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문예회관 선진화 위한 ‘공공극장의 제작 극장화와 청년예술가 포럼’ 개최
[지상중계]문예회관 선진화 위한 ‘공공극장의 제작 극장화와 청년예술가 포럼’ 개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1.10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예회관의 현황과 향후 과제 논의
지역공연장 운영 활성화 및 제작 극장화 방안 제시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2020년 기준 전국에 있는 문예회관은 총 256개로 전국 226개 시군구에 적어도 1개 이상의 문예회관이 있다. 언뜻 보면 문화예술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운영 현황은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뉴욕 링컨센터,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 등 세계 유수의 극장들은 극장 자체만으로 많은 관람객을 끌어 모으며 오랜 시간동안 극장 별 레퍼토리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문예회관들은 대규모 시설 등 나름 잘 갖춰진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공연장과 작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결과 문예회관이 공연을 위한 예술시설이 아닌 다목적으로 활용되는 행사시설에 그치고 있다.

▲「공공극장의 제작극장화와 청년예술가 포럼」 현장 사진(제공=예술인연대)

현재 우리나라의 공연예술문화는 경제적, 환경적인 위기와 더불어 공연장이나 문예회관 등의 운영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새로운 모색을 필요로 한다. 이에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공공극장의 제작극장화와 청년예술가 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문화강국위원회와 예술인연대가 주관하고, 국회의원 도종환ㆍ이병훈ㆍ김승원ㆍ유정주가 공동주최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ㆍ국립오페라단ㆍ(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후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전국에 산재한 255개의 문예회관 운영 문제는 날로 침체하고 있는 공연예술계를 살려내기 위해 혁신돼야 할 대표 시설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관사업 중심의 공간 운영과 특정 단체에 대한 특혜, 예술인 이용에 대한 권리제한, 운영정보의 비공개 등 부실한 운영이 매우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문예회관을 제작극장으로 전환함으로써 수많은 공연예술인이 새로운 창작의 기회를 갖게 되며, 운영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천편일률적인 공연 ‘퍼나르기’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다. 문예회관은 예술인으로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절박한 생존의 공간”이라고 전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단순히 문예회관 수를 확대하는 것으로는 지속적인 지역예술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문예회관 수 증가율에 비해 관객 수는 현저히 떨어져, 지역 예술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현실과 동떨어진 문화예술 정책의 방향성ㆍ지역의 한계성에 갇혀 지역민과 예술인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문예회관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지난 6월 예술인단체와의 간담회에서 나왔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작극장화’ 이슈에 대해 언급하며 “전국 75개 문예회관의 제작극장화와 180개 극장의 순회극장화를 이뤄낸다면, 1면명의 전문가 영입을 통해 우리의 제작 역량은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문화예술정책 수립에서 ‘현장예술’과 ‘예술당사자성’이 빠진다면, 그 정책은 예술인들에게 필연적으로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책입안과정에서 ‘현장예술’과 ‘예술당사자성’이 폭넓게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공공극장의 제작극장화와 청년예술가 포럼」의 발제는 예술인연대 박준석 고문과 과천문화재단 박성택 대표가 맡았다. 

<문화예술회관의 제작극장화>에 대해 발제한 박준석 고문은 ‘문화’와 ‘예술’을 구분 지을 것을 강조했다. 그는 “문화는 예술을 향유자 입장에서 바라볼 때의 이름이다. 곧 예술을 즐기는 것이 문화”라며 “문화와 예술에 대해 고찰을 하기보다는 문화예술을 붙여 대충 규정한 결과는 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한 극장예술정책에서 참담하게 드러난다”라고 지적했다. 

