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미술관, 어윈 올라프의 110여 점 작품 선봬
수원시립미술관, 어윈 올라프의 110여 점 작품 선봬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1.12.3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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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순간-불완전한 세계》, 오는 3월 20일까지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 기념 협력 전시
특별섹션, 올라프 작품-네덜란드 명작 회화 동시 전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을 맞아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의 국내 최대 전시가 열린다. 수원시립미술관(관장 김진엽)은 《어윈 올라프: 완전한 순간-불완전한 세계》를 내년 3월 20일(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전시는 수원시립미술관과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의 협력으로 진행된다.

▲어윈 올라프,만우절 오전9시45분, April Fool,945AM(2020)크로모제닉 프린트, 60X90cm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어윈 올라프,만우절 오전9시45분, April Fool,945AM(2020)크로모제닉 프린트, 60X90cm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작가의 40여 년간의 작품 활동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인 라익스뮤지엄(Rijksmuseum)에서 지난 2019년에 진행했던 <12인의 거장과 어윈 올라프 전> 작품을 포함 총 11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어윈 올라프(Erwin Olaf)(b.1959~)는 사회구조나 문제를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담아낸 사진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의 사진은 동시대 논쟁적이고 첨예한 이슈를 매혹적인 이미지로 표현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과정에 대해 “나는 작품의 심미적 측면에서 관람객을 매혹하는 것을 좋아한다. 관람객이 여기에 걸려들어 그 매력에 빠져들면, 그때 작품의 진짜 메시지로 그들을 단번에 사로잡아버리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2011년에는 네덜란드 정부에서 수여하는 예술상인 요하네스 베르메르 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전시 제목 《완전한 순간-불완전한 세계》는 급변하는 시대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정교한 스튜디오 연출과 실외 촬영으로 포착해 내는 작가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 형식에서 시작됐다. 최근에는 작가가 직접 사진의 피사체로 등장해 코로나19로 혼란에 빠진 전 세계인의 심경을 대변하기도 했다. 어윈 올라프의 사진은 매우 정적인 완벽한 순간으로 포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능한 모든 것을 하나의 이미지로 전달하기 위한 그의 치열한 고민이 숨어있다.

▲2부 도시판타지 사이 전시실, 팜스프링스 시리즈 전경 Palm Springs(2018)Series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
▲2부 도시판타지 사이 전시실, 팜스프링스 시리즈 전경 Palm Springs(2018)Series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

1부 ‘서사적 연출’에선 철저한 배경 연출을 통해 인간의 극적인 감정을 서사적으로 연출하는 어윈 올라프의 작품을 선보인다. 인간 존재의 연약함은 그의 작품에서 흔히 사용되는 주제다. 2000년대 이후 그는 <비 Rain>(2004), 짜증나는 Annoyed>(2005), <희망 Hope>(2005) 그리고 <비탄 Grief>(2007)에서 매혹적인 이미지로 포장된 인물들의 순간과 상황을 포착하여 인간 내면의 감정과 정서를 작품에 담아냈다. 최근작 <만우절 April Fool>(2020)은 코로나라는 복합적인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인간의 나약함을 암시한다. 작가는 팬데믹이 모두를 마비시켰던 비현실적 상황에서 자신의 모습을 마치 끝을 전혀 알 수 없는 이상한 영화에 출연한 하찮은 엑스트라처럼 느꼈다고 한다.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모든 것이 항상 제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진은 현실을 대변하는 이미지이기에 이 작품들은 ‘진짜 세계’라는 착각을 한층 더 강화한다.

2부 ‘도시:판타지 사이’에선 현실과 예술적 허구 사이의 경계는 더욱 느슨해지는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2010년대부터 어윈 올라프는 실제 존재하는 도시를 배경으로 연작들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작가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들고, 현실을 기록하는 사진의 전통적인 속성에서 탈피해 변하는 도시가 만들어내는 환상에 대한 허구성을 폭로하는 서사성을 사진에 부여한다. 이 섹션에선 작가의 작품 변화 양상을 엿볼 수 있다.

▲어윈 올라프,베를린 초상화1, Berlin_Porrait 1(2012)크로모제닉 프린트 120X90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어윈 올라프,베를린 초상화1, Berlin_Porrait 1(2012)크로모제닉 프린트 120X90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

3부 ‘고전:현대적 초월’에선 어윈 올라프는 작품 활동 초기부터 지금까지 사진뿐만 아니라 회화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3부 섹션에선 특히 고전 회화와 시가 가지고 있는 운율과 심상이 빚어내는 순간을 이미지로 담아낸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사진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세계로 창조해내는 탁월한 작가의 현대적 해석을 엿볼 수 있다.

특별 섹션에선 2019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인 라익스 뮤지엄에서 개최됐던《12인의 거장과 어윈 올라프》전시를 소개한다. 어릴 때부터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회화를 감상하며 풍부한 영감 얻은 올라프는 2018년 이 미술관에 사진․영상 작품 500점을 기증했다.

이번 전시에선 올라프가 미술관에 기증한 진 작품 중 12점을 네덜란드 거장들(렘브란트 반 레인(Rembrandt van Rijn)과 한스 볼론기르(Hans Bollongier))등의 명작 회화 작품과 나란히 전시해 사진작가와 화가가 공통적으로 고민하는“생각이나 감정의 상태를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모든 예술가는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같은 ‘구성요소’(표정, 자세, 명암, 색채, 다양한 질감과 재료, 평면 위 공간)를 가지고 작업하기 때문에 작가는 그 당시 네덜란드 거장이 고민했을 부분을 함께 ‘소통’하며 이를 사진과 영상 등 현대적인 매체에 담아내는 작품을 만들어 왔다.

전시홀에는 전시 영상 1편과, 작품 메이킹 영상 4편이 상영되는 미디어 룸이 있어 관람객들이 작가와 전시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어윈올라프,희망 5 Hope5 (2005) 크로모제닉 프린트_95X95cm,암스테르담국립미술관소장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어윈올라프,희망 5 Hope5 (2005) 크로모제닉 프린트_95X95cm,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소장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시대의 담론을 담는 작업을 지속해 온 작가 어윈 올라프의 대표작을 통해 그가 평생에 걸쳐 추구해 온 완전한 순간과 불완전한 세계가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전시 관람 예약을 포함한 자세한 정보는 수원시립미술관 누리집(http://suma.suwon.g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