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복 초대전, 《칠漆을 열다》
정광복 초대전, 《칠漆을 열다》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2.0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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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화랑, 오는 10일부터 25일까지
옻칠화가 전하는 시간과 정신의 깊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전통 옻칠 기법을 엄격하게 고수하며, 옻칠화의 현대적 표현 가능성을 탐구한 작가의 시간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테오화랑에서 오는 10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정광복 작가 초대전 《칠漆을 열다》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광복 작가의 신작 ‘가구의 초상’ 연작 6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작의 옻칠화를 선보인다.

▲정광복, 가구의 초상, 나무, 옻칠, 은박, 계란껍질 등, 90x60cm, 2021.(사진=테오화랑 제공)
▲정광복, 가구의 초상, 나무, 옻칠, 은박, 계란껍질 등, 90x60cm, 2021.(사진=테오화랑 제공)

정 작가는 10여 년의 작가 활동 기간 동안 옻칠화에서 구현 가능한 전통성과 현대성을 변주하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조형 원리를 열어왔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이후 옻칠예술을 전공하며, 옻칠화를 접하게 됐다고 한다. 국내에서 옻칠화는 대게 공예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 작가는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옻칠화를 접하면서 옻칠화의 현대적 표현 가능성을 연구하게 됐다. 대중에게 옻칠화를 소개하고자 활동을 시작한 정 작가는 점점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추구하고, 구체성이 있는 작품에서 추상적인 작품으로 나아가게 됐다.

그의 회화적 추구는 창, 문, 하늘, 가구 등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이러한 소재들은 작가 고유의 원형 파형과 함께 맞물려 추상적, 구상적 이미지로 구성돼 그의 작품 세계 속에 나타난다. 오세권 미술평론가는 정 작가의 최근작에서 문(門)을 연상하게 하는 사각 프레임들이 등장하고 사각형태와 함께 다양한 색상과 여백의 공간을 구성하는 경향이 드러나고 있다고 평했다. 특히 옻칠화의 여러 가지 기법들을 이용하면서 색. 면을 나타내는 실험적인 화면을 나타내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정 작가가 구현하는 옻칠화에는 ‘깊음’이 존재한다. 옻칠화 작업 과정에 섬세한 이해가 없어도 관객들은 정 작가가 열어놓은 문을 통해 전통과 현대 사이 시간과 공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오롯이 옻칠화를 통해서만 발현되는 색과 빛의 깊음, 시간의 깊음은 곧 세계에 내재한 정신의 깊음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