예약이 진행될 수 없기도 했다. 올해에 처음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된 해남군 해남문화예술회관은 자유상담을 운영하고 있었다. 김민지 해남군 문화예술과 담당자는 “예전에 부스를 운영하지 않을 때는 우리 측 시설을 홍보하기도 어려웠고, 예술단체도 만나보기 어려웠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기관도 홍보할 수 있게 됐다”라며 “아직 많은 예술 단체들과 상담하지 못해 남은 페스티벌 기간 동안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해보고 싶다”라는 기대감을 표했다.

아트마켓 현장이 예술단체 뿐 아니라, 문예회관의 홍보효과로도 이어져 양방향 네트워킹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달성문화재단 부스 담당자는 이번 아트마켓을 통해 순수예술 프로그램을 접해볼 수 있다는 것을 긍정적인 지점으로 꼽았다. 달성문화재단 측은 “30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을 가지고 있어서 올려볼 수 있는 무대가 한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상담을 통해 다양한 예술단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클래식이나 발레 공연 같이 순수예술의 경우 작은 규모 공연장에선 이뤄질 수 없다고 봤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제안을 받고 우리 측 공연장도 소개해볼 수 있어 좋았다”라고 밝혔다.

대구에 소재하고 있는 연극예술단체 ㈜꿈꾸는씨어터는 부스별로 리스트를 추려 상담을 다니는 열의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온라인으로 아트마켓에 참여하고 공연작품을 영상으로 선보이는 것 이외에 별다른 교류가 없어서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올해는 직접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꿈꾸는씨어터 담당자는 “예약된 시간에 부스를 방문하면 문예회관 측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여줘 인상적이었다”라며 “대면으로 상담이 이뤄지니, 콘텐츠에 대한 반응을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고 즉각적인 소통이 이뤄져 훨씬 발전된 논의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쇼케이스 현장 (사진=한문연 제공)
▲쇼케이스 현장 (사진=한문연 제공)

아트마켓에서는 팬데믹 상황을 이겨낸 예술단체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들어볼 수 있었다. 융복합 미디어쇼 ‘하모니 오브 라이트’를 쇼케이스로 선보인 쇼 디자인 그룹 생동감의 남대원 대표는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동안 좌절 속에서 새로운 레퍼토리를 제작해 이번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남 대표는 “코로나 시기에 직원들이 퇴사를 결정하기도 했고, 기존에 단체에서 추구하던 방향성과 다른 생존을 위한 작품을 고민하게 되기도 했다”라며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예술단체들이 문예회관에 홍보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빛줄기 같은 행사로, 이런 시국에 어렵지만 그럼에도 열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부스가 문예회관으로 바뀐 점에 대해서 신선하게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예술단체들이 너무 많아서 문예회관들이 이 모든 예술단체를 수용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존재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예술단체들이 자신들의 창작물을 선보일 수 이런 페스티벌의 장이 서울에도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남 대표는 “제주라는 공간이 참가자들에게 휴식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찾아와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적 여유가 좀 부족한 편이다”라며 “생동감의 경우 이번 하반기에 공연도 하고 있어서,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촉박한 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교류협력네트워킹
▲교류협력네트워킹 현장 (사진=한문연 제공)

아트마켓 이외 부대행사 고민 필요

이번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서 22일에는 예술단체 레퍼토리 피칭이 진행됐고, 23일과 24일에는 코카카 교류협력 네트워킹 섹션이 마련됐다. 최성근 뮤지컬 팝스 오케스트라 대표는 지난 13년 간 페스티벌에 참여해오며, 올해와 같은 레퍼토리 피칭의 자리는 새롭게 느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5,6년 전에는 복도에 예술 단체들이 서서 부스도 없이 피칭을 했던 적이 있다”라며 “준비된 자료도 없이 그냥 홍보를 해야 하는 상황에 많이 당황했었고, 그에 비하면 오늘같은 자리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밝혔다. 하지만, 7~8분 안에 예술단체들이 사활을 걸고 피칭을 하는 점을 문예회관 관계자들이 알아주길 바란다는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2019년 행사에 비해 쇼케이스 운영방식은 훨씬 나아졌다는 평이 이어졌다. 남정숙 문화기획자는 “지난 페스티벌에서 쇼케이스는 공연시간이 너무 짧았고, 관람자들의 집중하지 못하는 태도도 쉽게 보였다”라며 “하지만, 올해의 경우 예술단체 별 공연시간도 충분했고 심사제도를 시행하면서 관람자들이 집중하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라고 말했다. 쇼케이스는 각 예술단체마다 4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 시간은 예술 단체 대표의 레퍼토리 소개, 공연, 질의 응답 시간으로 구성됐다. 질의 응답 시간에는 예술단체가 가지고 있는 레퍼토리의 다양성, 공연 시간 등에 대한 실질적인 무대 준비에 대한 질문들이 오갔다. 단체별로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 원만한 쇼케이스 진행이 돋보였다.

▲쇼케이스에서 사용한 심사표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쇼케이스에서 사용한 심사표 (사진=서울문화투데이)

23일, 24일에 걸쳐 이뤄진 코카카 교류협력 네트워킹은 예술경영, 기획·제작, 메세나, 국제교류, 예술정책 분야의 최근 이슈를 다루는 자리로 진행됐다. 예술경영 분야에선 지속가능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최근 떠오르고 있는 ‘환경’이슈를 논의하는 장이 펼쳐졌다. 거시적 차원에서 문화예술, 문예회관이 나아가야 할 지점을 짚었다는 지점에서는 가치가 있었다. 다만, 문예회관과 예술단체 간의 면밀한 네트워킹을 위한 장으로 적합했는지는 의문이 든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자유토론의 장이 형성되기보다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의 의견 제시로만 자리가 마무리 돼 진정한 네트워킹을 찾기 어려웠다는 평도 존재했다.

최성근 뮤지컬 팝스오케스트라 대표는 코카카 교류협력 네트워킹의 장이 예술단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에 배치돼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는 입장을 표했다. 토론회가 열리는 공간에는 한정된 인원만 들어갈 수 있어서 토론장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예술단체인들도 있었고, 토론회 주제 역시 현장과는 동떨어진 너무 거시적 차원의 논의였다는 것이 아쉬웠다는 것이다.

그는 “페스티벌 둘째 날 오전은 예술단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일 수 있는데, 이 시간에 문예회관과 많이 교류하지 못하고 토론회장으로 들어가기도 어려워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그 시간동안 토론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들이 아트마켓 공간으로 와서 서로서로 인사를 나눌 수 있어 그나마 아쉬움이 해소됐다”라고 말했다. 문예회관과 예술단체 간의 교류를 위한 페스티벌인만큼 좀 더 현장에 특화된 부대행사를 고민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다.

▲교류협력네트워킹 현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2019년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발전방향성을 논하는 공청회 자리에서 이승정 코카카 회장의 ‘바이어’ 발언이 공청회 참석자에게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참석자는 “문예회관은 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져서 국민이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라고 역설했고, 이에 이 회장은 “문예회관이 지자체 예산이나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이어의 역할’을 한 것이라는 의미였다”라고 해명했다.

지난 몇 년간 문예회관은 제주해비치페스티벌에 ‘바이어 역할’이 아닌, ‘바이어’로 참여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혁신을 얘기한 시점에서 문예회관과 예술단체들은 아트마켓에 동등하게 함께 설 수 있었다. 변화의 시작이 보인 지점이라 생각된다. 코로나로 끊겼다가 다시 이어진 문화예술계의 다리가 한 쪽 방향으로 기울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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