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프리뷰] 살바도르 달리 원화展, 회화ㆍ설치작 등.. 최고 소장처 3곳서 작품 공수
[현장프리뷰] 살바도르 달리 원화展, 회화ㆍ설치작 등.. 최고 소장처 3곳서 작품 공수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2.02 0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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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 Imagination & Reality》展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년 3월 20일까지
세계 3대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 협업 기획전
회화 및 삽화, 설치작품, 영상 등 140여 점 공개
이그나시오 스페인 대사 “이번 전시 큰 성공 확신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20세기 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원화가 한국을 찾았다. 해외로 떠나는 길이 꽉 닫힌 코로나 시국에 경험해볼 수 있는 스페인의 정취가 담긴 전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 전시관에서 내년 3월 20일까지 개최되는 전시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 Imagination & Reality》는 살바도르 달리재단과 ㈜GNC 미디어, DDP가 주최한다.

▲<갈라의 발 (입체적 작품) Gala's Foot. Stereoscopic Work>, c. 1974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이번 전시는 살바도르 달리 재단과의 7년 여 간의 공식 협업을 통해 기획됐다. 티켓은 성인 20,000원, 청소년(만 13-18세)은 15,000원이며, 어린이(만 7-12세)는 13,000원이다. 전시는 스페인 피게레스에 위치한 달리 미술관(Dali Theatre-Museum)을 중심으로 미국 플로리다의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Salvador Dali Museum)과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ia)의 컬렉션으로 구성됐다. 달리 전 생애에 걸친 회화 및 삽화, 설치작품, 영상, 상업광고 등의 140여 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살바도르 달리의 원화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26일에는 전시개막에 앞서 프리뷰가 열렸다. 살바도르 달리 재단 대표이사 후안 마누엘 세비야노(Juan Manuel Sevillano), 피게레스 달리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마리아 까르메 루이즈 곤잘레스(Maria Carmen Ruiz Gonzalez), 미국 플로리다 달리 미술관 보드멤버 이사장 캐런 랭 존스톤(Karen Lang Johnston)이 직접 전시장을 방문해 투어를 진행했고, 이어서 사전 취합된 질문을 기반으로 한 질의 응답 시간이 마련됐다. 현장에서는 전시장을 방문한 후안 이그나시오 모로 비야시안((Juan Ignacio MORRO Villacian) 주한 스페인 대사가 즉석에서 참석해 자리를 함께 빛냈다.

전시장 투어는 자유 관람으로 이뤄졌으며, 취재진과 함께 인플루언서들로 함께 전시를 관람했다. 현장 요원이 배치 돼 있었지만, 주최 측 지인 및 인플루언서들이 함께 혼재돼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로 프리뷰가 운영됐다. 총 9개로 구성된 섹션을 20분 내에 투어 해야 했고, 어수선한 상태에서 작품 관람이 진행됐다.

▲전시장 투어를 하는 내빈들 (사진=지앤씨 미디어 제공)
▲전시장 투어를 하는 내빈들 (사진=지앤씨 미디어 제공)

연대기적 구성으로 살펴보는 작품 140여점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 Imagination & Reality》전은 국내에서 처음 개최되는 달리의 원화전인 만큼 전시구성과 기획에 많은 힘을 쏟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전시는 9개 섹션으로 구성돼 ‘섹션1. 천재의 탄생’, ‘섹션 2. 초현실주의: 손으로 그린 꿈속의 사진들’, ‘섹션3. 미국: 새로운 기회와 자유’, ‘섹션4. 그래픽 아티스트, 이상한 나라에서 온 돈키호테처럼’, ‘섹션5. 나의 영원한 왕국, 포트이가트’, ‘섹션6. 시각적 환상에 대한 탐구’, ‘섹션7. 영원불멸한 거장들의 천국’, ‘섹션8. 달리의 꿈속으로 떠나는 여정’, ‘섹션9. 메이 웨스트 룸’으로 꾸려졌다. 각 공간마다 전시장 벽면의 색을 달리하고 관람 동선을 흔들어놔 “나는 미치지 않았다. 단지 평범하지 않을 뿐이다.”라는 말을 남긴 살바도르 달리의 내면을 경험해볼 수 있는 듯했다.

전시 기획에 참여한 마리아 까르메 루이즈 곤잘레스 수석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 달리가 가지고 있었던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마리아 까르메 루이즈 곤잘레스 수석 큐레이터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인 만큼 달리의 회고전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 회화를 넘어서서 삽화, 영상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달리의 다양한 커리어를 선보이고자 했다. 달리의 최고 소장처 세 곳과 협업한 전시이기에 달리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수월하게 선정할 수 있었다”라며 기획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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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 Napoleon's Nose, Transformed into a Pregnant Woman, Strolling His Shadow with Melancholia amongst Original Ruins>, 1945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실제로 전시장은 ‘천재의 탄생’이라는 섹션으로 시작해 달리의 유년부터 그의 성장, 사랑, 작품적 고민을 연대기적으로 담아냈다. 시대별로 그가 주목했던 이미지와 인물, 사상들을 자연스럽게 읽어볼 수 있는 구성이다. 첫 번째 섹션은 어렸을 적부터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정신적 상처를 갖고 있었던 달리의 내면을 고찰해볼 수 있게 한다. 또한, 그의 뮤즈이자 동반자였던 갈라와의 시간과 갈라가 달리를 떠나있었던 시간도 경험해볼 수 있는 영상과 사진 전시도 주목할 만하다.