예술정책은 예술가와 예술적 성과물에 대한 정책이며, 문화정책은 예술가의 예술을 시민과 국민들이 향유하는 부분에 대한 정책이라는 것이 그의 정리다. 공연예술의 핵심인 예술극장이 문화시설로 정의되고 공연법에서는 공연장 시설로 정의되면서 예술가들의 참여가 근본적으로 막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법인 문화예술진흥법과 공연법은 예술가들에게서 예술극장을 빼앗아 문화시설로 규정해버렸다. 예술가는 관객을 만나기 위해 시설관리자들의 시설을 대관하거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예술극장이 문화시설로 둔갑하게 된 결과 대한민국의 공연예술가들은 직업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박 고문은 “문화예술진흥법은 예술을 빙자했으나 예술이 아닌 문화시설설치와 운영을 위한 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 유명 연주자들을 초청해 공연을 올리는 기획사들은 예술의전당을 대관해 공연한 후 지방 문예회관에 공연장을 대관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로 이해 지방의 예술가들은 벼랑으로 몰리고, 문화는 점점 획일화 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금 현장의 예술가들은 국가로부터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았다는 자괴감이 팽배해 있다. 현재 정치의 시절 예술정책을 말하는 곳은 없고 문화를 내세우지 않는 후보가 없다. 이 괴리가 예술가들의 자괴감을 자극하고 있다”라며 “문화강국을 위해 예술정책으로서 제작극장화 정책이 실현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과천문화재단 박성택 대표

이어 과천문화재단 박성택 대표이사는 <문화예술회관의 선진화를 위한 선결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문예회관의 선진화를 위해 후진적인 문제를 찾는 방식을 택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올라선 현재, 공연예술 예산이 1조 9천억 원에 이르는 현재까지도 문화예술회관은 절대 다수의 예술인과 국민들로부터 예술문화의 현장으로 온전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1990년대 시작된 문예회관의 건립은 2000년대 접어들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이 과정에서 지자체들은 지역의 예술문화 환경, 재정능력, 행정기관의 역할 등은 고려하지 않고 규모의 과시, 외형적 성과 등에 매몰돼 문예회관을 경쟁적으로 건립했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전국의 문예회관들은 규모의 과잉(인구와 예술소비량에 비해 부적절), 스펙의 과잉(허구적 목표와 정책에서 기인한 대형 다목적홀 일색) 등의 문제점들을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규모 면에서는 크고 화려한 기념비적 건축물을 추구했는데 이 부분은 결국 문예회관을 값싸고 넓은 부지의 시 외곽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낳았고, 시민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렸다. 또한, 지역 예술의 공급ㆍ수요적 특성을 무시한 채 서울의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을 시설의 표본으로 삼은 점 또한 문제를 야기했다. 박성택 대표는 “다목적홀이 전국 문예회관의 시설 표준이 되면서 우리나라 공연장 문화의 발전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쳤다”라며 “다목적 공연장은 어느 장르에도 최적화되지 못하는 후진국형 공연장인데 한국에서는 좋은 형태의 공연장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이런 점에 대해 예술계가 지금까지 진지하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며 아쉽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문예회관의 건립자가 당연히 해야 할 임무 즉 건립할 문예회관에서 어떤 예술주체가 무슨 활동과 사업을 어느 규모로 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는데 공연장 건립부터 서두르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공연장의 시설기준과 설비를 오페라, 대형 뮤지컬 공연 등에 맞춰 다목적 시설로 설계ㆍ시공하면서 정작 오페라와 뮤지컬 제작에 따른 사전 인력ㆍ재정 계획은 전혀 없다”라며 “이에 지역의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오페라, 발레, 뮤지컬을 자체 제작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런 장르의 대관 공연이 빈번한 것도 아니다. 지역의 빈약한 시장성 때문에 그마저도 1년에 며칠 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어 말했다. 공연장의 현실성 있는 사업계획과 재정계획을 마련해 놓지 않는다면, 완공 후 여지없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사례들을 뻔히 보면서도 대형 다목적극장 문예회관의 건립은 현재도 전국에서 진행 중이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은 문화체육관광부 김미라 전통예술과장, 국립오페라단 서상화 교육문화팀장, 세경대학교 심윤숙 총장(한국음악대학교수협의회), 예술인연대 권용만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문예회관 운영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예회관은 운영 현황에 대한 비판과 다양한 요구에 직면해있다. 우수한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예술인과 주민의 참여를 높이고, 경영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들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김미라 전통예술과장

