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 《공간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광화문》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공간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광화문》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2.2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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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31일까지
국가에서 국민의 품으로 간 광화문의 시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 근·현대사 굴곡의 순간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광화문’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남희숙)에서 개최되는 《공간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광화문》 특별전이다. 지난 17일 개막해 내년 3월 3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등 3개 기관이 마련한 광화문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탐색하는 협력전시 “광화문 600년 : 세 가지 이야기”중 세 번째 전시다.

▲복원된 광화문 정문과 중앙청, 그리고 세종로의 모습
▲복원된 광화문 정문과 중앙청, 그리고 세종로의 모습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광화문은 대한민국 정치․행정․외교의 중심이었고, 굵직한 현대사 현장의 무대였다. 또한, 정치적 역할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활동이 펼쳐진 공간이기도 했다. 이번 특별전은 광화문이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현장이었음을 재발견하고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광화문 공간의 미래를 전망한다.

전시는 광화문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며, 광화문 변천사를 소개하는 3개의 영상과 4개의 주제 전시로 구성됐다. 1부 ‘다시 찾은 광화문’에서는 광복 이후 광화문 거리가 한국 현대사 출발의 중심이었음을 설명하고 2부 ‘광화문 거리 개발과 건설’에서는 광화문 공간이 경제개발을 위한 정치ㆍ행정 중심기관 건설과 함께 국가행사의 중심 무대가 돼 현대적 기반 시설을 갖춰간 과정을 선보인다.

3부 ‘광화문 거리의 현대적 재구성’에서는 남북 간 체제 경쟁과 강남개발, 도심재개발, 1980년대 올림픽 유치 속 진행된 광화문 공간의 현대적 건설을 설명하고, 4부‘광화문 공간의 전환’에서는 광화문 거리의 역사적 상징화 작업과 2000년대부터 광화문 공간의 주체가 국가에서 시민으로 변화한 과정을 소개한다.

▲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위대의 광화문 진입을 막아선 장갑차들과 군인들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위대의 광화문 진입을 막아선 장갑차들과 군인들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광화문 공간을 선보이는 전시는 필연적으로 우리 현대사와 관련된 다양한 역사 이야기를 언급하게 된다. 전시는 공간에 대한 설명과 함께 광화문에 고여있던 한국의 시간을 풀었다. 강남개발 및 서울올림픽 유치와 함께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계획했던 정부 독려에 따라 교보빌딩(1981년 준공)과 국제통신센터(현 KT 광화문 지사)가 준공된(1984년) 일화와 문민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사업으로 중앙청이라 불리던 구 조선총독부 청사가 1995년 광복절에 철거된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한, 1964년 세종로 중앙에 애국선현 동상이 37개가 설치됐으나 내구성이 약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여론에 밀려 1966년에 철거된 역사와 이순신 장군 동상이 광화문 광장에 자리하게 된 일화도 함께 소개된다. 1968년 4월 17일에 세종로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세워지는데, 이는 풍수지리학자의 주장 때문이었다. 그는 종로와 태평로가 뚫려있어 남쪽의 일본의 기운이 강하게 들어오기에, 일본이 가장 무서워하는 인물인 이순신 장군을 동상의 대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애국선현 동상 철거 후 동상 인물 지정 논의에서 이 주장이 받아들여 졌다.

▲중앙청으로 행진하는 시위대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마지막으로, 4·19혁명 이래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현장으로 등장한 광화문이 대중이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광장의 기능으로 나아간 시간을 기록한다. 1960년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의 중심 무대가 된 광화문 공간은 1965년 한일회담 비준반대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 2000년대 촛불 집회 등 민주주의의 상징적 장소로 대한민국 시민의 정치적 집단 열망이 표출되는 대표적 장소가 됐다. 새로운 모습의 광화문 광장의 탄생이 준비되고 있는 시기에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사를 다시 한 번 짚고 공동의 기억을 더듬어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