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중박 《漆, 아시아를 칠하다》展, 한ㆍ중ㆍ일 칠공예 선봬
국중박 《漆, 아시아를 칠하다》展, 한ㆍ중ㆍ일 칠공예 선봬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2.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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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시실, 내년 3월 20일까지
4부 구성으로 옻칠 시작ㆍ변화ㆍ다양성 전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아시아 각지에서 발전한 칠공예 문화를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개최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이 지난 21일부터 내년 3월 20일까지 특별전시실에서 아시아의 옻칠과 칠공예 문화를 보여주는 특별전 《漆, 아시아를 칠하다》를 개최한다.

▲나전 대모 칠 국화 넝쿨무늬 합, 고려 12세기, 높이 3.2cm, 너비 10.0cm, 국립중앙박물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나전 대모 칠 국화 넝쿨무늬 합, 고려 12세기, 높이 3.2cm, 너비 10.0cm, 국립중앙박물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는 아시아 각지의 칠공예 기법을 살펴볼 수 있는 263점의 칠기를 선보인다. 옻나무의 수액인 옻칠은 예로부터 아시아 각지에서 사용해 온 천연도료로서 방수·방충 등 물건의 내구성을 높이고, 광택을 더하여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옻칠은 옻나무가 자생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요한 공예품 제작 기술 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전시는 1부 ‘칠기를 만나다’, 2부 ‘칠기를 꾸미다’, 3부 ‘개성이 드러나다’, 4부 ‘경계를 넘어서다’로 총 4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1부 ‘칠기를 만나다’에선 칠기와 옻칠이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도자기, 금속기와 같은 동시대 공예품을 선보이며 칠기의 발전과정을 설명한다. 2부 ‘칠기를 꾸미다’에선 칠기의 기본 장식 기법 세 가지를 소개한다. 정제한 옻칠은 원래 색이 없는 도료로서 나무로 된 기물 위에 바르면 갈색빛이 난다. 그러나 옛 사람들은 옻칠에 산화철이나 진사 등을 섞어 검은색과 붉은색을 만들어 발라 색을 더했고, 이러한 색채 대비를 이용해 다양한 그림과 무늬를 그려 장식했다. 이러한 기법을 잘 보여주는 우리나라 창원 다호리 유적 출토 칠기의 검은색과 중국 한나라 칠기의 다양한 무늬를 선보인다.

‘칠 마키에 벼루상자’, 일본 에도시대 19세기, 높이 4.5cm, 폭 24.2×26.4cm, 국립중앙박물관
▲칠 마키에 벼루상자, 일본 에도시대 19세기, 높이 4.5cm, 폭 24.2×26.4cm, 국립중앙박물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3부 ‘개성이 드러나다’에서는 아시아 각 지역별로 발전한 칠공예의 종류를 알아본다. 한국에서는 나전칠기, 중국에서는 여러 겹의 옻칠로 쌓인 칠 층을 조각해 무늬를 표현하는 조칠기(彫漆器), 일본에서는 옻칠 위에 금가루를 뿌려 표현하는 마키에[蒔繪]칠기가 주로 제작됐다. 특히 지난 2020년 일본에서 구입한 〈나전 칠 대모 국화 넝쿨무늬합〉을 최초로 선보이며, 내에서는 보기 힘든 중국 상하이박물관 소장 중국 조칠기 삼십 여 점도 전시한다.

4부 ‘경계를 넘어서다’에서는 지역과 계층을 넘어선 칠기의 변화를 살펴본다. 우리나라 조선 후기에 이르면 사용 계층이 확대되고 길상무늬가 많아지며 일상생활용품까지 나전칠기로 제작된다. 국가의 경계도 넘어서는 나전칠기의 변화도 있었다. 일본과 중국에서 제작된 칠기는 17세기 이후 유럽으로 수출되며‘남만칠기(南蠻漆器)’등 새로운 모습의 수출용 칠기를 탄생시켰다. 동남아시아의 미얀마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칠기가 대표 관광 상품으로 제작돼 전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조칠 책모양 합’, 중국 청(淸) 18세기, 높이 22.9cm, 폭 31.5×31.1cm, 상하이박물관
▲조칠 책모양 합, 중국 청(淸) 18세기, 높이 22.9cm, 폭 31.5×31.1cm, 상하이박물관(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전시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오늘날의 옻칠, 그 물성과 예술성”이라는 제목의 현대 옻칠 작품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옻칠이 가진 도료 및 장식 재료로서의 물성, 칠공예의 역사와 예술성에 대해 오늘날의 시각과 관점으로 생각해보며 전시를 되돌아볼 수 있다.

전시는 아시아문화권에서 오랜 시간 전승돼 온 칠공예 문화를 살펴본다. 칠공예는 시간의 예술이라고 불린다. 옻나무에서 옻칠을 채취하고 정제해 도료로 만드는 데는 수개월이 소요되고 물건에 옻칠을 하는 것은 칠과 건조를 반복하는 작업이다. 옻칠 작품 하나에는 오랜 시간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는 칠공예 작품 하나에 담긴 물리적 시간과 역사의 시간을 모두 느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