이어진 ‘섹션 2. 현실주의: 손으로 그린 꿈속의 사진들’에서는 마치 사막 한 가운데 서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공간 구성 안에서 관람객을 등지고 사막 안에 앉아있는 소녀가 담긴 <슈가 스핑크스>라는 작품을 볼 수 있다. 현실과 꿈속의 경계를 넘어서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이어진 공간에선 달리가 주목했던 소재들을 소개하는 챕터가 펼쳐진다. 개미, 목발, 녹아내리는 시계, 줄넘기하는 여자, 신발, 사이프러스 나무 등 달리를 떠올리면 바로 연상되는 이미지들의 해석을 살펴볼 수 있다. 소재에 대한 이해 이후 바라보게 되는 작품에선, 숨겨진 서사를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두 번째 섹션 '슈가스핑크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두 번째 섹션 '슈가스핑크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이번 전시에선 달리와 루이스 부뉴엘이 공동 제작한 최초의 초현실주의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도 볼 수 있다. 달리와 부뉴엘의 꿈으로부터 발상이 시작된 이 영화는 관람객이 서사의 단서를 얻을 수 없는 장면의 연속으로 이뤄져있다. 당시 지적 유희가 팽배해 있던 프랑스 예술계에 던진 전위적 태도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달리의 초기작과 영화 작품 이후에는 뉴욕 망명 시기의 작품,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약했을 당시 작업한 삽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우리에게도 유명한 <셰익스피어>, <라만차의 돈키호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을 달리의 삽화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평범하지 않은 육체를 가진 이들이 아주 정교하게 표현된 작품들을 보면, 달리가 추구하고자한 가치를 느껴볼 수 있다. 특히 <라만차의 돈키호테> 삽화 작업 시 달리는 물감을 묻힌 달팽이, 물감을 넣은 공기총 등을 사용한 작법을 시도했다. 이점은 달리와 돈티호테를 가로지르는 자유분방함을 읽어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실감형 멀티미디어 콘텐츠 영상, 다채로운 감각 제안

전시 후반에 선보이는 ‘섹션8. 달리의 꿈속으로 떠나는 여정’은 달리의 작품을 토대로 한 실감형 멀티미디어 콘텐츠 <달리의 꿈 Dreams of Dali>를 선보이는 공간이다. 달리가 직접 꿈 속에서 걸었을 여정을 관람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특별한 도구 없이 한 공간 안에 들어서기만 해도 탑을 오르고, 하늘을 가로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콘텐츠의 효과는 관람객이 전시를 보다 다채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플로리다 달리 미술관 보드멤버 이사장 캐런 랭 존스톤은 질의 응답 시간에 직접 연습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하며 이번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이사장은 영상과 다양한 공간 구성으로 꾸며진 이번 전시에 남다른 호감을 드러냈다.

▲내빈들이 질의응답에 참석하고 있다 (좌측 부터) 피게레스 달리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마리아 까르메 루이즈 곤잘레스, 미국 플로리다 달리 미술관 보드멤버 이사장 캐런 랭 존스톤, 살바도르 달리 재단 대표이사 후안 마누엘 세비야노, 후안 이그나시오 모로 비야시안 주한 스페인 대사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캐런 랭 존스톤 이사장은 “미국 달리 미술관에 있던 <슈가스핑크스>보다 이번 전시장에 있는 <슈가스핑크스>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해가 뜨는 것처럼 느껴져, 전시관계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다”라며 “달리가 가진 다양한 매력을 전달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전시에서 영상과 회화를 함께 공개하는 걸 보면서 정말 즐거웠다. 이번 전시는 달리가 살아있었다면, 실제로 했을 법한 전시의 형태를 갖고 있는 듯 하다”라는 찬사를 전했다.

이번 달리전의 큰 성공을 확신한다고 강조한 후안 이그나시오 모로 비야시안 주한 스페인 대사는 “40,50년을 앞서 살아가며 진보적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상식을 깨부순 스페인 거장 달리 전시를 진행하게 돼 영광”이라며 “최근 세계 속에서 크게 진보하고 도약하고 있는 한국에서 달리 작품을 선보인다는 건, 좋은 조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스페인을 직접 찾아, 달리가 바라봤던 풍경을 직접 경험해달라며 간담회 자리를 즐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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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조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 The Warrior or ‘Los Embozados’. Lorenzo de' Medici after the Tomb of Lorenzo de' Medici by Michelangelo>, c.. 1982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산만한 전시구성 아쉬움, 세기의 거장이 전하는 독특한 시각

이번 달리전은 달리가 가진 다채로운 커리어와 그의 무궁무진한 색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선보이고 그가 추구한 다양한 기법들을 담은 작품을 공개한다. 하지만, 힘이 너무 과하면 되레 너무 둔탁해지기도 한다. 아름다운 전시장 속 눈을 즐겁게 하는 색감과 영상‧포토존이 돋보였지만, 달리 원화가 뿜는 감정을 누르는 구성이었다는 느낌도 자아낸다. 다소 산만한 전시 동선이 작품 감상을 산만하게 하기도 한다.

달리의 작품은 너무나도 정교해, 회화 안 구석구석을 살펴볼수록 새로운 서사가 숨겨져 있다. 특히 수학, 과학이론들을 그림에 적용시켜 착시 시험에 몰두했을 당시의 작품은 파고들어갈 수 있는 층위가 두텁다. 달리는 항상 열려있는 태도와 새로운 시도를 상상하며 세계를 바라봤다.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요즘 시기, 세기의 거장이 가진 독특한 시각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