문체부 김미라 전통예술과장은 “지자체와 문예회관의 운영 전문성의 수준이 아직 널리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최근 문화자체ㆍ문화분권 정책과 재정분권 기조에 따라 문화예술사업이 지방 이양되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라며 “또한 지역 광역ㆍ기초 문화재단이 늘어나고, 문예회관 운영 등에서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정책 환경에서 문체부가 중앙정부로서 문예회관 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문예회관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간접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의 확대가 필요하다”라며 “한국문예회관연합회를 통해 지원해온 문예회관 종사자의 역량개발 및 전문성 강화, 문예회관 컨설팅 등 기존 지원사업들의 규모가 전체 문예회관 규모에 비춰 충분하지 못한 한계가 있어, 향후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판단했다. 또한 “문화자체ㆍ재정분권 정책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자체가 문예회관에 대한 재원투입, 인력채용 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인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국립오페라단 서상화 교육문화팀장은 “모든 극장이 제작극장이 되어야할 필요도 없고 그럴수도 없다. 다만 지역의 극장들이 제작 능력도 겸비한 전문인력 채용 뿐 아니라 순수ㆍ기초 예술인 및 단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열린 마인드로 제작, 초청, 대관 공연의 조화를 이룰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국립오페라단의 극장 부재와 국립오페라단의 극장화에 대한 의견을 덧붙였다. 서 팀장은 “국내에서 가장 전문적으로 공연을 제작하는 단체인 국립오페라단을 비롯해 국립예술단체들이 힘을 합해 협업하고 제작하는 시너지를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립오페라하우스 운영을 골자로 하는 예술정책이 절실하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비교적 풍부한 예산을 국고로 지원 받는 국립오페라단은 지역 공연장에서의 공연을 더욱 활성화해, 미력하나마 공연장 운영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다만 국립오페라단이 전국을 무댈 공연하되 지역민간 오페라단과 협력해 작품을 제작토록 하며, 지역 예술인들과 단체들을 기용하도록 하며 동시에 교육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경대학교 심윤숙 총장은 예술의전당 운영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문체부 관계자는 예술의전당이 예술인을 직접 고용해 공연제작을 하지 않는 이유가 ‘프레젠터극장, 즉 좋은 다양한 공연을 소개하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좋은 공연을 값싸게 제공해야 할 예술의전당은 기획사에서 공연을 구매해 관객에게 원가보다 몇 배 비싸게 파는 비효율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운영이 야기하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예술의전당이 대한민국의 문예회관 운영의 표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비판했다.

심 총장은 “공공 예산은 문예회관 건립과 시설 운영 자금과 관리 인력의 인건비로 계속 투입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으로 세금은 흘러 들어가지만 지역의 문예회관은 공연이 올라가지 않고 대부분 텅텅 비어있으며, 공연 예술가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제작극장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잘못 쓰이고 낭비되는 돈을 제대로 사용해, 예술가들의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지역 문예회관에 고용된 예술가들이 공연을 직접 제작해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한다면, 자연스럽게 지역마다 특성에 맞는 새로운 공연을 창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청년예술가들이 주역이 돼 지역 문화 발전을 이끌며 꿈을 실현한다면, 지역에 정착해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술인연대 권용만 대표

마지막으로 예술인연대 권용만 대표는 142개의 공공 레퍼토리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을 문예회관의 제작극장화 모델로 제시했다. 68학생혁명 이후 독일인들은 문화예술이 취향이나 교양을 키우기 위한 일부 계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중요 공공재로 인식하고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권 대표는 “예술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해 근본적 존재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임대 위주의 극장에서 제작극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독일의 레퍼토리 극장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연예술의 질을 향상하고 예술가의 직업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극장에 예술가들의 안정된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극장은 예술인과 관람객 모두를 위한 극장일 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주민이 외면하고 예술인의 참여가 저조한 문예회관은 지역예술계의 발전을 저해한다. 제작기능이 없어 민간 기획사의 기성 공연을 매입해 자체 프로그램을 대체하고, 단순 대관에만 의존한다면 문예회관은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 공간으로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